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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4월26일 금요일 20:00:28

[글] 답 나왔다

답 나왔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나온다. 조선중앙통신은 당중앙군사위확대회의가 진행됐다고 3일 보도했다. 회의가 언젠지 몰라도 일요일인데 보도한다. 많은 게 명백해졌다. 



회의참가자 중 특징적인 건, 해군이 맨앞에 있고 항공및반항공군이라는 표현, 전략로케트군이 들어갔다는 거다. 육군은 대연합부대라는 범주안에 있지만, 앞으로 빼서 특별히 강조되지 않았다. 잠수함·특수전군이 연상되는 해군과 같은 맥락인 항공군은 앞으로 뭔일이 벌어질지를 시사한다. 북미전면전은 벌어져도 끝부분이니 마지막에 나왔다. 



군회의, 참모부회의였으면 주로 구체적인 작전계획들을 토의했겠지만, 당회의인만큼, 역량강화가 기본이다. 실제로 목표인 사회주의강성국가건설과 조국통일위업실현을 확인하면서, 수단인 군력, 역량강화가 강조되고 방법인 조직문제, 나라안전및자주권수호라는 역할제고가 빠지지않고 표현됐다. 



김정은제1비서·중앙군사위원장·국방위제1위원장·최고사령관의 자질중 ‘비범한 예지·지략’이 먼저, ‘무비의 담력·배짱’이 그 다음으로 부각됐다. 군사관련회의에 ‘숭고한 덕망’이 나온 건 결론에 인민의 생명과 재산의 피해를 최소화하는 측면도 반영됐다는 뜻으로 읽힌다. 



‘사회주의강성국가건설과 조국통일위업실현에서 전환적 국면이 열려지고 있는 중대한 시기’에 회의가 진행됐다고 현재진행형으로 표현한 것이 주목된다. 다시 말하지만, 수단, 역량강화가 우선 강조된 건, 군대차원이 아닌 당차원의 회의인 만큼 당연하기도 하지만, 방법, 역할제고는 이미 작전계획들이 세워져 해당 군사단위들에까지 전달돼 있고, 당면해서 필요한 국가안전·대외부문일군협의도 끝난 상황인 만큼, 조직하는 데 필요한 몇가지 문제만 토의하고 결론내리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하여튼 그 내용을 알지 못하는 외부인들에겐, 그 결론의 성격이 ‘역사적’이고 그 분위기가 ‘커다란 격정속에 받아받은’ 회의참가자들이 ‘김정은동지께 최대의 영광과 가장 뜨거운 감사’를 드리며 ‘결론에서 제시하신 전투적 과업을 무조건 철저히 관철할 불같은 결의를 굳게 다지었다’고 하는 표현을 통해 감을 잡을 수밖에 없다. 무슨 결론이기에 ‘커다란 격정’, ‘최대의 영광과 가장 뜨거운 감사’, ‘무조건 철저히 관철할 불같은 결의’라고 표현했겠는가. 



김정은제1비서가 당정군일군협의회든 중앙군사위확대회의를 직접 조직하는 사진까지 내보내며 정황까지 이례적으로 자세히 보도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일단 그만큼 심각한 상황이고 필요한 조치를 주동적으로 취하고 있다는 걸 북의 군대와 인민, 코리아민족에겐 ‘준비’메시지로, 북의 적대국과 그 ‘추종국’엔 경고메시지로 보내는 거다. 그러면서도 이를 다름아닌 김제1비서가 직접 조직추동하고 있다는 걸 객관적으로 입증시켜주고 있다.



이 회의가 8.17명령·8.25선언이후 12.12발사, 1.1신년사, 1.2담화, 1.24·25국방위·외무성·조평통성명, 1.27직전협의, 1.28~29세포비서대회의 연장선에 있음은 물론이다. 이렇게 보면, 세포비서대회는 마치 1211고지점령 전날에 한 민주청년동맹회의와 비교된다. 즉 전쟁전 결의대회의 성격을 띤다. 그리고 9.19공동선언과 코리아반도비핵화선언이 무효화한 3연속성명들은 1993년 NPT탈퇴선언과 비교된다. 그렇다면, 당시 탈퇴직후에 한 준전시상태선포가 곧 이어지리라 예견된다. 사실 지난해부터 지금까지가 내내 다 준전시상태에서나 볼 수 있는 표현들이었다. 준전시상태선포로 경제건설이 중단되지 않고서도 그에 못지않게 강력한 준비·경고메시지를 보내는 매우 창의적인 테크닉이다. 



코리아반도비핵화선언이란 6.15공동선언·10.4선언이 무효화된 후 남아있던 유일한 남북정부간 합의고, 9.19공동선언에는 6자회담·유관국들이 관련돼 있다. 한마디로, 북남간엔 전혀 대화의 고리가 없어졌고 북미사이엔 극단적인 대치를 중재할 나라가 없어졌다. 외교·전쟁옵션 중 외교옵션이 완전히 사라졌다는 의미다. 



지금 북이 말하는 건 불의의 기습전이 아니라 강력한 대세전이다. 정말 자신 있다는 말이다. 이 기세에 눌린 듯 미·남코리아연합훈련에 매가리가 없다. 2.4~6훈련은 NLL이 있는 서해가 아닌 동해에서 벌어진다. 백령도용틀임바위밑에서 이스라엘돌핀급잠수함이 터지고 연평도포격전에서 깨진 일 때문은 아닌지. 도대체 ‘제재’할 배 한척 지나가지 않는 동해에서의 훈련에 북이 무슨 압박감을 느끼겠는가. 



1950~53년 전쟁에서도 북 하나를 상대로 16개연합국으로 붙어 이기지 못한 미국이다. 그 이후도 1968년푸에블로호사건부터 1993년, 2003년, 2008~09년 어느 하나 제대로 북을 이겨본 적이 없다. 김일성주석, 김정일총비서에 이어 최고사령관직을 맡은 김정은제1비서를 상대론 이길 수 있을까? 회의참가자들은 ‘커다란 격정’속에 ‘최대의 영광과 가장 뜨거운 감사’를 드렸다 한다. 답 나왔다. 


조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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