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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4월27일 토요일 11: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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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유감은 유감이요, 사과는 사과다

유감은 유감이요, 사과는 사과다


유감은 유감이다. 유감논쟁이 유감이란 뜻. 북이 표명한 유감을 사과로 우기는 현실이 유감이다. 남의 사전이나 북의 사전이 모두 유감의 뜻은 한가지인데 남에서 그걸 달리 쓰는게 유감이다. 남의 백성들은 이미 인터넷검색어 치고 다 그 뜻을 아는데 청와대만 모른다는게 유감이다. 정부도 사실 알면서 모르는척 하는거니 유감스럽지 않을수 없다. 돌아오는 차안에서 김관진 표정이 지옥이라도 다녀온 듯 어두웠던 이유를 알기 때문에 더더욱 유감이다. 유감은 유감이요, 사과는 사과인데, 남은 꼭 이걸 우긴다. 그걸 관철하지 못했다고 수구꼴통들이 김관진 해임해야 한다고 벌써 목청을 돋구는데도 우긴다. 남의 보도문보다 3분 먼저 보도문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공개한 북. 신중하게도 황병서의 조선중앙방송인터뷰는 남의 김관진이 하는거 보고 한다. 

북 매체를 끼고 사는 연합뉴스는 전한다. <남조선당국은 근거없는 사건을 만들어가지고>라고 <지뢰폭발사건>을 언급한 후 <확성기방송>에 대해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일방적 행동으로 상대측을 자극하는 행동을 벌이는 경우 정세만 긴장시키고 있어서는 안될 군사적 충돌을 불러올수밖에 없다는 심각한 교훈을 찾게 되었을 것>이라고 점잖게 눌러준다. 남의 보수언론 대부분이 청와대가 불러주는대로 <사과>니 뭐니 되뇌이는걸 한마디로 일축하는 모습. 역시 북다운 모습이다. 남이 북을 상대로 북의 인정, 나아가 사과를 관철하지 못한건 너무나 당연하다. 북에게서 안한걸 했다고 하게 만드는건 불가능하다. 사실주의의 사회주의나라가 아닌가. 거기에 <주체>자까지 붙는다. 주체사실주의! 주체사회주의! 43시간이 아니라 430시간을 끌어도 결론은 같다. 북의 사전에 유감은 남과 거의 똑같이 <마음에 차지 않고 불만스럽게 여기는 마음>이다. 이걸 공동보도문에 대입하면, <2 북측은 최근 군사분계선 비무장지대 남측지역에서 발생한 지뢰폭발로 남측군인들이 부상을 당한데 대하여 <마음에 차지 않고 불만스럽게 여기는 마음·유감)을 표명하였다.> 이게 무슨 소린가. 같은 동포인 남측의 군인들이 이유를 알수 없는, 그러니 주체는 더욱 알수 없는 지뢰폭발사고로 부상을 당했다니, 불만스러운 마음, 안된 마음이 들었다는 뜻이다. 좀 의역하면 <안됐다>는 뜻. 수많은 네티즌들과 심지어 보수언론까지도 인정하듯이 사과의 의미는 전혀 없다. 

더구나 그 지뢰폭발사건의 주체가 없다. 그러니 이 2항과 3항의 확성기방송을 연결시키려는 남의 오그랑수는 통하지않게 됐다. 그래서 그 뒤의 4항의 준전시상태조항에서 슬그머니 <동시에>를 빼버리고 말았다. 3항과 4항의 본질적연관을 부정하는 역시 얕은 꼼수. 허나 누가 봐도, 동시해제하기로 한만큼, 앞으로 남이 확성기방송을 어떤이유에서든(<비정상적인 사태가 산생>된다든지 해서) 재개하는 그 순간 <동시에> 북은 준전시상태를 선포하게 됐다. 이제 북은 이런 자동시스템을 북남(남북)공동보도문으로 갖춰놓고 앞으로 이 지점에서부터 시작할수 있게 됐다. 그 명분·기준선을 획득한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4항의 <비정상적인 사태가 산생되지 않는 한>이란 조건은 있으나마나 한거다. 김관진은 애써 여기에 의미를 부여하지만 완전 허당표현이다. 이걸 스스로 너무나 잘 알기에 귀환하는 차편안의 얼굴이 완전히 잿빛으로 간거다. 43시간 내내 이 표현의 의미를 가지고 논쟁을 했기 때문에 너무나 잘알고 있어서고 영락없는 군인이라 외교관처럼 속내를 숨기질 못한다. 유감은 유감이요 사과는 사과인데, 유감을 사과라 우기고 언론플레이로 굳히려 하니 <가오>로 살고죽는 김관진은 낯빛이 죽고 박근혜는 말이 없다. 

보다 못한 미국무부, 커비대변인을 통해 용어에 대한 해석차이는 중요하지 않다며 <무엇보다 중요한건 남북사이에 합의가 이뤄진것>, <박근혜대통령이 북측표현을 받아들였기 때문에>라고 거든다. 박근혜도 북이 무슨 의미로 했는지를 안다는거고, <유감>이 북측이 제의한 표현이라는거며, 이미 합의한거니 더 거론하지말고 합의나 이행하라고 정리시키는거다. 자칫 북이 기분 나빠 화라도 낼까봐 전전긍긍하는 모습이고 사실 김관진·박근혜를 두번 죽이는 행위다. 그러니 황병서가 방송에 나와 긴 얘기를 할 필요가 있겠는가. 길게 반박하지도 직접 치지도 않는다. 전형적인 부자몸조심 모드. 득도한 성철스님은 진작부터 갈파했다.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

조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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