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 없이 단결 없다
진보진영의 대선구도가 잡혔다. 통합진보당은 이정희와 민병렬의 경선. 진보당이 대선후보를 내는 건 조직·정치·재정적으로 의의가 크다. 당연히 내야 한다. 문제는 후보들의 혁신의지다. 이정희를 낸 구당권파는 오히려 이전보다 패권적이라는 비판이다. 중앙당·도시당에서 자기들을 비판했다는 사람들을 노골적으로 내몰고 있다. 그러니 이정희를 지지하는 건 구당권파의 이런 패악질을 밀어주는 셈이 된다. 이 그룹의 혁신이 없이는 이 그룹을 중심으로 전당원이 단결하는 일도 없다.
그렇다고 민병렬을 지지하자니, 답답하다. 일단 이 부울경파는 먼저 지난 시기 강기갑지도부의 발목을 잡으며 과감한 혁신을 지체시키고 결국 좌초시킨 잘못을 제대로 총화해야 한다. 지역에서 패권적이라는 비판에 대해서도 철저히 반성해야 한다. 그런 건 없이 ‘혁신’을 외치는데 동의하고 감동받을 일반당원은 거의 없을 거다. 한마디로 구당권파와 ‘오십보 육십보’로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번 출마가 이후 대표경선, 패권경쟁을 위한 사전포석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공약에서 혁신의 내용이 너무 빈약한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민병렬, 부울경은 단결의 중심을 노리기 이전에 진정한 혁신부터 이뤄야 한다.
안타깝게도 노진사가 진보정의당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노진사가 민주노총새정치특위가 제역할을 못하고 연석회의가 노동자후보를 내오지 못하며 노진사의 지역조직건설도 어려워지자 보다 우경적인 당에 투항하는 셈이다. 마치 사민주의세력이 소련이 무너지자 ‘제3의길’로 우경화되는 걸 보는 듯해 참으로 씁쓸하다. 그 안에 들어가서 견인하겠다고 하지만, 여태까지 이런 식으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다 비슷한 소리를 했다. 호랑이굴에 들어가서 호랑이를 잡을 지 호랑이에게 먹힐 지는 오직 결과가 말해줄 뿐이다.
연석회의가 염두에 둔 노동자민중의 단일후보감들인 김진숙, 단병호, 김상돈이 모두 강하게 거절했다. 더구나 민주노총이 하반기대중투쟁과 조직내이견으로 정신이 없다. 그러니 통합진보당, 진보신당, 진보정의당과 같이 당들처럼 연석회의가 발빠르게 움직이질 못하고 있다. 이렇게 되면 연석회의가 후보를 내어 진보정당들을 압도하거나 진보정당후보들까지 모아 단일화하는 게 무척 어려워진다. 연석회의가 1997년 국민승리21 같은 역할을 해야 하는데,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통합진보당의 이정희·민병렬, 진보신당의 홍세화, 진보정의당의 심상정, 여기에 변혁모임의 김소연·이호동·김정우가 있다. 이들 중 앞의 세당의 후보들은 진보의 독자성을 견지하면서도 완주에 대해서는 야권연대나 박근혜후보의 낙선을 위해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허나 변혁모임은 선거 끝까지 가겠다는 데서 차이가 크다. 다만 변혁모임은 너무 미약해서 그 완주가 대세에 영향을 주지 못한다. 이번 대선에서 진보세력의 기본목표는 그 독자성을 힘있게 부각하면서도 연대성을 세련되게 구현하는 거다. 진보세력의 후보들이 난립하며 서로 견제하면서는 불가능한 목표다.
잘 알다시피, 혁신은 통합진보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다른 당들도 노선상, 작풍상 한계와 오류를 시정해야 희망이 있다. 당의 강화와 민중의 지지를 다른 방법으로 찾을 순 없다. 가장 큰 정치마당인 대선에서 후보들을 내는 데만 급급하지 말고, 민심과 시대의 요구에 화답하는 큰 정치를 해야 한다. 혁신 없이 단결 없고 단결 없이 승리 없다. 진보세력이 여러당, 여러후보로 분열되면 대중도 분열되고 그런 분열로는 승리할 수 없다. 오늘 진보정당들·진보세력들에게 ‘혁신과 단결’만큼 절박한 과제는 없다.
조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