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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일성김정일주의’, 오늘의 북을 이해하는 키워드

‘김일성김정일주의’, 오늘의 북을 이해하는 키워드

4.11당대표자회를 분석한 글이 너무 없다. 조직중심의 분석이 돋보이는 글이 한편 공개된 것 외에는 찾아보기 힘들다. 남의 북에 대한 연구의 수준과 폭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할 수 있다. 가령 이번에 개정된 당규약서문에 등장하는 ‘김일성김정일주의’라는 표현을 예사롭게 다루고 있는데, 적어도 북연구자라면 북의 ‘사상에서의 변화’만큼은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그냥 넘기지 말아야 한다. 북을 이해하고 분석하는 키워드기 때문이다. 이 글에서는 칼럼이라는 제한성을 감안해 간략히 맥만 짚으려고 한다.

북의 지도사상의 변화는 한마디로 ‘주체사상→김일성주의→주체사상→김일성김정일주의’라고 요약될 수 있다. 처음 1960년대에 사용된 ‘주체사상’은 ‘북에 창조적으로 구현된 맑스레닌주의’라는 의미였다. ‘창조적 구현’의 구체적 내용으로는 ‘자주, 자립, 자위의 노선’과 ‘혁명적 군중노선’이 제시됐다. 구체적으로 정치에서의 자주, 경제에서의 자립, 국방에서의 자위의 노선과 항일유격대식 사업방법, 사업작풍에 기초한 청산리정신, 청산리방법과 대중적 공산주의운동으로서의 천리마운동을 말한다.

김정일총비서가 후계자로 등장한 후, 1974년 2월19일 「온사회를 김일성주의화하기 위한 당사상사업의 몇가지 과업에 대하여」노작(work)에서 김일성주석의 혁명사상은 ‘김일성주의’이며 김일성주의는 ‘주체의 사상, 이론, 방법의 전일적 체계’라고 정식화된다. 이때부터 김일성주의는 단순히 북코리아판 맑스레닌주의가 아니라 그 원리와 구성, 내용에서 질적으로 구별되는 독창적인 사상으로서 규정된다. 이에 기초해 ‘온사회의 김일성주의화’라는 조선노동당의 최고강령이 제시되고 ‘수령의 유일사상체계, 유일적 영도체계’라는 독특한 리더쉽이 형성된다.

그러다가 김총비서의 혁명과 건설에서의 실천적 경험이 쌓이고 이에 바탕한 사상이론활동이 심화되면서 ‘김정일주의’라고 불러야 하는 사상이론적 업적이 나타나게 됐다. 허나 김총비서는 “김정일주의는 아무리 파고들어야 김일성주의밖에 없다”며 김정일주의라는 명명을 강력히 반대했다(「위대한 김정일동지를 우리당의 영원한 총비서로 높이 모시고 주체혁명위업을 빛나게 완성해나가자」, 김정은, 2012.4.6). 여기에는 김정은제1비서의 표현대로, ‘한없이 겸허’한 김총비서의 품성이 결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김총비서가 자신의 동상을 세운다든지 하는 일들을 극력 반대했다는 일화는 수없이 많다.

1982년 3월31일 김총비서의 대표적인 노작 「주체사상에 대하여」가 발표됐다. 이 노작이 발표되면서 비로소 주체사상이 완성됐다고 할 수 있다. 북의 공식적 견해에 의하면, 주체사상은 1930년 6월30일 김일성주석이 카륜회의에서 노작 「조선혁명의 진로」를 발표한 때 창시됐고, 주체사상은 피억압·피착취 민족·민족이 주인으로 등장한 주체시대의 사상이론적 반영이다. 당연한 말이지만, 사상은 한 순간에 창시되고 완성되지 않는다. 시대의 실천적 경험을 사상이론적으로 총화하며, 창시부터 완성까지 50여년의 세월이 요구된 셈이다. 김총비서는 이 노작에서 주체사상이 혁명과 건설을 사대주의와 교조주의를 반대하여 자주적이고 창조적으로 전개하는 원칙과 종파주의에 반대하여 대중속에 들어가 대중을 교양하고 조직하며 동원하는 원칙에서 출발했음을 특별히 강조한다.

한편 「주체사상에 대하여」에서는 주체의 사상, 이론, 방법의 전일적인 체계를 ‘김일성주의’ 대신 ‘주체사상’이라고 명명해 중요한 변화를 보인다. 김주석의 혁명사상을 김일성주의가 아닌 주체사상으로 새롭게 규정한 것이다. 북의 공식적 견해에 의하면, 여기에는 김일성주석의 혁명사상이 맑스·레닌의 혁명사상의 혁명적 진수를 계승하면서도 그 사상이론적 제한성과 시대적 미숙성을 극복하며 새로운 차원의 완성된 철학의 근본문제, 근본원리와 그에 의거한 사상, 이론, 방법의 전일적 체계로 정립, 완성됐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이때부터 김주석의 혁명사상은 주체사상으로, 맑스레닌주의와는 완전히 구별되는 독창적인 혁명사상으로 규정된다.

맑스레닌주의철학의 근본문제와 근본원리는 세상에 널리 알려져 있다. 맑스레닌주의철학은 물질과 의식의 관계라는 근본문제에 대하여 세계는 물질로 이뤄져 있다는 유물론의 근본원리를 밝혔다. 허나 그 물질세계가 끊임없이 변화발전한다는 변증법의 근본원리는 이 철학의 근본문제에서 바로 나오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반면 주체철학은 사람과 세계의 관계라는 새로운 근본문제를 내놓고 사람이 모든 것이 주인이고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새로운 근본원리를 밝혔다. 북이 맑스레닌주의의 사상이론적 제한성을 주체사상이 철학의 근본문제와 근본원리에서부터 극복하였다고 강조하는 것은 학문적 견지에서 매우 흥미롭다.

가지를 치는 말인데, 북의 철학과 견해만큼은 학문적인 견지에서 자유롭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 북의 철학을 연구하지 않고서는 북의 이론과 전략을 이해할 수 없으며, 북을 대하는 원칙과 입장, 대북정책을 바로 세울 수 없다. 북이 남을 연구하는 만큼 남이 북을 연구하지 않기 때문에 남은 북에 번번이 당한다. 남에게 북은 적어도 같은 민족으로서 통일의 대상이다. 남이 북과 뗄 수 없는 관계인 한 북에 대한 연구는 필연적으로 전개해야 한다. 국가보안법의 이현령비현령식 잣대를 들이대며 진보이론가들에게 찬양고무죄를 적용하는 한심한 작태로는 발전이 있을 수 없다. 북에 대한 연구는 철학과 역사를 양대기둥으로 해서 사회의 모든 분야에 걸쳐 전면적으로 전개돼야 한다.

1994년 7월8일 김주석의 서거 이후에는 김주석의 사상이론활동도 멈출 수밖에 없다. 그 뒤로 2011년 12월17일까지 17년 넘게 전개된 김총비서의 객관적인 사상이론활동을 ‘김정일주의’가 아닌 다른 무엇으로 부르기는 곤란하다. 가령 1995년 1월1일의 다박솔초소를 현지지도한 이래 ‘고난의행군’ ‘강행군’을 거치며 쌓아올린 ‘선군혁명영도’의 사상이론적 총화로서의 ‘선군혁명론’ ‘선군정치론’은 전적으로 김총비서의 사상이론이다. 김총비서는 주체사상처럼 선군사상의 창시자가 김일성주석이라고 내세우지만 선군의 기치아래 진행된 실천을 반영한 이론을 김정일주의에 포함시키는 것은 사실 상식적이다.

북의 공식적 견해에 의하면, 김총비서가 1970년대부터 줄기차게 제시한 ‘사상론’과 ‘수령관’도 김정일주의의 중요내용이다. ‘사상이 모든 것을 결정한다’는 사상론과 ‘수령에 대한 견해와 관점의 전일적인 체계’로서의 수령관은 북의 문을 여는 열쇠가 된다. 북의 공식적 견해에 의하면, 현대제국주의이론, 식민지반자본주의사회론,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론, 주체사회주의건설론, 주체당건설론, 세계자주화론 등 김정일총비서의 사상이론활동은 김주석 못지않다. 북은 특히 김총비서가 주체사상과 선군사상을 정립, 완성했다고 집중적으로 부각하고 있다.

김정은제1비서는 4월6일 당중앙책임일군들과의 담화에서 김정일주의를 강조하며 곧 열릴 제4차당대표자회에서 당규약서문을 개정하여 김일성김정일주의를 정식화하고 공식화할 것을 제기했다. 당연히 이 제기는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당대표자회를 거쳐 당규약서문에 명문화된다. 그렇게 해서 공식적으로 처음 김일성김정일주의가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레닌주의의 기초」(1924)라는 노작을 스탈린이 아니고 누가 발표하겠는가. 김제1비서가 후계자로서의 본분을 잊지 않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김제1비서의 감추어진 사상이론적 자질과 능력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한편 주도면밀하게도 당규약서문은 ‘주체사상’이라는 표현도 잊지 않았다. 주체사상이자 김일성김정일주의고 김일성김정일주의자 주체사상이라는 뜻이다.

잘 오해하는 것 하나, 1974년 2.19노작에서는 주체사상을 ‘주체의 사상’으로 좁게 규정했는데, 1982년 3.31노작에서는 주체사상을 ‘주체의 사상, 이론, 방법의 전일적 체계’로 넓게 규정한 데 유의해야 한다. 모든 것은 경우에 따라 달라진다. 개념을 협의로 사용할 때와 광의로 사용할 때를 구별하는 것은 문맥을 파악하거나 배경을 이해하는데서 매우 중요하다. 김총비서는 언제나 김일성주의를 김정일주의가 내포된 넓은 의미로 사용했으나 김제1비서는 김일성김정일주의라는 표현에서는 적어도 김정일주의를 내포하지 않은 좁은 의미의 김일성주의를 사용하고 있다. 김일성주의를 넓은 의미로 사용할 때는 김일성김정일주의를 말한다. 김일성주의자 김일성김정일주의고 김일성김정일주의자 김일성주의라는 뜻이다. 어려운가?

조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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