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의 생각’이 깊다면, 양보해야
‘안철수의 생각’이 깊다. 매우 인상적이다. 호남에서 지지율이 빠지기 시작하는 징후를 홀시하지 않았다. 이건 지엽적인 현상이 아니라 본질적인 변화다. 호남의 상징성도 중요하지만 유권자들의 단일화에 대한 불안감이 확산되면 치명상을 입게 된다. 이에 문재인의 제안을 바로 받아 전격적으로 회동하고 시원한 합의! 적절한 때에 적절한 수를 써서 국면을 전환시키는 능력, 이건 정치력의 중요부분이다. 안철수는 또다시 자신의 정치력을 입증했다.
돌이켜보면, 지난해 서울시장선거에 출마의지를 제때 제대로 밝혀 단숨에 압도적 지지율을 획득했다가 자기지지율의 1/10에 불과한 박원순에게 잠시 담판하고는 양보한 것, 올해 『안철수의 생각』을 내고 뜸을 들이다 출마선언을 한 것, 결국 지지율 하나로 국회의원1석의 후보가 그 127배가 넘는 당의 대선후보와 동등한 정치력을 가진 것, 그렇게 해서 후보등록일전 단일화합의로 자신에게 다소 불리한 모바일투표방식을 자연스럽게 제외시킨 것, 최악의 경우에도 최소한 책임총리제를 확보한 것, 계속 정당과 정치 혁신의 기수로 부각되어 어떤 경우에도 미래의 희망으로 상징되는 것 등 다 정치적 사색의 깊이를 보여준다.
이제 문재인과 안철수는 곧 다시 만나 새정치공동선언과 국민연대의 합의를 유권자들에게 밝히게 된다. 그 내용의 폭과 깊이가 두후보측의 연대의 폭과 깊이가 되고 두후보의 미래도 좌우하게 된다. 정치강령과 연대체는 당과 밀접히 관련 있는 만큼, 두후보측으로부터 각종 언론에서 바로 두후보의 신당합의에 대한 추측들이 나오는 게 결코 무리가 아니다. 정치강령과 연대체에 대한 합의는 곧 당에 대한 합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니, 두후보를 중심으로 향후 정계개편이 이뤄지는 하나의 흐름이 형성됐다고 봐야 한다. 이 흐름은 단일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는 순간, 강력한 추동력을 얻게 된다.
문재인과 안철수의 후보단일화방식은 여론조사와 정치적 담판만 남아 있다. 보기엔, 후보간담판이 보다 유력하다. 두후보의 스타일과 이미지에도 맞지만 이렇게 해야 두후보의 지지층을 고스란히 가져가며 유권자들에게 큰 감동을 주며 대선국면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안철수가 정말로 생각이 깊다면, 이렇게 가야 한다. 그리고 정치적 담판장에서 문재인에게 통이 크게 양보해야 한다. 그 다음 새정치공동선언을 구체화한 공약을 국민연대를 이끌며 안철수가 앞장서 강력한 선거운동을 전개한다. 대선승리를 향한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 가장 강력한 추동력이 바로 여기에 있다. 책임총리가 되든 안되든 안철수는 이후 가장 강력한 대선후보로 자리매김한다.
안철수가 양보해야 하고 양보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문재인이 단순히 연장자이어서가 아니라, 전통과 힘을 가진 당의 후보고 청와대비서실장이라는 정치적 경험이 있는 후보고 상대적으로 보다 준비된 후보이기 때문이다. 또 문재인을 밀어줄 때 두후보간 시너지효과가 더 크고 보다 위력적이기 때문이다. 만약 안철수로 단일화되면, 민주당에 입당하지 않은 한 적지않은 동요가 일어나고 입당하면 안철수가 가진 참신성이 반감된다. 박원순식 사후입당약속만으로는 부족하고 불안하다. 이미 안철수는 방향착오한 정당개혁안으로 스스로의 한계를 드러내보이지 않았는가.
문재인·안철수의 회동과 합의에 ‘이명박근혜’와 새누리당의 정신적 공황상태는 ‘개헌공약’으로 맞불을 놓을 수 있다는 식의 어리석음으로 드러나고 있다. 결선투표제나 독일식비례명부제에 기초한 책임총리제가 빠진 4년중임대통령제가 무슨 개혁이 되고 감명이 있겠는가. 공작의 달인 김무성식 색깔론이나 온갖 유치한 험담, 조중동과 방송사들의 물량공세로 문·안단일화효과를 상쇄할 수 있다는 판단 자체가 참 한심하다. 아측은 점수를 따고 타측은 점수를 잃으니 그 결과가 어떻겠는가. 물은 곬 따라 흐른다. 계속 이 기세로 죽 달리면 반드시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다.
조덕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