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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4월26일 금요일 21:00:00

쁘띠필리버스터

쁘띠필리버스터


필리버스터. 쁘띠적이어도 너무나 쁘띠적이다. 여당에 굴복한 원내대표가 연단에서 눈물까지 흘리자 그 쁘띠성이 극에 달했다. 그간 너무나 못하다나니 이거로라도 돋보였으나 대차대조표를 놓고보면 달라진건 하나도 없다. 오히려 거대여당의 날치기통과를 어떻게든 막던 모습이 사라졌다. 결국 울먹이다 끝난게 아닌가. 한심해도 이렇게 한심한 저항, 무맥해도 이렇게 무맥한 야당은 처음 본다. 이걸 국회선진화라고 하면 지나가던 개가 웃는다. 이래저래 개판이다. 원래 부르주아국회란게 시작부터 내내 이러했다만. 

테러방지법으로 국가정보원이 날개를 달았다. 박근혜<정권>의 1등공신인 국가정보원은 그간 5163부대를 만들어 51.63%로 박근혜를 당선시킨 멍에를 힘들어했다. 그도 그럴게 원세훈전원장이 감옥에 갔지, 유우성·유가려화교남매간첩조작사건으로 그 오명이 국제적으로 알려졌지, 내란음모조작사건으로 합법진보정당을 강제해산했지, 도대체 아직도 해산되지않고 존재하는게 신기할정도가 아닌가. 그런데 오히려 제2의국가보안법인 테러방지법까지 갖게 됐다. 이제 맘대로 도청하고 원없이 사찰하고 손쉽게 조작할수 있게 됐다. 물론 그러면서 자기무덤도 더 깊게 파게 됐다. 어둠이 깊어지면 동이 터 오는 법이다. 

하여튼 과연 이 무맥한 결과가 과반미달의 힘없는 야당탓인가. 개혁정당이 과반을 넘은적이 없었던가.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자유마저 철저히 유린하는 천하에 둘도 없는 파쇼악법, 국가보안법을 단 한조항도 못바꾼 개혁정당의 초라한 몰골이 바로 이 필리버스터에 비쳐진다. 그렇게 해서 개혁·진보세력은 더욱 약화되게 됐고 박근혜<정권>의 파쇼화는 힘껏 가속이 붙었다. 문재인·박원순의 더민주당은 이대로 가면 다음대선도 없다는걸 유념해야 한다. 한번 밀리면 두번 밀리고 그 뒤엔 아예 주저앉는 법이다. 

박지원·정동영·천정배가 개혁야당을 분열시킨 국민의당에 들어가 통합추동력을 만들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필리버스터가 끝나면서 김종인은 야권통합화두를 던졌는데 효과가 있을지. 하지만 쁘띠출신들이 쁘띠이념으로 쁘띠정당에서 쁘띠활동하는데 과연 대의가 나오고 대의가 이뤄지겠는가. 거대여당옆에 빌붙어 연명하다가 가끔 운좋게 잠깐 집권하면 다행이라 보는거 아닌가. 애당초 이들에게선 세상을 바꿀 희망을 찾을수 없다. 쁘띠적인 사이비진보가 아니라 통큰 참된 진보의 출현이 절실한 이유가 다른데 있지않다.

조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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