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핵보유국’ 선언하다
프랑스 파리에는 두개의 인상적인 동상이 있다. 하나는 블륨(Léon
Blum)동상인데, 뻬헤라쉐즈묘역과 바스티유광장 사이의 레옹블륨광장에 있다. 잘 알다시피, 뻬헤라쉐즈묘역은 우리의 광주망월동묘역처럼 진보세력에게는 성지와 같다. 1871년 파리꼬뮌의 전사들이 마지막 전투를 벌이며 장렬히 전사한 현장이 있다. 이 가슴아픈 상처를 밝은 양상으로 형상한 「체리의 계절」의 시인 졍 바티스트 끌레망도 그 근처에 안장돼 있다. 그리고 1789년 프랑스대혁명의 상징인 바스티유광장. 그 사이에 프랑스 반파쇼인민전선의 지도자로서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처럼 프랑스가 파쇼국가가 되지 않도록 막아낸 레옹 블륨의 광장과 동상이 있다. 흡사 김구선생을 보는 듯 바람에 옷자락을 날리며 당당하게 서있다.
다른 하나는 드골(Charles
de Gaulle)동상인데, 샹젤리제거리에 있다. 블륨보다 작은 게 오히려 인상적이고 군복입은 모습이 역시 돋보인다. 1968년혁명으로 쫒겨나던 시절의 드골보다 역시 히틀러군대에 점령당한 프랑스조국을 구원하기 위해 투쟁하던 시절의 드골이 사랑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만으로 동상까지 세워지기에는 뭔가 부족함이 있다. 드골에게는 1967년 나토(NATO)에서 탈퇴하는 등의 자주외교노선과 함께 프랑스를 핵무장시키며 영원히 침략당하지 않는 강국으로 세운 불멸의 업적이 있다. 프랑스는 주로 핵잠수함전력을 중심으로 핵무장력, 핵자위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핵보유국이란 강국의 상징이다. 역사적으로 군사강국은 곧 정치강국이고 경제강국이다. 국방이 강하면 일단 외침을 받지 않으며 효율적으로 국방비를 절약하며 경제를 발전시킬 수 있고 그만큼 정치가 안정된다. 보수적인 군사전문가들도 핵전력은 적은 비용으로 최대의 국방효과를 낼 수 있는 효율적인 전략임으로 부인하지 않는다. 사실 상식적인 견해로서 진보와 보수를 떠나 국민들은 핵보유국을 힘으로, 긍지로 생각한다. 프랑스도 그렇고 미국도 그러며 중국도 인도도 다 그렇다. 일본도 호시탐탐 핵무장을 노린다는 사실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비핵화는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 다만 ‘온 세계의 비핵화’여야지 어느 한 나라만의 비핵화란 어불성설이다. 핵강대국들의 위협과 다양한 난관에도 불구하고 어렵게 핵보유국이 됐을 때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거다. 수교가 안된 적대국가에서 매년 십여차례나 핵전쟁을 가상한 공격적 군사연습을 벌이고 전술핵무기를 1000개나 배치하며 언제든 대륙간탄도미사일, 핵잠용미사일로 핵미사일공격을 해올 수 있는 조건일 때, 어떻게 해야 하겠는가. 원인이 없는 결과란 없다. 먼저 싸움을 걸며 공격한 측은 나무라지 않으면서 나중에 자위적으로 맞대응한 측만 비판하는 건 전혀 공정하지 않다.
북이 드디어 ‘핵보유국’을 선언했다. 헌법서문에 명기했으니 이제는 미국백악관에서 인정할 수 없다느니 하는 논평 따위로 부정될 리 만무하다. 북은 ‘핵보유국’선언도 참 독특하고 인상깊게 한다. 오랫동안 운을 떼고 주어진 계기를 결코 놓치지 않으며 양적 축적을 하더니 마침내 격동하는 2012년에 봄우뢰로 터뜨린다. 일단 북미간의 군사정치대결전에 활용된 일종의 군사적 공세의 일환으로 해석된다. 4.7미고위급방북에 이은 4.23특별작전행동소조통고가 예고하는 큰 정세변화가 임박한 국면에서 ‘핵보유국’선언은 미국에 대한 또다른 강한 압박이다. 물론 이후 선보일 카드들에 비하면 가장 약한 카드로 보이지만.
조덕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