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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4월27일 토요일 17:4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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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정에서 평정으로

완정(完整)과 평정(平定)은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북사전의 완정뜻은 <령토를완전히정리하고다스리는것또는외래제국주의침략자들에게강점되었거나분리된령토를다시회복하여나라를완전히통일하는것>이다. 이에 비해 평정뜻은 <낡은사회에서,반란이나소요를누르고나라의형편을평온하게진정시키는것>이다. 두개념은 모두 1민족국가의 주권이 전영토에 미치도록 만드는 의미를 갖고있다. 그런면에서 해방이나 통일의 의미와 통한다. 다만 전자에는 평화적방법까지도 포함하고 후자는 평화적방법이 배제돼있다. 

국가가 외세의 식민상태에 있거나 아직 근대국가적면모를 갖추지못했을때는 해방과 건국의 개념을 쓴다. 해방과 건국이 된후, 여전히 해방이 되지않은 영토가 있을때 또는 건국과 관련해 논란이 있어 두개의 국가가 존재하게 됐을때, 완정 또는 평정의 개념이 등장한다. 물론 이때도 해방의 개념은 쓴다. 그리고 건국보다는 통일이라는 개념을 쓴다. 북의 경우는 해방, 통일, 완정이라는 개념을 써왔다. 중국도 북과 비슷하다. 1955 반둥선언에서도 영토완정은 불가침·불간섭과 함께 중요한 원칙으로 천명됐다. 완정은 유엔외교무대에서 자주 사용되는 용어다. 

완정은 반둥선언과 유엔경험에서 알수 있듯이, 주로 외교적용어로 써왔다. 그리고 외교적용어가 그렇듯이 개념의 폭이 넓고 추상적이다. 경우에 따라 다른 의미와 어감이 있다. 완정에는 이당위(當爲)를 가능하게 만드는 방법론에 평화와 비평화 모두가 포함된다. 하지만 평정은 비평화가 기본이다. <반란이나소요를누르>는것이 일반적으로 비평화의 방법이기때문이다. 실제로 1.15최고인민회의시정연설에서 <조선반도에서전쟁이일어나는경우에는대한민국을완전히점령,평정,수복하고공화국영역에편입>이라고, 12.30당중앙전원회의보도에서도 <조선반도에서언제든지전쟁이터질수있다는것을기정사실화하고남반부의전령토를평정하려는우리군대의강력한군사행동>이라고 표현돼있다. 

북은 김정은시대이전에 평정을 이런 의미로 사용한적이 없다. 이는 김정은총비서·국무위원장의 의지가 그만큼 확고하다는것을 보여준다. 이는 남코리아를 <대한민국>이라고 국가로 인정하면서 <제1의적대국>·<교전국>·<불변의주적>이라고 규정한데서, 평화통일을 위한 북남연대기구들을 해체하고 이런 기조를 헌법에 담겠다고 천명한데서 명확히 드러난다. 김정은시대에 완정이 사용되지않은것이 아니고 2022.9 핵무력정책법령에 나오듯이 현재도 사용되고있지만, 분명 12월보도와 1월연설이후에는 평정이 전면화된 새로운 정세로 바뀌었다. 완정의 시대가 아니라 평정의 시대다.

조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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