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유희도 양날의 칼이다. 세상만사 양면이 있지만, 더욱 그렇다. <한국>의 중년남자들, <한국>만이 아니라 세계적현상이지만, 특히 인텔리들, 언어유희를 즐긴다. 이렇게라도 머리를 쓰고 변화를 줘 <꼰대>에서 벗어나고 치매도 피할수 있다면, 왜 나쁘겠는가. 문제는 언제나 그렇듯, 내용이다. 그릇된 내용이면 <아재개그>가 돼 비웃음을 살수밖에 없다. 이재명의 <END>가 그렇다.
생애처음으로 유엔에서 하는 연설이다. 유엔안보리의장까지 맡았으니 금상첨화다. 여기에 <관세전쟁>으로 생사의 기로에 있다. 트럼프측도 딜레마에 빠져 허우적대는 판이니 더 잘해야한다. 그렇게 해서 하는 연설이니 오죽 신경을 썼겠는가. 그렇게 해서 포인트로 넣은것인데, 이게 완전 삑싸리다. 앞에서 한 트럼프의 오버에 대비돼 나름 올라가던 이재명의 위신이 여기서 골로 갔다.
잘 알다시피, 9.23 유엔총회기조연설에서 강조한 <END이니셔티브>는 <교류(Exchange)>·<관계정상화(Normalization)>·<비핵화(Denuclearization)>의 앞글자를 딴것이다. 이것으로 코리아반도에서 <냉전>을 종식하고 평화시대를 열겠다는것인데, 배가 산으로 간것이다. 사공이 많아서일까, 이재명의 지능적한계일까, 하여튼 이것으로 끝내주는 연설이 된게 아니라 끝장낸 연설이 됐다. 조선에서 그래도 일말의 실낱같은 가능성을 봤는데, 딱 끝난것이다.
백보를 양보해 <피스메이커>·<페이스메이커>까지는 봐줄수 있어도, 이<END이니셔티브>는 절대로 봐줄수 없다는것을 정녕 모르는가. 본인의 언어유희감각에 실무진의 무지가 더해져 <희대의아재개그>가 탄생했다. 이것으로 <END>된것은 <냉전>이 아니라 남북관계개선의 마지막희망이다. 여전히 이해가 안되면 최근 김정은위원장의 연설을 읽어보라. 다 내다보고있다. 비핵화로 끝나면, 그냥 <비핵화이니셔티브>고, 윤석열이나 박근혜, 이명박과 본질적차이가 없는것이다. 유엔무대에서 제목을 쳤다.
조덕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