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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4월27일 토요일 6:2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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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으로부터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것 또한 이데올로기”

“모든 것으로부터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것 또한 이데올로기” – <이란인(Iranian)> 
 

“사회가 세속적, 모든 것으로부터 중립적이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 또한 하나의 이데올로기다. 그러니까 너가 지금 하고 있는 것은 너의 이데올로기에 관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너의 종교는 세속주의다.” / “아니다. 내 종교가 뭐든 그것은 관계가 없고 나는 단지 공공의 공간에 대해 말하는 것이다. 내 이데올로기가 뭐든 그것도 아무 문제가 안된다. 나는 불자일 수도 있고 뭐 태양을 숭배하는 사람일 수도 있고 뭐든 상관없다. 공공의 공간은 너와 나 우리 모두가 자신을 표현하고 존재하도록 허용되는 자유의 공간이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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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대화는 이란의 교외가족별장에서 이틀간 벌어진 한 감독의 ‘용감한’ 다큐멘터리실험중 나온 담화의 일부분이다. 독실한 종교신자인 이란이슬람정부관련인사 4명과 정부비판적인 프랑스망명체류자인 무종교인 이란인감독이 만나 공동생활을 하며 담화를 나누고, 요리하고, 기도하고, 때로는 농담을 해가며 논쟁한다. 상이한 가치와 이데올로기, 의견을 가진 두그룹이 과연 어떻게 공존해 나갈 수 있을까? 이 다큐멘터리는 담화를 통해 과연 이란에 다문화, 다종교, 다양한 이데올로기, 표현의 자유가 실제 ‘가능하고, 필요한지’를 모색해보는 이틀간의 짧은 실험이다. 이 기발한 실험을 두고 ‘정치·심리·인문사회과학실험’이라고 명명하고 싶다. 1972년생인 메란 타마돈(Mehran Tamadon) 감독은 파리에서 건축을 공부하고 2000년부터 4년간 이란에서 건축일을 했고, 지금은 파리에 살고 있다. 타마돈감독은 이란사람이면서 동시에 매우 서구화된 문화와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타마돈이 다큐멘터리촬영에 동참할 이란의 이슬람정부지지자들을 찾는데는 2년이 소요됐다. 그들에게는 이 다큐멘터리의 실험에 참여하는 것이 위험요소가 있기에 결정하기 쉬운 일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긴 시간끝에 4명이 참가했고, 타마돈은 교외가족별장에서 그들을 손님으로 맞이했다. 부인들과 아이들이 손님방으로 들어가 촬영에서 제외된 때, 이 5명은 공동공간인 거실에 모여 세속적 사회의 장단점, 낙태, 이슬람여성들의 베일, 언론의 자유 등에 관해 논한다. 정부지지자들은 정부비판적인 감독과의 논쟁에서 수적으로 우세할 뿐만 아니라 굉장한 언변술과 철학, 논리, 유머를 가진 사람들이다. 영화상영후 감독과의 인터뷰에서 한 관객은 이 실험에서 감독의 약한 논쟁력에 대해 아쉽다고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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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실험은 1:4의 수적 비대칭을 없애고, 감독처럼 서구와 이란의 경계에 있는 사람도 아닌 서양인들이 직접 논쟁에 참여한다면 좀더 심도있는 논쟁이 될 것이라고 본다. 그들은 철학적 사고의 깊이가 다르고, 감독이 서구인도 이란인도 아닌 애매한 입장이 결과적으로 균형있는 논쟁을 만들지는 못했다. 인권, 자유, 인간의 존엄, 생명, 평화, 민족의 주체성이 보장받는 유토피아적 공간의 대안을 찾는 실험은 절충하기 힘든 수많은 이슈들로 인해 표면적으로는 실패로 끝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짧은 시간, 공동의 공간안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간의 담화가 존재했고, 유토피아적 사회의 대안적 모델에 대한 담화의 자유, 가능성을 열어놓은 점에서는 감독의 의도는 성공했다고 본다. 

인간의 생명과 한 사회의 존엄, 종교의 명예와 표현의 자유중 어느 것이 우선하는가? 우선 그 기준을 누가 어떻게 결정할 수 있으며, 모든 국가에 공통적으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는지, 그 민족에게 자체적으로 맡겨야 하는지의 문제부터 해결해야 할 것 같다. 덧붙여 이 실험의 보이지 않는 의외의 성과는 서구인들의 가치관 또한 하나의 이데올로기이며, 그들의 헤게모니적 시선으로 이슬람의 사회와 문화를 비판하고 바꾸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자가당착적인 것인지를 깨닫게 한 점이다. 이것은 비단 이슬람, 이란에 국한된 문제만이 아니다. 서양은 타자, 즉 동양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헤게모니적인 인식론과 방법론을 버리고 동양의 내재적인 본질을 이해하고 주체성을 인정해야 함을 관객들은 깨달았을 것이다. 
지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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