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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분파·패권주의는 당을 침체시키지만 분열·기회주의는 당을 해체시킨다

분파·패권주의는 당을 침체시키지만 분열·기회주의는 당을 해체시킨다


 


통합연대가 옳게 판단했다. ‘블록’을 강조했으나 초점은 탈당반대다. 이미 집 나가면 고생이라는 걸 뼈저리게 체험한 터다. 지난 과정을 보면 대체로 통합연대가 중심을 잘 잡는다. 참여계는 탈당여론이 좀 강한 듯하다. 그도 그럴 게 이미 탈당하고 있다. 다들 나가면 탈당결정이고 뭐고 할 거도 없다. 그래서 나온 게 ‘당안팎’에서 사업하겠다는 거다. 당연하다. 다만 ‘민주당입당’ 이야긴 안해야 한다. 이건 정체성이 진보가 아니라는 자기고백밖에 안된다. 안할 말을 하면 말을 잃어버리고 할 말을 안하면 사람을 잃어버린다고 하지만, 안할 말을 하는데 사람이 붙어있을 리 없다. 격하게 말하는 그 심정과 입장은 이해되지만 자중해야 할 때다.

이석기의원이야말로 자중해야 한다. 이정희전공동대표도 마찬가지지만, 이의원은 더더욱 나설 입장이 아니지 않은가. 왜 강동원의원의 ‘비판물방아’에 자꾸 물을 대주는가. 대중정치를 하겠다고 나선 만큼 나설 때와 안나설 때, 할 말과 안할 말을 구별하는 거부터 잘 해야 한다. ‘애국가’논쟁 불러일으키고 농민에게 멱살 잡힌 후 바로 국회에서 애국가 부르던 모습이 연상된다. 온갖 평지풍파의 중심에 있으면서도 왜 자진사퇴결단을 내리지 못해 진보당과 진보운동에 중대한 난관을 조성했는지 심각히 돌아봐야 한다. 이는 결국 자파에게도 정치·조직적 치명타가 됐다. 이제라도 자진사퇴하면 자신도 살고 자파도, 당도 산다. 진심으로 권고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두의원제명여부가 분당의 명분이 될 수는 없다. 지난 분당때의 아무개제명건도 결국 새로운 통합진보당출범으로 다 덮지 않았던가. 옳고 그름은 실천이 말해준다. 헌데 이번의 두의원건은 그보다도 명분이 더 약하다. 두의원이 무슨 명부를 유출한 거도 아니고 결정적인 부정비리에 연루된 거도 아니다. ‘총체적인 부실, 상당한 부정’에서 완전히 자유로운 세력이 거의 없다는 게 지난 조사보고서들의 요점이 아닌가. 물론 중앙위의 정치적 결정이 있지만 의원총회의 결과도 그 나름 존중받아야 한다. 절차상 하자가 없는 의원총회결과를 거부한다면 중앙위결정을 거부한다고 제명대상으로 만든 논리도 당연히 부정되지 않겠는가.

지금 시기에 분당이란 백해무익하다. 철저히 이적행위다. 지난 분당으로 민주노동당-진보신당의 진보양당구도가 만들어져 제3노총 주장 나오고 민족민주전선체 건설에 중대한 장애가 조성됐다. 그 직후 총선에서 패배했고 민주노동당에 대한 대중적 불신이 증폭됐다. 진보신당도 처음에는 뭔가 되는 듯 했지만 결국 극소수정당으로 전락해 이제는 존재감이 거의 없다. 결국 엄청난 에너지만 낭비한 채, 통합연대의 분리와 통합 결단으로 되돌아와 현 진보당이 만들어져 오늘에 이르렀다. 왜 사서 고생을 하는가. 곧 나라와 민중의 운명을 결정할 대선이다. 진보세력이 못하면 ‘한방에 훅가는’ 정국이다.

다시 강조한다. 당을 나간 세력은 분열주의세력으로 낙인돼 대중속에서 고립되다 소멸될 뿐이다. 짐승도 같은 덫에 두번 걸리지 않는다. 정치세력에게 틀린 노선만큼 치명타가 없다. 당을 깨고 나가는데 분열주의가 아니고 ‘단결주의’·‘통합주의’일 순 없지 않은가. ‘혁신’이란 명분이 분열주의를 가리우는 방패막이가 될 순 없다. 당안에서야 ‘혁신’이지 당밖으로 나가는 순간 그건 ‘분열’이 된다. 그리고 분열주의야말로 가장 큰 혁신대상이다. 다른 세력을 분파·패권주의라고 비판하기 전에 스스로는 그보다 더 큰 문제인 분열주의가 아닌지 돌아봐야 한다. 남의 눈의 티눈을 손가락질하며 자기 눈에 들보를 심지 말아야 한다.

당이 분열되면 대중도 분열된다. 진보당이 깨지면 민주노총도 깨지고 농민단체, 청년단체, 학생단체도 깨진다. 특히 복수노조허용이후 제3노총건설움직임이 있는데 민주노총마저 분열되면 정말 우리운동 힘들어진다. 진보적 집권은커녕 서구처럼 진보는 분열로 망하는 도식이 그대로 적용된다. 이거야말로 ‘진보의 적’들이 오매불망 바라는 염원이다. 이런 식으로는 절대 민중들의 광범한 지지를 얻을 수 없다. ‘강대한 적’ 앞에 사분오열이라, 이렇게 돼서 이긴 역사가 없다. 분열은 곧 패배고 패배는 곧 죽음이다.

그렇다. 지금은 분파·패권주의도 문제지만 이보다 훨씬 더 심각한 분열주의와 싸워야 하고 그 바탕에 놓인 기회주의와 싸워야 한다. 분열·기회주의에게 자꾸 빌미를 제공하는 분파·패권주의를 근절하기 위한 혁신적인 대책을 마련해야지만, 그렇다고 분열·기회주의를 용인하다가 당자체를 공중분해시키는 일은 절대 없어야 한다. 분파·패권주의는 당을 침체시키지만 분열·기회주의는 당을 해체시킨다.

현재 당은 중앙당지도부와 광역시도당의 절대다수를 ‘선혁신’세력이 장악하고 중앙위는 백중세지만 대대는 ‘선단합’세력이 과반을 장악하여 균형을 이루고 있다. 전자는 분파·패권주의를 반대하는 긍정성에도 불구하고 정치노선상 우경화의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고 후자는 정치노선에서는 비교적 오류가 없으나 분파·패권주의의 문제를 제대로 총화하고 있지 못한 문제가 있다. 헌데 보는 관점에 따라 균형이 되기도 하고 갈등이 되기도 하는 이런 구도가 다름 아닌 통일전선적 대중정당이 가진 한계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그러니 이는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이해의 문제인 거다. 완전히 사상적으로 일치한 이념정당을 건설하기 전에는 이런 갈등이 구조적으로 없어지진 않는다.

그래서 통일전선적 당답게 철저히 구동존이의 원칙에서 공통점을 살려나가고 민주집중제의 원칙에서 다수에 소수가 복종하고 다수는 소수를 포용하며 가야 한다. 이 원칙들이 무시될 때 반드시 문제가 발생하고 사달이 나서 지금과 같은 혼란의 소용돌이가 일어난다. 어려울 게 없다. 구동존이와 민주집중제의 원칙만 제대로 구현하면 된다. 그걸 ‘혁신’의 주된 내용으로 삼고 당장 제도와 질서를 만들고 그대로 집행하면 해결되는 문제다.

지금 민주적으로 선출돼 모든 세력이 인정하는 유일한 리더가 강기갑대표다. 그 강대표를 중심으로 지도부를 빨리 구성하고 그 지도부는 혁신과 단합의 기치아래 구동존이와 민주집중제의 원칙을 제도와 질서로 정착시켜야 한다. 대선후보경선과 반‘이명박근혜’투쟁, 민주노총·민주당과의 연대투쟁강화의 당면과제들도 힘있게 추진해서 실천투쟁으로 갈등을 극복해 나가야 한다. 이외에 다른 묘수가 있을 리 없다. 다행히 모든 세력이 이 방향과 방도에는 큰 이견이 없다. 그러니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마땅히 할일을 해야 한다.

당심과 민심이 바라는 건, 혁신과 단합이다. 두의원제명건에 모든 걸 걸고 이게 안되면 분당하고 공멸하라는 게 아니다. 두의원제명건에 모든 걸 걸다시피한 거부터가 잘못됐다. 보수언론들의 여론몰이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잘 생각해 보라. 어떻게 두의원제명이 혁신의 전부 또는 요체가 되는가. 더 이상 시간과 당력을 허비하지 말자.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갈 때만 균형을 유지하며 쓰러지지 않는다. 지금이야말로 하루빨리 대오를 정비하고 앞으로 전진해야 할 때다.

조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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