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존엄’과 ‘미래의 인민’사이의 혼연일체
다 이유가 있었다. 김정은제1비서의 만경대유희장 방문지도가 단순히 민생차원만이 아니었다. 이번 조선소년단창립66돌경축행사를 보니 후대관련 의의가 생각이상으로 훨씬 컸다. 6월6일 두번째 공개연설을 한 김제1비서는 “인민군대와 청년동맹이 우리 당의 위업을 앞장에서 받들어나가는 선군혁명의 척후대라면 소년단은 그 후비대”라고 규정했다. 척후대와 후비대. 세대별 선후차라는 차이만 있을 뿐, 인민군대·청년동맹을 묶어서 소년단과 동급으로 놓은 게 아닌가! 놀라운 일이다.
일각에서는 이 소년들이 바로 평생 김제1비서와 함께 ‘혁명’을 할 세대들이라서 중시한다고 본다. 일리 있다. 이미 그렇게 자란 세대들이 청년동맹과 인민군대, 당의 간부들이 돼 중추적인 활동을 하고 있으니. 늘 ‘미래를 사랑하라’거나 ‘오늘을 위한 오늘에 살지 말고 내일을 위한 오늘에 살라’며 후대를 중시하는 북으로서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판단이다. 그렇지만 65돌이나 70돌과 같이 꺾어지는 해가 아닌 66돌에 이토록 큰 행사가 열린 데는 좀 더 이유가 있어야 한다.
‘김일성주석탄생100돌’이라는 2012년의 역사적 의미도 한몫했을 거다. 하여튼 북은 올해 뭔가 이루겠다고 정말 오랫동안 준비해 왔다. 또 ‘김정일총비서서거’라는 정서도 반영됐을 거다. 북에게는 이보다 충격적인 사변은 없다. 그래서 이제는 서거라는 과거적인 측면보다 후대라는 미래적인 측면으로 방향과 정서를 전환시킬 필요가 있었을 거다. 아무래도 과거보다는 미래가 보다 전향적이고 ‘혁명과 건설’에 긍정적이다. ‘김정일총비서의 유훈’을 관철하는데서도 전반 분위기가 확 바꿔져야 하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이런 이유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먼저 떠오르는 건, 역시 북미대결전, 남북관계다. 구체적으로, 북은 미국과 4.7회담을 통해 4.13위성발사마저 미사일발사로 대체할 만큼 획기적인 합의를 한 거로 보여진다. 또 북은 4.23통고와 6.4통첩을 통해 남에게 전쟁이냐 ‘통일’이냐를 최강으로 압박한 상황이다. 앞은 비공개된 과정이고 뒤는 공개된 과정인데, 어쨌거나 둘은 밀접히 연관될 수밖에 없다. 풀이하면, 북이 미국과 담판해서 사실상의 항복을 받아내어, 그 미국이 남을 움직여 북남관계를 결정적으로 바꾸거나 북이 일으키려는 전쟁을 용인하거나 하는 상황이다. 드러난 사실만 보면 이 둘 중 하나로 추정된다.
이 두가지는 모두 코리아반도에 정전이래 가장 큰 변화를 일으키는 대사변이다. 그리고 이는 북이 2012년을 ‘100돌경축의 해’라는 행사위주로가 아니라 북미간이든 북남간이든 전쟁이든 담판이든 승부를 내겠다는 투쟁위주로 준비해왔다는 걸 단적으로 보여준다. 다시 말해, ‘선군혁명’의 기치를 들고 군력을 최우선으로 강화해서 세계패권국인 미국마저 쥐고흔들정도인 북이 자신의 가장 큰 능력인 이 군력을 이용해 2012년에 기어이 전략적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구상이 드러나고 있다는 거다. 북은 1980년 조선노동당제6차대회이래 사회주의완전승리(강성국가건설), 조국의자주적평화통일, 온세계의자주화라는 3대과제를 일관되게 추진해왔다.
그렇다면 조선소년단창립66돌을 전례없이 성대하게 개최하며 이를 통해 조직정치사업을 강력히 추진한 이유도 더욱 분명해진다. 우선 소년단원들을 김제1비서의 축하연설 내용처럼 “항일아동단의 김기송, 김금순영웅들과 조국해방시기 소년빨찌산처럼 우리 당을 결사옹위하는 선군시대의 참된 소년혁명가, 소년근위대”로 키우려는 목적이 있다. 당시 9살나이에 일제와 싸우다 총살당한 김금순은 김일성주석이 회고록에서 ‘영생의 꽃’이라고 높이 평가한 ‘소년영웅’이다. 또 소년단원들의 부모들, 형, 누나, 할아버지, 할머니들까지도 혁명적으로 교양하며 역시 전쟁에 대비시키는 의의가 있다. 전쟁이란 ‘최고존엄’과 ‘사회주의조국’을 지키고 ‘조국통일’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사랑하는 후대를 위한 거사이기도 한 거다.
나아가 이번 경축행사를 통해서 절대의 권위의 ‘최고존엄’과 조국의 미래인 소년후대가 아예 하나가 됐다. 살아있는 ‘최고존엄’인 김정은제1비서가 경축행사에서 공개축하연설을 하는 순간 ‘인민의 최고영도자’와 ‘미래의 인민’의 마음과 정서가 ‘혼연일체’를 이루기 시작한다. 소년단원들은 평생 이 순간을 기억할 거고 그 부모도 형누나, 조부모들도 같은 심정이 된다. 이로써 ‘최고존엄’에 대한 모독이자 ‘소년후대’에 대한 모독이고 ‘소년후대’에 대한 모독이자 ‘최고존엄’에 대한 모독이 됐다. 6.4통첩에는 이와 유사한 표현이 담겨있다.
이로부터 내려지는 결론은 북이 이렇게까지 군대와 인민들을 조직적으로, 정치사상적으로 준비시키고 있다는 거다. 북은 북미대결, 북남대결 수십년간 이런 수준에서 전쟁준비를 완료한 적이 없다. 무서운 일이다. 결국 전쟁은 힘과 힘의 대결이면서도 정신과 정신의 대결, 명분과 명분의 대결이다. 북은 위로는 ‘최고존엄’이라는 절대적이고 ‘신’과 같은 권위를 위해, 아래로는 사랑하는 후대들과 조국의 미래를 위해 ‘성전’을 벌이자고, 벌이겠다고 모든 준비를 다그치고 있다.
상황이 이러한데, 남은 ‘종북소동’에 ‘맥카시선풍’, ‘신공안정국’으로 북을 자극하다 못해, ‘최고존엄’부터 ‘소년단행사’까지 사사건건 시비를 걸어 북의 군대와 인민을 극한으로 격분시키고 있다. 인류역사상 수많은 전쟁이 있었지만, 어리석기로는 첫손에 꼽을만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정말 북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다행히, 북이 남에게 사태를 수습할 기회를 6.4통첩에 담아 던짐으로써 일말의 희망이 생겼다. 그 희망을 잡으면 살고 버리면 죽는다. 이런 기회는 무한정 차례지는 게 아니다. ‘곧’ 끝난다.
조덕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