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에게 해로운 정치인이 됐다”
핵심은 기회주의다. 분파주의는 다 있다. 한쪽의 분파주의에 기초한 패권주의, 이게 사달을 일으킨 근본원인의 하나다. 허나 다른 한쪽에는 분파주의에 기초한 분열주의, 이게 지금 사달을 일으키고 있는 거다. 중앙위연단위에서의 폭력도 문제지만 당을 깨는 ‘폭력’은 차원이 다르다. 문제는 이러한 당파괴행위의 근저에 있는 기회주의다. 지금 당을 깨고나가자는 주장의 앞장에 선 참여계가 유의할 점이다.
커피의 종류나 커피심부름이 초점이 아니다. 커피나 커피의 종류를 초점으로 만드는 조중동류의 유치하고 악질적인 왜곡보도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심부름, 이것도 지금 당사태의 과정에서 보인 지도급인사들의 수많은 문제점을 볼 때, 결정적인 흠결은 아니다. 그만큼 민감하고 첨예하니 별별 쟁점이 다 형성되는 거지만 문제의 본질은 이게 아니다. 양측 다 바닥을 드러내보이고 있고, 이렇게 ‘유치찬란’한 두 세력에게 과연 정치적으로 미래가 있는가 싶지만, 하여튼 아니다.
다만 분열주의를 낳는 기회주의문제는 심각히 짚지 않을 수 없다. 원칙과 기준이 없어서다. 원칙과 기준은 상식이나 조중동언론에서 왜곡시킨 여론이 아니다. 철학과 역사에 기초한 어떤 바람에도 흔들리지 않는 반석같은 정치철학, 정치신념이다. 아마 당은 수단에 불과하니 필요하면 만들 수도 있고 깰 수도 있다 생각하는 거 같다. 그렇게 볼 수 있다. 허나 1년도 안돼 이정도의 변수로 그러는 건 아니라는 생각도 있어야 한다. 이런 생각이 모자란 그 근저에 어떤 사상이 있는가를 묻고 싶다.
분열주의·기회주의의 근저에는 자유주의가 있고 그 근저에는 개인주의가 있다. 결국 집단주의와 개인주의의 사상적 차이다. 진보와 보수의 이념차이란 본질상 이것이다. 궁극적으로 집단주의적인 사회를 지향하는 사람들이냐 아니냐의 차이다. 지금 문제가 되는 두 대표적인 분파들에게 하나는 집단주의사회를 지향하되 집단주의가 몸에 배지 못해 문제고 다른 하나는 그 지향성마저 없다는 게 문제다. 따라서 둘이 똑같다는 비판은 공정하지 못하다. 눈에 들어간 ‘티눈’과 ‘들보’의 차이가 있다.
말이 그럴듯해 중산층이고 중도지, 소자산계급의 계급적, 사상적 한계다.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사이에서 이 눈치 보고 저 눈치 보고, 때로는 여기 붙고 때로는 저기 붙고. 기회주의의 계급적 근원이 여기에 있다. 이 계급적 한계를 사상적으로 극복해야 하는데, 말처럼 쉽지 않다. 분당이 그 객관적 잣대로 된다. 이 가장 중요한 실천이 그간 한 어떤 말보다도 그 사상적 본질을 드러내보이는 결정적 기준이다. 정말 노동계급에 기반하고 진보적 이상사회를 지향하는가는 이 때 드러난다.
진보당내에 한심하고 유치한 사람들만 있다고 착각하지 말아야 한다. 그간 당을 휘젓고 보니 만만해 보일지 모르지만 민주노총의 지지철회나 민주당의 연대포기가 있으니 다 죽어보이지만, 다 현상만 보는 거고 근시안이다. 진보당, 진보운동의 저력은 결코 미약하지 않다. 그렇게 쉽게 죽지 않는다. 그래서 파쇼폭압도구들의 광폭한 탄압에도 줄기찬 투쟁흐름을 이어온 거고 언젠가는 반드시 진보집권의 새장을 열어젖히게 되는 거다. 국가보안법과 수구꼴통들의 직접적이고 야수적인 탄압을 겪어보지 못한 세력들은 그저 온실속의 화초일 뿐이다.
박원순의 『국가보안법연구2』를 보았는가. 그 책에 나오는 수많은 정치사형수들의 사례를 찬찬히 읽어보라. 자주통일과 민주주의를 위해 외세와 그 주구들인 군사파쇼통치배·신자유주의모리배들과 맞서 반백년 넘게 목숨을 잃고 피를 흘리며 싸워온 이 땅의 진정한 진보주의자들의 전통이 진보당의 역사에 계승돼 있다. 지금 진보당의 일부가 보여준 유치한 모습으로 모든 걸 쉽게 생각하고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 한다. 문제는 어디든 있다. 진보당이 처한 악조건까지 객관적으로 보고 신중하게 결정하라. 정치를 계속하려면 그래야 한다.
“국민에게 해로운 당이 됐다”, 이 말은 ‘막말’이 아니라 ‘망언’이다. 유시민의 이 망언에 비하면 요즘 이종걸의 ‘막말’과 지난 총선 때 논란이 된 김용민의 ‘막말’은 다 양반이다. 진보당이 국민에게 해로운 당이라니, 이건 조중동수준이 아닌가. 지난 분당 때 조승수가 조선일보와 인터뷰하더니 유시민도 딱 그 수준이다. 유시민의 진정성이나 수완을 긍정적으로 보려 노력했는데, 지금 분당을 선동하며 일삼는 망언을 보니, 다 부질 없는 짓이었음을 통감한다. 이런 망언을 하는 순간 “국민에게 해로운 정치인이 됐다”는 걸 알아야 한다. 기회주의정치인에 대한 민중과 역사의 평가가 이 외에 달리 될 수 있겠는가.
참여계까지 망라하는 혁신재창당이 되려면 이런 망언, 그 근저에 깔린 사상적 한계, 그 바탕을 이루고 있는 계급적 한계를 다 진심으로 총화해야 한다. 유시민과 참여계는 통합하는 순간에 전제가 된 그 한계들을 제대로 총화하지 못했다. 총선을 전후해 진보당내 일부세력의 문제점이 초점이 됐지만, 우리에게는 조중동과 수구꼴통들의 ‘종북척결소동’이라는 매카시즘을 걷어내고 지금 당을 파괴하는 분열·기회주의자들의 선동과 비교해보면, 겨 묻은 개와 똥 묻은 개로 보일 뿐이다. 감히 노동계급이나 진보를 운운하지 마라. 커피종류나 심부름여부가 아니라 그 분열·기회주의가 문제라는 본질을 흐려보지 마라.
조덕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