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혁신보다 단결이다
혁신과 단결은 둘이 아니다. 혁신 없이 단결 없지만 단결 없이도 혁신 없다. 혁신 하지 않는 모습이 단결을 해쳤고 ‘중단 없는 혁신’의 기치를 내건 새 지도부를 출범시켰다. 허나 전당적 단결이 없이 혁신은 무의미하다. 단결을 더 잘 하자고 하는 혁신이고 단결을 하지 않으면 파괴될 정도로 위험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혁신은 내부문제고 단결은 외부문제다. 외부로부터의 파괴위험에 노출된 당은 무엇보다도 단결을 요구하고 있다. 지금의 혁신은 그 단결을 전제로 한 혁신이다.
혁신을 강조한 지도부가 당선됐으니 단결을 더 강조해야 한다. 그래야 하나가 된다. 이른바 ‘신당권파’만의 지도부가 아니라 이른바 ‘구당권파’까지 포용하는 전당적 지도부가 되야 한다. 당원들은 새지도부를 반쪽짜리 지도부로 선출하지 않았다. 만약 새지도부가 반쪽짜리에 머문다면 당연히 돌아오는 건 당원들의 외면이다. 물론 강기갑지도부는 절대 그럴 리가 없다. 벌써 취임 첫마디부터 ‘혁신’과 ‘단결’을 균형있게 강조하고 있다. 혁신을 강조한 지도부인 만큼 혁신을 앞세워야 했겠지만 지금보다 훨씬 더 단결을 강조해야 한다. 그래야 ‘구당권파’에게 전달되고 전당적인 단결에 기여할 수 있다.
외부로부터의 탄압이 만만치않아 보인다. 올해 들어 사상초유의 사건들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고 있지만, 진보당을 겨냥한 맥카시선풍과 신공안탄압은 가히 광란적이다. 당원명부를 강탈한 정치검찰은 MB정권의 위기와 ‘이명박근혜’의 대권장악을 위해 무슨 짓이든 할 태세다. ‘종북세력척결소동’ 자체가 한번도 있어본 적이 없는 극악한 백색테러다. 일제시대 매국노들에게도 ‘종일파’라 하지 않고 친일파라 했다. 친북도 아닌 ‘종북’이라는 개념 자체가 최소한의 이성마저 잃어버렸다는 증거다. 진보당을 ‘종북당’으로 이미지화한 후 조작사건을 터뜨려 ‘간첩당’ 만들려는 검은 술책이다.
진보정당을 깨고 진보세력을 말살하려는 폭압책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정세가 2012년 들어 유례없이 첨예화되는 만큼 모략소동도 극단화되는 게 어찌 보면 당연하기도 하다. 달리 보면, ‘종북세력척결소동’이란 다름 아닌 ‘종미’세력·반북세력들의 위기의식이 발광적인 단계에 이르렀다는 반증이다. 유신시절에나 통할 법한 음해선동을 유신이미지를 최우선으로 털어내야 할 박근혜가 사활적으로 들고나오는 자체가 극단적인 위기의식을 보여준다.
불행히도 우리역사에서 1950년대 조봉암의 진보당이나 1990년대초 어렵게 건설한 민중당이 이런 식의 탄압으로 와해됐다. 파시즘의 광기가 번뜩이는 오늘 진보당의 지도부와 당원들이 가장 유념해야 할 피의 역사적 교훈이 여기 있다. 현 정세는 분열은 와해고 끝장이며 죽음이라는 강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앞으로나 진보세력은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단결이다. 혁신도 실천도 단결이라는 전제에서 의미를 갖고 위력을 발휘한다.
단결을 위한 첫걸음으로 ‘구당권파’니 ‘신당권파’니 하는 구분부터 없애야 한다. 새로운 지도부가 출범하는 지금이야말로 당내 정파간 갈등의 근원인 이런 벽부터 허물고 모든 걸 제로베이스에서 새롭게 시작할 절호의 기회다. ‘자주계’ ‘평등계’ ‘참여계’라는 구분도 이 기회에 근본적으로 희석시켜야 한다. 이런 분열의 틈을 노려 내부의 분파·기회주의자들이 쐐기를 치고 외부의 정치공안검찰이 ‘한방’을 노린다.
그 ‘한방’이 당권을 다툰 세력을 노리니 더욱 엄호하고 굳건히 단결해야 한다. 외부로부터의 탄압에는 철저히 단결의 위력으로 맞서 국면을 전환하고 단결과 혁신의 전기로 만들어야 한다. 내부에서의 혁신도 외부로터의 탄압에 맞선 동지적인 단결을 통해서 보다 잘 이뤄진다. 대외적인 실천투쟁과 대내적인 사상투쟁은 엄격히 구별돼야 한다. 전자는 존재와 싸우고 후자는 사상과 싸운다. 이 분별력을 잃으면 ‘문화대혁명’식 광란이 벌어진다. 새지도부가 선거를 통해 당권을 쥔 게 아니라 당심을 쥐었다는 걸 입증해야 한다. 탄압에 맞선 강력한 단결만이 이를 입증할 수 있다.
새지도부는 ‘신당권파’라는 분파적 이름부터 거부해야 한다. 새지도부는 그냥 진보당의 지도부다. ‘구당권파’대 ‘신당권파’라는 대립구도를 보수언론이 부각하는 흉계를 꿰뚫어봐야 한다. 그래서 ‘혁신’보다 ‘단결’을 더 강조해야 한다. 혁신을 내걸고 당선된 지도부, 누가 봐도 혁신적인 지도부인 만큼 단결을 더 강조할 수 있다. 강기갑지도부는 ‘신당권파’가 아니라 전당의 지도부가 돼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혁신지도부가 되고 혁신재창당도 가능하다. 공안태풍의 먹구름이 몰려오고 있다. 오직 단결의 힘으로만 이겨낼 수 있다.
조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