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진상이고 무엇이 가상인가
독일 서부 라인강 지류인 부페강 연안에 뷔페탈(Wuppertal)이란 조그만 도시가 있다. 이 도시에 엥겔스거리가 있고 그 거리에 엥겔스본가가 있다. 그리고 방직공장을 한 엥겔스가를 연상시키는 방직박물관이 그 옆에 들어서있다. 엥겔스가 활동한 당시의 사회상을 알기 쉽게 보여주는 훌륭한 역사박물관이다. 이 박물관에는 당시 독일노동자들의 비참한 생활상을 고발하면서도 오늘날 제3세계 노동자들의 처지가 똑같다는 직관물이 있어 늘 눈길을 끈다. 시대의 현상은 달라졌어도 자본주의의 본질이 그대로인 한 사회의 근본적인 모순은 바뀔 수 없다는 진리가 생생히 안겨온다.
엥겔스는 『독일고전철학의 종말』(1888)이라는 책에서, 맑스가 포이에르바하의 한계를 지적하며 그가 헤겔의 관념론을 비판한 건 긍정적이지만 그 변증법까지 부정한 건 실수라며 “(아기를 씻고) 구정물만이 아니라 아기까지 버렸다”는 유명한 말을 했다. 맑스는 포이에르바하에게서 유물론을 취하고 헤겔에게서 변증법을 취하여 변증법적 유물론이라는 맑스주의철학을 창시했다. 진보당(통합진보당)내 존경받는 권영길·천영세·문성현 전대표들은 기자회견에서 혁신비대위를 지지하며 진보당내 부정성을 해결하되 그 긍정성까지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뜻에서 “구정물과 함께 아기까지 버릴 순 없다”고 말했다.
엥겔스의 저작 중에 『자연변증법』(1873~1883)이 참 유명하다. 그 내용을 중요하게 참고한 『21세기철학이야기』에서는 물컵안의 젓가락이 굽어보이는 예로, 본질과 현상의 변증법에서 가상과 진상을 구별해 설명한다. 물컵안의 젓가락은 실제로 똑바르지만 굽어보인다. 굽어보이는 가상과 똑바른 진상을 혼동하지 말아야 한다는 뜻이다. 본질의 왜곡된 반영으로서의 가상과 진실된 반영으로서의 진상을 구별할 줄 알게 되면, 의도적으로 만들어지든 그렇지않든 가상에 현혹되지않고 진상을 가려보며 그 본질에 접근할 수 있다.
지금 진보당안에는 혁신비대위와 당권비대위라는 두비대위가 존재하며 당원들과 세인들을 헷갈리게 한다. 과연 무엇이 진보당의 본류를 반영한 진짜이고 무엇이 그렇지못한 가짜인가. 그래서 중앙위가 중요했다. 중앙위회의중에 유례없는 훼방과 폭력이 발생한 배경이다. 중앙위라는 절차적 민주주의를 거쳤다는 사실보다 중요한 건 역시 당심과 민심이다. 그래서 절대다수당원들의 지지여론, 전국시도당위원들의 압도적 지지, 존경받는 전직당대표들의 견해, 시민사회단체원로들의 전적인 의견 등이 일치한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이미 당심과 민심은 진상을 가려보고 있으며 이를 통해 본질에 접근해 있다. 혁신비대위의 활동과 속도에 탄력이 붙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조덕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