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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4월28일 일요일 0: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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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질〉

<동질>이 뭔가. 원문을 보자. 12월당중앙전원회의보도와 1월최고인민회의시정연설에 다 나온다. 전자 <북남관계는더이상동족관계,동질관계가아닌적대적인두국가관계,전쟁중에있는두교전국관계로완전히고착되였습니다>와 후자 <북남관계가더이상동족관계,동질관계가아닌적대적인두국가관계,전쟁중에있는완전한두교전국관계라는현실은외세의특등주구집단인대한민국이극악하고도자멸적인대결망동으로써놓은북과남의명백한현주소>는 거의 같다. <동질관계가아닌>은 무슨뜻인가. 

<동질관계>는 특이한 표현이다. 이전에 거의 안쓴 표현인데 앞의 <동족관계>에 이어 나오니 더욱 희한하다. 왜냐면 <동족>과 <동질>은 개념의 층차가 다르기때문이다. <질>은 <양질전화의법칙>처럼 철학적개념이고 그만큼 추상적개념이다. 다시말해 <동족>과 <동질>은 같은차원, 같은수위의 개념이 아니다. <동족>은 <같은민족>이고 <동질>은 <같은질>이다. <민족>과 <질>은 차원이 다른 개념이다. 여기서 <민족>옆에 나란히, 쉼표를 사이에 두고 쓸수 있는 개념은 <국가>다. 민족과 국가를 합치면, 민족국가(nation) 또는 조국이 된다. 

문제는 <같은민족>은 되고 또 그렇게 써왔는데, <같은국가>는 안되고 단1번도 쓴적이 없다는것이다. 북은 남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대한민국>을 단1번도 인정한적이 없다. <같은 민족>이지만 <같은국가>는 아닌것이다. 그래서 <동족(同族)>은 쓸수 있는데 <동국(同國)>은 쓸수 없는것이다. 이때부터 고심이 시작된다. <동국>이 안되면 무엇을 써야하고 쓸수 있는가. 그층위의 개념을 쓸수 없을때 보통 그층위의 상위개념을 쓴다. 사과를 쓸수 없을때 과일을 쓰는 식이다. 그렇게 해서 나온게 <동질>이다. 

그러니 이<동질>은 <동국>이 깔려있는 개념이다. 즉, 북과 남은 같은 <국가>격의 관계가 아니라는것이다. 쉽게 말해, 남을 국가로 보지않는다는것이다. 남을 국가로 보지않고 <외세의특등주구집단>, 괴뢰로 본다. 이는 12월보도의 <우리가동족이라는수사적표현때문에미국의식민지졸개에불과한기이한족속들과통일문제를론한다는것이우리의국격과지위에어울리지않습니다>는 문장과도 맥락이 일치한다. <식민지졸개>·<기이한족속>이 괴뢰고, <국격과지위>가 바로 층차와 관련된 개념이다. 한마디로 <동질관계가아닌>은 남이 국가가 아니라 괴뢰라는것이다. 북은 이런 관점과 견해를 1948이래 단1번도 바꾼적이 없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조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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