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을 구원한 유시민, 심상정, 강기갑
요즘 유시민과 심상정을 보면 짠하다. 두 사람의 복잡한 사회정치경위를 알기에 더욱 그렇다. 그 순간, 이 둘은 중앙위회의장의 단상에 있었다. 당시 유시민공동대표는 부의장이었고 심상정은 의장으로서 마이크를 잡았다. 심의장이 첫번째안의 만장일치를 가결하는 순간, 조직군중이 단상을 덮쳤다. 마치 성난 민중의 노도를 연상시켰지만, 그릇된 방향의 잘못된 망동이었다. 우리정당사상 유례없는 비극적 폭력사태가 진보정당중앙위에서 벌어졌다는 사실이 가슴아프다. 조중동과 검찰이 신나게 나설 빌미를 줬다. 무엇보다 진보당(통합진보당)을 사랑하는 당원들과 유권자들의 마음에 칼질을 해댔다.
그때, 유시민이 온몸을 날려 심상정을 보호한다. 안경이 날아가고 폭력을 당하면서 여성의장이 봉변을 당하지 않게 했다. 찰나에 예상밖의 상황이 벌어지면 누구나 당황하고 원초적인 본능에 따라 움직인다. 속내란 바로 이때의 눈빛과 행동으로 드러나는 법이다. ‘사회적 약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착한 마음은 말이 아니라 행동이다. 유시민이 자기당의 당원들로부터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기막힌 상황에, 순간의 동요도 없이 여성동료를 보호한 장면은 수많은 당원들과 유권자들을 감동시켰다. 안철수가 박원순에게 양보한 모습보다 더 인상적이었다.
심상정도 대단했다. 회의전에 시도된 합의과정에서 구당권파는 비례사퇴건만 유보시키면 다른 3개안건을 동의해주겠다고 제의했다. 심상정은 이 제의에 묵묵부답으로 응대했다. 그리고 일단 회의를 진행하며 제1안의 만장일치를 선언했다. 오랜 노동운동과 적지않은 정치투쟁으로 단련된 ‘내공’이 발휘되는 순간이다. 제안에 대한 확답이 없고 제1안의 통과가 선언되자, 구당권파는 틀렸다 싶어 단상점거를 결행했다. 역시 오랜 기간 반복적으로 써먹어 그 효율성이 확인된 수법이다. 웬만한 운동권들은 이런 수준의 타격을 받으면 모두 물러섰다. 그러나 심상정과 유시민은 달랐다.
구당권파는 심상정, 유시민의 판단력과 정치력의 발끝도 못따라가고 있다. 결국 당내 소수파인 이 두사람 세력은 자주계의 비당권파와 손을 잡고 혁신비대위 결성을 끝내 성사시켰다. 단순히 당권파 주류와 싸워 이긴 게 아니라 가장 폭력적인 세력과 맞서 승리한 거다. 이 소중한 정치적 승리에 비당권파자주계와 평등계, 진보계와 개혁계, 당내와 당밖 모두 박수를 보내고 있다. 진보당을 삶과 죽음의 기로에서 살려낸 쾌거로 기록될 장거다. 그래도 당에 인재가 있고 진보의 뿌리가 깊다. 어떤 패악질도 이러한 대세를 뒤집을 순 없다. 당의 끊임없는 추락은 이제 바닥을 쳤다. 상승만 남았다.
강기갑도 빼놓을 수 없다. 유권자를 향해 사죄의 큰절을 올리는 모습. 강기갑의원이 아니면 누가 이렇게 진심을 표현할 수 있겠는가. 강기갑혁신비대위원장은 폭력사태의 주동자와 행동자를 국민의 눈높이에서 처벌하겠다고 했다. 당연한 말이다. 다시는 이런 기막힌 망동이 재연되지 않을 확고한 제도와 질서를 확립해야 한다. 일벌백계가 그 정답이다. 비례사퇴건도 관철해야 한다. 방법을 찾아야 하고 찾으면 있다. 당은 민주노총을 비롯 단체와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강화해야 한다. 절대로 민주노총과 결별되면 안된다. 무엇보다 현 사태의 근원인 패권주의와 부정부실을 뿌리뽑는 제도와 질서를 확립하고 그에 걸맞는 인재들이 선출돼야 한다.
그간 자주계는 팔이 안으로 굽는다고 같은 정견이라는 이유만으로 내부의 패권주의와 부정부실에 눈감았다. 눈뜨고도 어찌하지 못했다. 그 뿌리깊은 고질병을 평등계와 진보적 개혁계가 수술해 내고 있다. 깊이 반성하고 실제 행동으로 지혜와 힘을 보태야 한다. 그러고보면 제대로 된 자주계와 평등계, 진보적 개혁계 사이에는 동반상승(synergy)효과를 낼 수 있는 장점들이 많다. 당심과 민심을 천심으로 삼는 이민위천의 원칙에서 하나라면 진정으로 단결하고 함께하지 않을 이유란 없다. 진보당은 그런 당이다. 자주계와 평등계가 뭉친 진보계가 개혁계까지 포함하며 더 큰 하나가 되어 진보적 집권을 향해 웅비하는 통일전선적 당. 그 당을 구원한 유시민, 심상정, 강기갑으로 당심과 민심이 모이고 있다.
조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