[항쟁의기관차6 – 바이러스] 가상보다 더 가상같은 진상을 밝힌다 <스탠리큐브릭(Stanley Kubrick)>

가상보다 더 가상같은 진상을 밝힌다 <스탠리큐브릭(Stanley Kubrick)>

스탠리큐브릭은 20세기를 대표하는 영화감독중 한명으로 거론된다. 큐브릭만의 독특한 화면구성과 충격적인 이야기흐름, 장르를 뛰어넘는 독보적인 행보로 많은 영화감독들이 큰 영감을 받았다. 큐브릭의 특출한 영화속세계관이 그의 영화를 분석하는 사람에게 내용·구성·심리·기호학적으로 영화에 접근하게 한다는 평이 많다. 큐브릭의 문제작들은 극단적이고 난해해 평단과 대중의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린다.

1928생인 큐브릭은 어린시절 학교생활에 전혀 흥미가 없자 아버지의 권유로 사진을 시작했고 이내 발군의 실력을 발휘했다. 16살에 프랭클린루스벨트의 죽음을 다룬 세트사진이 매거진<룩(Look)>에 실렸고 17 세부터 <룩>의 견습기자로 활동했다. 4년간 사진기자기간을 거치며 3편의 기록영화인 <시합의날>·<날고있는목사>·<항해자>를 제작했다. 큐브릭이 청년시절에 사진작가이자 기록영화감독을 경험한것은 영화인생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쳤다. 사진작가의 경험은 큐브릭이 독창적인 공간구성을 영상에 펼쳐보이는 바탕이 됐다. 영화는 현실과 마찬가지로 시간·공간으로 이뤄져있고 특히 눈에 보이는 공간이 주는 이미지는 영화속세계관을 보여 주기에 매우 효과적이었다. 큐브릭은 영화공간의 힘을 극단화 하는 여러 화면구성을 창조하면서 영화창작의 주요동력중 하나로 삼았다. 기록영화의 기본무기는 내용에서의 진실성이다. 관객은 자신의 감각과 삶의 지혜로 기록영화가 보여주는 진실에 접근한다. 이후 작품에서 큐브릭의 기록영화감독경험은 가상보다 더 가상같은 진상을 형상하는데 영향을 줬다. 큐브릭은 거의 견습용으로 만들었던 3편외에는 기록영화를 더 만들지않았다. 예술영화에 쓰여진 가상의 기술은 현실의 은폐된 진상을 밝 히기에 더없이 좋은 수단이 됐고 스스로를 외부적위협으로부터 보호하는 든든한 외피가 됐다. 이러한 측면은 큐브릭이 만든 이후작품들에 담긴 메시지가 보다 직접적이고 자본주의사회와 제국주의미국의 본질에 근접해있다는점을 통해 충분히 짐작할수 있다.

큐브릭은 반전영화 <공포와욕망>을 통해 1953 감독으로 데뷔했다. 큐브릭은 반전영화를 여러편 제작했는데 대표적으로 1957<영광의길>·1988<풀메탈자켓>이 있다. 반전영화는 아니지만 2차세계대전직후 가장이 사라진 수많은 가정의 문제를 다 룬 1962<로리타>와 냉전체제를 비틀며 제국주의본질을 밝힌 1964<닥터스트레인지러브>도 전쟁과 관련있다. 큐브릭이 그린 반전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적군>이 없다는데 있다. <영광의길>은 초반의 참호와 돌격장면의 빼어난 구도와 카메라워크로 높은 평가를 받는 작품이다. 이영화는 독특하게도 단1명의 적군도 등장하지않는 기묘한 대결구도속에서 영화가 진행된다. 여타 반전영화들의 특징이 상대와의 보이는 갈등과 그해소를 통해 관객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는것과 다르다. <풀메탈자켓>은 한발 더 나아가 영화배경의 2중해석이 가능하게 처리됐다. 단기제대병인 젊은 미군들이 만화주제가를 부르며 총을 쏴갈기는 지옥같은 거리는 베트남이면서도 미국이다. 전반부의 훈련소와 후반부의 베트남에서의 폭력 그리고 그폭력의 주체인 미군이 단기제대병이라는 설정은 폭력이 어디에 기인하며 무엇을 파괴하는가를 분명히 보여준다. 큐브릭은 <적군>을 숨기는 방법으로 전쟁의 야만적본질을 폭로한다. 전쟁이란 결국 지배계급의 체제질서강화를 목적으로하며 폭력을 통해서는 어느편도 결코 이길수 없다는것을 역설한다. 또다른 세계적인 영화감독 마틴스콜세지가 <영광의길>을 보고 <그때까지보았던그어떤반전영화와도달랐던반전영화>라고 평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큐브릭의 또다른 대표작은 미래영화3부작 1963<닥터스트레인지러브>·1968<2001:스페이스오디세이>·1971<시계태엽오렌지>다. 블랙코미디의 새장르를 열었다고 평가받는 <닥터스트레인지러브>는 냉전시기의 소·미양극체제를 기본으로 한다. 이영화도 다른 반전영화들과 마찬가지로 <적군>은 보이지않는다. 영화는 소련에 의한 미국상수원오염음모라는 과대망상에 사로잡혀 핵공격을 하달하는 미공군기지장성 리퍼와 이를 막으려는 미대통령, 핵폭발의 순간 <방사능셸터>를 지어 살아남을 방법을 말하는 스트레인지러브박사등의 인물군상을 통해 냉전체제 하 미국의 본질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마지막에 핵폭발로 세계가 멸망하는 장면은 제국주의의 파괴성과 냉전체제의 폭력성을 충격적으로 고발한다. 큐브릭은 영화를 통해 미국내 존재하는 파시즘과 <선택받은자>만이 살아남는 사회구조, 결국 제국주의적폭력으로 멸망하고야말 미국의 <미래>를 보여준다. 냉전시대 핵전쟁의 공포가 최고조에 달했던 시기, 핵폭탄이 터지는 장면을 과감히 보여줌으로써 모두를 경악시켰고 소재의 특성상 미국정부와 군부세력의 주목을 받았다는것이 유명하다. <2001: 스페이스오디세이>는 미국의 아폴로11호가 달착륙에 성공했다는 1969 전해에 달착륙을 영화상 완벽하게 재현함으로써 <달착륙조작설>의 단골소재가 되는 영화다. 이영화에서 큐브릭은 최고의 기술적원숙성과 완벽주의적면모를 보여준다. 큐브릭은 초반 유인원이 인간으로, 뼈에서 우주선으로 넘어가는 장면을 통해 우주선도 인간의 도구·생산수단에 불과하다는점과 인류역사가 생산수단·권력을 둘러싼 쟁탈전이란 측면에 주목한다. 당시 인류가 쌓은 우주과학이 총동원돼 과학적사실들을 그대로 반영했고 그연장선상에서 <외계인>은 배제됐다. 적막한 우주에서 등속도로 유영하는 우주선의 이미지는 미니어처를 미세하게 이동시키며 한프레임씩 촬영해 이어붙이는 엄청난 수작업의 결과 탄생했다. <시계태엽오렌지>는 미국의 검열법인 헤이즈법이 종결된 직후 만들어졌다. 그럼에도 당시 X등급을 받으며 비난이 집중됐고 이후 영국에서는 모방범죄를 유발시킨다는 이유로 상영금지처분을 받았다. <시계태엽오렌지>는 본능의 극단화에 치달은 기형적인 미국식자본주의하에 개인적악마화의 극단과 공권력에 의한 또다른 형태의 극단적폭력성을 생생히 형상한다. 주인공 알렉스의 폭력성을 제거하기 위한 실험이 당시 CIA인간통제 실험인 MK울트라와 흡사하다는점과 3각구도의 포스터로 인해 일각에서 는 미국을 통제하는 <그림자조직>·<비밀세력>의 존재를 밝힌 영화중 하나로 보기도 한다.

큐브릭의 영화에 대한 평가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이유중 하나는 소격효과를 사용해서다. 큐브릭은 영화상에 소격효과를 구사함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영화에 몰입하거나 감정이입하는것을 가로막는다. 이장치는 냉소적으로 흘러가는 영화를 더욱 냉소적으로 접근하게 한다. 관객의 감정해소가 이뤄지지않아 관객은 영화를 보며 더큰 불편함을 느끼게 된다. 큐브릭영화들의 장르는 다 다르지만 그소재가 미국식자본주의에 대한 비판과 계급간모순을 담고있다는점에서 그불편함이 가중된다. 예컨대 1980<샤이닝>속 인디언무덤위에 지어진 호텔이라는 공간적배경은 곧 그호텔이 미국을 상징하는것이며 호텔내부에서 벌어지는 폭력과 광기는 그자체로 미국의 적나라한 본색임을 숨기지않는다. 주인공 잭과 가족들은 겨우내 호텔을 독점하고있음에도 상층의 스위트룸은 절대 허락되지않으며 작가인 잭이 스스로 하층계급으로 전락할것이라는 두려움에 시달린다는 설정은 인텔리·중간층의 욕망과 두려움, 좁힐수 없는 계층간격차를 보여준다. 자본주의영화산업은 돈이 되면 자본주의에 독이 되는것도 만든다. 이역설로 큐브릭은 자본주의의 본질과 제국주의미국의 내막을 파헤치면서도 헐리우드상업영화사상 독보적인 발자취를 남길수 있었다. 영화보다 더 영화같아서 믿기지않는 사회의 진상을 사실주의적전형화와 극적인 이야 기전개로 생생히 밝혀낼때 최고의 찬사가 뒤따른다. 2006 깐느영화제에 출품된 봉준호의 <괴물>에 대해 르몽드가 큐브릭의 <닥터스트레인지러브>를 연상시킨다고 극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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