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는 노무현보다 나은가
안철수는 아무래도 대통령감으론 약하다. 백지연과의 인터뷰영상을 보니 확연하게 드러난다. 의사로, 프로그래머로, 기업가로, 교수로의 성공적인 변신과 겸손하고 성실한 자세가 돋보이지만 그뿐이다. 정치는 유시민이 설파했듯, 정글이다. 야수들과 싸워야 하는데, 때로는 상처도 입고 때로는 굴욕도 참아야 하는데 과연 그럴 수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도 기성의 보수언론들, 심지어 진보언론들도 말하지 않는 문제, 미국과의 관계를 잘 풀 수 있을 거 같지 않다.
노무현은 안철수보다 강했다. 청문회에서 전두환에게 명패를 던지고 그 복마전 같은 민주당에서 기적처럼 대통령후보로 당선됐다. 얼굴만 봐도 노무현이 훨 강해 보인다. 근데 그 노무현이 어찌 됐는가. 짤막한 유서 한장 남기고 부엉이바위에서 투신자살했다. 이명박패의 정치적 압박을 이기지 못하고 결국 죽음을 선택했다. 노무현주변을 치니깐 그렇게 했다. 노무현자신만 쳤다면 그렇게 안했을 거다. 비슷한 상황에서 안철수는 과연 이겨낼 수 있겠는지.
청와대에 들어가면서 노무현은 살아나올 수 있을지조차 확신하지 못했다. 청와대를 거미줄처럼 칭칭 감고 있는 미국과 친미파들의 힘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코리아에서 대통령직이 스스로 모든 걸 결정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님을 노무현은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국민의 여론’이라는 명분을 대며 적당히 타협했다. 대북송금특검수용이나 국보법개폐포기, 자유무역협정지지의 입장이 다 이런 맥락에서 나왔다. 애초에 미국의 힘을 이용하겠다는 생각 자체가 없었을 거다. 그저 가능한 껏 개혁을 이뤄 형편이 좀 나아지면 다행이라고 되뇌였을 거다.
지금 안철수가 노무현보다 잘 할 거라고 누가 자신하겠는가. 안철수도 매우 총명하고 참 성실한 사람이지만 노무현도 못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고졸에 변호사가 되고 정치인이 돼 결국 대통령이 됐다는 경력은 노무현이 결코 안철수에 뒤지지 않는 성공신화의 주인공임을 말해준다. 허나 노무현이나 또다른 성공신화의 이명박의 집권과정이 보여주듯, 남코리아에서 최고지도자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결코 세속적인 성공신화가 아니다. 민족과 민중을 중심에 놓는 관점과 정치·전략전술적 수완, 그리고 조직력을 가지고 있어야 겨우 뭔가를 이룰 수 있는 최소조건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다.
더욱이 코리아반도는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일촉즉발의 상황이고 세계열강들의 각축전이 벌어지는 가장 치열한 군사·외교전선이다. 의사·프로그래머·기업가·교수의 경력으로 쉽게 덮을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김대중 같은 카리스마 있고 노련한 정치인도 결국 힘 한번 제대로 써보지도, 세상을 크게 바꾸지도 못하고 가버리지 않았는가. 등락을 반복하는 지지율보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덕목이 뭔가를 깊이 성찰할 때다. 그런 의미에서 안철수에게는 가장 중요한 자질이 빠져 있다.
다만, 안철수가 어쨌든 반‘이명박근혜’ 전선에 함께 한다든지, 박근혜를 누를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준다든지, 중간층이나 심지어 보수층까지 망라해 야권단일후보에 몰아줄 수 있다든지, 이미 박원순에게 사실상 시장직을 양보했다든지 하는 긍정성이 있음을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아직 대선까지는 큰 변수가 너무 많아 안철수와 관련해서도 더 지켜봐야 한다. 중요한 건 안철수변수가 반‘이명박근혜’후보의 승리에 기여하도록 흐름을 만들어나가는 거다. 특히 민주당과 그 대선후보가 주의해야 할 지점이다. 문재인과 김두관, 이해찬의 관련된 발언에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전혀 다른 이야기 하나, 안철수는 한때 4년내내 직원들 월급 주는 게 힘들어 고통스러웠는데, 1999년 CIH(체르노빌바이러스)사건으로 비로소 흑자로 전환했다는 일화를 공개했다. 그러면서도 이때 시장이 4배 커져 그 이전까지의 1위는 의미가 없어져 새롭게 시작하고 도전해야 했다고 회상했다. 결국 큰 변수에 얼마나 준비돼 있었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인상적이다. 전쟁이냐 항쟁이냐 선거냐, 이 3갈래길에 서있다고 보는 사람들이 유념해야 할 교훈이 아닌가 싶다. 결국 준비한 만큼 이루는 거다. 당연하다.
조덕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