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둥이 잦으면 비가 내린다
참 다양하다. 내용은 일관되나 표현은 비반복적으로. 김정일총비서의 스타일인데, 그 영향이 서거이후에도 변함없다는 사실로도 느껴진다. 10일 북 서남전선사령부공개보도가 나왔다. 이로써 올해 굵직한 거만, 2.25국방위원회대변인성명, 4.23특별작전행동소조통고, 6.4최고사령부통첩, 8.17최고사령관명령, 9.10서남지구사령부보도까지 5번째다. 앞으로 다른 게 더 있을까싶을 정도로 표현이 예술적이다.
「어김없이 서해를 도발자들의 최후무덤으로 만들 것이다」, 어제 보도의 제목이다. 내용은 최고사령관의 8.17명령대로, 직접 비준한 작전계획대로 결전에 진입한다는 거다. 그러면서 ‘이제 남은 것은 통일대전을 위한 최후명령뿐’이라고 기염을 토한다. 구호도 덧붙인다. ‘도발에는 즉시적인 대응타격으로, 침략전쟁에는 정의의 조국통일대전으로!’ 혹시 모를까봐 과거사례를 들어 강조도 한다. ‘도발자들이 움쩍하기만 하면 놈들에게 연평도불바다이상의 쓰디쓴 참패를 안기게 될 것이다’ ···
정리하면, 최소 연평도포격전 이상의 전투가 벌어지고 여차하면 통일대전으로 번진다는 거다. 올해 모든 경고들이 표현은 달라도 다 이런 내용으로 일관돼 있다. 놀라울 정도다. 그만큼 오랫동안 준비해 온 계획·작전이고 그 치밀한 표현만큼 계획·작전도 치밀하리라 짐작된다. 한마디로 수십년간 준비해온 치밀한 계획·작전대로 승부를 내겠다는 일념에 불타고 있는 거다. 문제는 과연 이 상황을 미국과 남측이 정확히 이해하는가다. 늘 그렇듯이, 미국은 잘 알고 있고 남측은 그렇지 못할 거다.
그래서 미국은 급히 4.7방북을 결행했고, 이러저러한 군사연습을 벌이지만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적당히 하고 있다. 하여튼 세계의 패권국가로서의 체면을 유지하고 남측에 무정부적인 패닉이 벌어지지 않게 하려고 무진 애를 쓴다. 다 소련붕괴이후 자만에 넘쳐 이라크전·리비아전을 일으켜 이슬람을 무리하게 정리시키려고 하며, 신자유주의시대를 열고 ‘금융자작테러’를 벌여 한꺼번에 싹쓸이를 하려 한 탓이다. 과유불급이고 인과응보다. 북이 이렇게까지 강하게 나올 줄이야 미처 다 몰랐을 거다.
그나저나 과연 MB임기내에 남북관계개선의 전기가 있을지, 혹은 그 반대로 과거 서해교전·연평포격전을 능가하는 국부전쟁이나 결정적으로 통일대전이 있을지··· 이게 초점이다. 다 MB하기에 달린 건데, 민족의 입장에서는 무엇보다도 평화가 귀중하지만 그게 바람대로 되는 게 아니라서, 숨죽이고 지켜볼 뿐이다. 제발 극단적인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간절히 바라며, 벼랑사이에서의 외줄타기를 바라보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천둥이 잦으면 비가 내린다. 북의 고도로 일관되면서도 예술적으로 비반복적인 경고표현들을 접하면서, 하나 확실한 건, 전쟁을 경고하는 천둥이 잦아졌다는 거다. 어느 해도 이처럼 경고가 잦지 않았고 그 수위도 높지 않았다. 확률이 낮아도 전쟁은 모든 걸 삼키는 블랙홀이 아닌가. 그래서 반드시 대비해야 하는데, 그 확률마저 높아져 있다. MB정권이 만약 전쟁을 원치 않는다면 당장 서둘러야 한다. 천둥이 잦아도 너무 잦기 때문이다.
조덕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