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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삼성본관 앞, 첫 합법 노조집회 열려 … 유령집회 관행 깨지나

삼성본관 앞, 첫 합법 노조집회 열려

유령집회 관행 깨지나 … 길 건너 집회반대 시위



삼성본관 앞에서 사상 처음으로 노조집회가 합법적으로 개최됐다.


23일 서울행정법원 14부(재판장 진창수)는 삼성일반노조가 서울 서초경찰서장을 상대로 낸 ‘옥외집회금지통고처분취소소송집행정지신청’을 받아들여 이날 삼성본관앞에서 ‘삼성반도체 백혈병 사망노동자 고 황민웅 7주기추모집회’를 열도록 허용했다.


현행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을 보면, 시간·장소가 겹치는 복수의 집회가 신고될 경우 관할 경찰서는 나중에 접수된 집회·시위에 금지를 통고할 수 있다.


기업은 이 규정을 악용하여 지금까지 노조집회를 ‘합법적’ 방식으로 사전에 차단해 왔는데 용역직원 수십명을 고용해 본관 앞 ‘유령집회’를 노조원들보다 먼저 관할경찰서에 신고함으로써 노조집회를 막아온 것이다.


삼성일반노조의 이번 추모집회도 이런 이유로 금지통고를 받았지만, 이날 법원의 허가결정으로 집회를 열 수 있었다.


재판부는 “집회 불허로 인해 삼성노조에 발생할 손해를 예방하기 위해 긴급한 필요가 있다고 인정되고, 집회 허용으로 인해 공공복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정취지를 설명했다.


삼성본관 앞에서 처음으로 열린 합법적 집회에는 고 황민웅씨의 아내 정애정씨를 비롯해서 삼성일반노조, 용산참사유가족, 전철연, 추모연대, 대학생나눔문화 등이 참여했다.


정애정씨는 “이 자리는 남편(황민웅씨)의 추모를 위한 자리지만 그 뒤에는 150명이 넘는 더 많은 삼성 산업재해피해자들이 있다”면서 “삼성자본과 그 총수 이건희가 젊은 노동자들을 가차없이 죽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그녀는 길 건너에서 벌어지는 삼성직원들의 피케팅을 지칭하며 “진짜 삼성직원인지 삼성이 산 용역인지 모르지만 저런 사람들을 보면 오히려 더 힘이 난다”면서 “저들이 더 열심히 싸우라고 나를 채찍질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추모연대 김명운의장은 “산업재해는 돈이 없어 안전시설을 설치하지 못하는 영세공장에서만 일어나는 일인 줄 알았는데 돈을 수조원씩 벌어들이면서 노동자들을 계속 죽이는 기업이 자신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이건희회장을 “잔인하고 양심이 없는 존재”라고 성토했다.


삼성일반노조 김성환위원장은 “86년 사망한 고 김영란씨 이래 벌써 57명의 노동자가 사망했고, 150명이 넘는 산업재해제보가 이어지고 있다”며 “우리가 하는 요구는 대단한 것이 아니라 노동자가 일회용 종이컵이 아니라는 것과 더 이상 죽이지 말라는 것”이라며 삼성의 태도변화를 촉구했다.


한편 집회현장 건너편에서는 “집회 소음이 업무를 방해한다”는 반대피켓을 든 삼성 직원들의 시위가 벌어지기도 했다.


서기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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