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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드러나거나 일어나거나

드러나거나 일어나거나

 

원수칭호는 자연스럽다. 차수들을 지휘하는 최고사령관이기 때문이다. 군대에서 계급은 지위가 규정한다. 최고의 지위에는 응당 최고의 계급이 수여돼야 한다. 역사적으로 스탈린·김일성·김정일 이 3인의 대원수칭호가 돋보인다. 그만한 군사적 업적이 있다고 객관적으로 판단돼야 어울린다. 북에서 원수칭호를 받은 사람으로 오진우·최광·이을설이 있다. 차수칭호는 셀 수 없이 많다. 칭호만 봐도 군사강국임이 드러난다.

김정은원수. 일감은 전쟁준비의 완료다. 준비의 핵심은 실력이지만 형식도 중요하다. 내용·실력이 형식을 규정하고 형식이 내용·실력을 추동한다. 김정일국방위원장이 총비서직위를 3년상을 치른 후 승계하는 거와 김정은당중앙군사위부위원장이 총비서직위를 바로 승계하는 거는 조건이 다르기 때문이다. 지위가 추동하는 힘이 상대적으로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북코리아의 군대와 인민에게는 우려를 없애고 북코리아를 반대하는 외부세력에게는 기대를 없애는 효과가 있다.

이영호의 모든 직위해임. 역시 전쟁준비의 완료와 관련 있어 보인다. 북에서 인사는 남이나 부르주아국가의 그것과 전혀 다르다. 뭐 눈에는 뭐만 보인다고 모든 걸 권력쟁투로 바라보는 보수언론들의 분석은 일단 무시하고 보는 게 좋다. ‘사임’보다 ‘해임’이라는 표현에 뭔가 문제가 있어 그렇게 됐다는 뉘앙스가 담긴 건 사실이다. 조명록총정치국장은 생애 마지막순간까지 정치국상무위원직을 유지했다. 허나 김정은시대가 김정일시대와 다른 조건에서 시작됐다는 걸 유념해야 한다.

북이 ‘신병관계’라고 했으면 말 그대로 건강문제일 가능성이 높다. 70세라는 고령의 나이, 김정일총비서의 서거로 받은 충격, 올 상반기의 격동적 정세에 따른 격무 등 충분히 이해될 요인이 많다. 만약 건강문제가 아니라면, 만경대혁명학원출신에 김일성군사종합대학스승·평양방어사령부상관이라는 김정은최고사령관과의 깊은 인연과 각별한 신뢰관계로 볼 때, 특수임무를 맡았을 수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정치국상무위원직을 동시에 수행하기에 부적합하면서도 이를 대체할만한 중요한 역할이 과연 무엇이겠는가.

전쟁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 했으니, 두가지 중 하나다. 전쟁이 끝났든지 전쟁이 곧 시작되든지. 이영호직위해임이 15일, 현영철차수칭호수여가 16일, 김정은원수칭호수여가 17일. 이 일련의 과정은 그 직위해임이 어느날 아침에 갑자기 결정된 게 아님을 보여준다. 지난 4월 최용해의 경우처럼이라면 차수칭호는 곧 직위상의 변화로 이어진다. 그것이 총참모장인지는 지켜볼 일이다. 김정은시대의 정치국상무위원은 판단만이 아니라 그에 걸맞는 국가직위를 함께 가지고 집행까지 담보하는 경향을 띠고 있다.

김정일시대에도 전쟁중에 장수를 바꾼 일이 있다. 2008년 8월에서 2009년 6월까지 10개월동안 북미간에 건곤일척 군사적 대결상태가 벌어졌을 때인 2009년 1월에 총참모장이 김영춘에서 이영호로 전격 교체됐다. 혹 이 경험에서 김정은최고사령관이 보고 배웠다면, 현정세는 2009년 4월과 같은 대공세가 곧 일어나기 직전이라고 봐야 한다. 역발상이 장기인 북은 오히려 전쟁중에 장수를 바꾸고 키운다. 강건의 죽음 때문이긴 했지만, 김일성주석도 전쟁중에 젊은 남일을 총참모장으로 임명하고 키웠다.

이렇게 보면, 이영호전총참모장은 김정일최고사령관의 총참모장중 한사람으로 되고 새총참모장은 김정은최고사령관이 임명하고 육성하는 첫총참모장이 된다. ‘사임’이 아니라 ‘해임’이라는 표현도 특별한 구상을 가지고 인사권을 적극 행사했다는 의미로 이해할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북에서 김정은최고사령관의 절대적 지위와 결정적 역할이 확인된다. 이는 김정은시대로의 신속한 전환이 사회 전분야에서 인사로 나타나리라는 징후로도 풀이된다. 이미 지난 4월에 정치분야에서 그렇게 했고 지금 군사분야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거로 읽힌다.

북은 2012년을 행사가 아니라 투쟁의 해로 준비했다. 사실 이는 북의 일관된 원칙과 경향으로 볼 때 오히려 당연하다. 그리고 그 준비기관과 진행과정을 볼 때 상상이상의 목표를 가진 투쟁이다. 김정일총비서의 서거라는 예기치 않은 대변수까지 반영해야 하는, 북코리아역사이래 가장 크고 복잡한 전쟁이다. 이미 승부가 난 거로 보이지만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여전히 ‘성과 아니면 싸움’이라는 구도는 유효하다. 지난 3일간에 내려진 일련의 결정은 이 과정·결과의 본질이 비껴있는 중요한 단서임에 틀림이 없다. 곧 아주 큰 뭔가가 드러나거나 일어나리라 보인다.

 

조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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