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사령관의 8.17명령과 최종수표
정말 심상치 않다. 북은 지난 8.17섬방어대에서 한 김정은최고사령관의 명령에 이어 최근 8.25경축연회에서 한 작전계획최종수표확인발언에 온통 불도가니마냥 들끓고 있다. 올해는 정전이래 가장 전쟁기운이 고조된 순간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는데, 지금은 그 중에서도 최고조라고 아니할 수 없다. 북은 ‘국부전쟁을 조국통일대전으로!’라는 최고사령관의 명령에 최고의 격동상태가 되어 만약 미국·남코리아가 ‘을지프리덤가디언’합동군사연습 중 북에 포탄 한발이라도 떨어뜨린다면 그 길로 통일전쟁을 일으킬 기세다.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가 하면, 가령 미·남이 평상시처럼 NLL분쟁지역에서 군사연습을 벌이며 북을 향해 포격을 가한다든지 할 경우, 그냥 그순간 국부전쟁이 벌어지고 나아가 통일전쟁으로 바뀔 수 있다. 또 북이 4.23통고로 밝힌 ‘3~4분, 번쩍, 청와대초토화’가 벌어지면 그에 대한 남의 반격이 있을 거고, 그때도 역시 ‘국부전쟁에서 조국통일대전으로’으로 바뀌는 거다. 그러니 이제 전쟁여부는 결국 북이 맘먹기에 달려 있다. 헌데, 북의 최고사령관이 명령을 내리고 최종사인했다고 확인하고 있다.
전문가가 아니라도 이제는 누구나 다 북의 군사력이 얼마나 강한가를 안다. 북은 그 힘을 키우기 위해 미국을 상대로 60여년간 목숨 걸고 노력해왔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소련과 동독이 무너진 후, 두 나라의 전략무기과학자·기술자들이 대거 북으로 망명해와, 북의 군사력을 더욱 발전시켰다. 자신들이 보유한 과학기술이 제국주의미국에 넘어가선 절대 안된다는 신념과 북이라면 반제혁명의 원칙을 믿을 수 있다는 판단이 북으로의 망명을 결단하게 했고, 북은 이들과 함께 스스로의 자립적 국방공업을 여러단계 비약시켜 이제는 미국을 압도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예를 들면, 슈퍼EMP(전자기폭)탄이 미국상공에서 터지면 모든 전기·전자장치가 멈춰 군사·경제·정치가 마비되고 1년내 90프로의 인구가 사망하게 된다고 한다. 깅기리치전하원의장이 이번 대선후보경선에 출마하며 경고한 주된 내용이 이것이다. 그 방어계획으로 ‘방패(Shield)i’라는 개념을 사용했는데, 이제 개념단계고 후보경선에서도 탈락했으니 언제나 이 계획이 실현되겠는가. 부시의 MD(미사일방어체계)계획이 실패한 걸로 미뤄봐 거의 불가능하다고 본다. 게다가 북은 FOBS(위성탄두),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 등 다양한 공격·운반수단을 가지고 있으니 북미대결전의 승패는 이미 확정됐다고 보지 않을 수 없다. 오늘도 북의 노동신문에 전략로케트군장령의 타격범위에 제한이 없다는 말과 최고사령부종군기자들의 미국땅은 지옥이 된다는 글이 실렸는데, 다 같은 맥락이다.
보기에, 남의 이명박정권이 실기하고 있는 거 같다. 미국이 괌도에서 737비행기까지 띄워 급히 4.7방문으로 결정적인 뭔가를 북과 합의했는데, 남이 그 합의일정을 따라가지 못하는 걸로 보인다. 늦어도 이번 8.15에는 결심해서 발표했어야 했다. 독도방문을 통해 민족주의로 선회할 수 있을까? 민족주의로 선회한 걸 입증하기 위해서는 외세인 미국과 일본, 외세추종세력인 국내수구파를 때려야 한다. 그중 제일 만만한 게 일본이었을 수 있다. 하지만 북의 격분한 상태를 보면 일이 틀린 듯 하다. 하긴 ‘을지프리덤가디언’을 벌이며 독도분쟁을 일으키는 게 북에 무슨 믿음을 줬겠는가.
다시 강조하는데, 북의 최고사령관이 ‘국부전쟁’이니 ‘조국통일대전’이니 하며 ‘명령’을 내린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구나 곧 이어진 행사에서 그 작전계획에 ‘최종수표’했다는 사실을 밝힌 적도 처음이다. 이건 현 상태가 얼마나 심각한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징후들이다. 늘 일촉즉발의 긴장된 전쟁정세였다고 하는 코리아반도지만, 지금은 전쟁직전에 도달할 수 있는 가장 높은 위험수위에 있다. 과연 이 이상 어떻게 더 첨예한 긴장국면이 있을까 싶을 정도다. 전쟁 말고 뭐가 더 있겠는가.
전쟁은 힘이고 명분이며 기세다. 북은 그만한 힘을 갖춘 후 명분까지 확실히 잡은 뒤 기세를 한없이 올리고 있다. 두세대 60년 넘게 준비하고 또 준비해온 전쟁태세였으니 더 말해 무엇하랴. 더욱이 김정일총비서의 서거로 북의 군대와 인민의 정서는 이루말할 수가 없다. 거기에 이명박정권이 ‘최고존엄모독’이니 ‘합동군사연습’이니 하며 불덩이에 기름을 붓고 부채질을 한 셈이다. 올해만 들어, 부녀절·어린이절·전승절·청년절을 크게 기념하며 관련된 인민들을 한껏 고무했다. 고도로 목적의식적인 조직정치사업으로서 가장 중요한 전쟁준비중 하나라 아니할 수 없다. 여기에 남은 어리석게도 ‘동상폭파미수사건’이나 벌이고 했으니 참으로 기막히다.
과연 미국이 본토가 암흑과 지옥으로 변하는 걸 감수하면서도 북과 전쟁을 할 것인가. 미국도 상대할 수 없는 북을 일본이 남코리아가 맞설 수 있겠는가. 특히 만신창이가 된 이명박정권이 북과 전쟁을 해 이길 수 있겠는가. 뭐든 해봐야 안다지만, 바보가 아닌 이상, 현재의 역량대비와 정신력대결에서 우열은 너무나 분명해 보인다. 남측민심속에 너무나 강하게 확산돼 있는 반MB정서 결코 붕괴당시 남베트남의 상황과 달라 보이지 않는다. 결국 군심이고 민심인데, 온통 부패로 얼룩진 MB‘최고사령관’에 목숨 바쳐 충성할 군인·민간인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른 때라는 말도 지금상황에 맞는지도 의문이다. 노무현대통령이 대통령선거 두달전에 방북했기는 하지만, 그때는 김정일총비서가 생존해 있었고, ‘최고존엄모독사건’이나 ‘동상폭파미수사건’도 없었고, 남북관계가 평화로웠고, 올해와 같은 군사적 긴장상태가 없었다. 4.23통고, 6.4통첩, 8.17명령이 보여주듯, 단계적으로 척척척 고조되는 전쟁경고도 없었다. 전쟁이 일어나면 선거는 없다. 진보당에게 선거전망이 안보이는 형국도 전쟁가능성을 높이는 요인 중 하나다. ‘종북세력척결소동’에 분당가능성까지. 북의 입장에서, 일말의 희망도 안보인다면, 전쟁 말고 달리 뭘 선택하겠는가.
조덕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