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마가 날개를 달다
용병술이자 지휘력이다. 리더의 가장 중요한 능력중 하나. 적재를 적소에 배치해야 한다. 인재는 그런 리더로 모이고 그런 리더를 따른다. 그럴 때 쓰는 말, 선비는 자기를 알아주는 사람을 위해 목숨을 바친다. 한편 잘 해주면 고마워하고 그렇지 않으면 서운해 하는 것이 인간이다. 열길 물속은 알아도 한길 사람속은 모른다. 자리는 제한돼 있고 사람은 불만을 품으니. 그래서 나오는 말, 인사가 만사다. 자질과 능력, 업적을 기준으로 선발하고 체계를 세우며 실제로 일이 잘되어야 한다. 말처럼 쉽지 않은 일이다.
이번 4.11당대표자회의 초점중 하나는 최용해의 등장이다. 직전에 차수칭호를 받고 총정치국장이 된 최용해가 정치국상무위원으로 선출되는 순간, 지난 9.28당대표자회에서 대장칭호를 받고 당중앙비서로 선임된 장면과 겹쳐보인다. 금수산기념궁전앞에서의 사진촬영시 김정은제1비서(당시 군사위부위원장) 바로 뒤에 서 있었던 이유도 명확해졌다. 청년동맹위원장 출신에 도당책임비서, 당중앙비서를 거쳐 의외의 총정치국장, 정치국상무위원이 되는 과정이 예사롭지 않다. 백전노장 최현, 1956년 8월종파사건때 맨앞장에서 총대로 김일성총비서를 옹위한 충신. 그 최현의 둘째 아들. 누가 보더라도, 김정은제1비서에 대한 최용해의 역할은 김일성주석에 대한 최현의 역할이다. 어찌 보면 그 이상이다. 김정일총비서의 깊은 뜻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영호의 등장도 만만치 않다. 김제1비서가 김일성군사종합대학을 다닐 때는 그 대학을 책임지고 김제1비서가 평양방위사령부에서 근무할 때는 그 사령부를 책임졌다. 누가 보더라도 김제1비서의 사부. 그 사부가 2009년 1월 김정은최고사령관(당시 최고사령관대리)의 총참모장을 맡는다. 2008년 8월부터 2009년 6월까지의 10개월전쟁을 겪으며 김정일최고사령관-김영춘총참모장체계는 사실상 김정은최고사령관대리-이영호총참모장체계로 바뀌었다. 이영호는 9.28당대표자회에서 군사위부위원장으로 선출되었고 역시 그 직전에 차수칭호를 받았다.
조조는 사마중달에게 후계자 아들의 사부역할을 맡긴다. 사마중달은 당대 제갈공명 다음으로 뛰어난 인재. 허나 그 사마중달은 조조에게서 보고 배운 대로 역심을 품는다. 발바닥이 왜 흰줄 아는가라는 조조의 말을 되뇌이면서. 역시 간웅에게 진정한 충신은 없다. 유비만 못한 조조의 한계가 여기에 있다. 결국 평생 이뤄놓은 걸 역적에게 넘겨준다. 간웅이 무소불위의 권력을 얻게 되면 사단을 일으키는 법이다. 제갈공명은 사마중달과 전혀 다른 충신. 제갈공명이 만인의 칭송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제갈공명은 관중과 더불어 중국현대사이전에 가장 훌륭한 두명의 재상중 하나지만, 자신만한 후계자를 키우지 못해 촉나라는 통일은커녕 이내 망하고 만다. 후계자를 키우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 중요한가를 잘 보여준다.
이영호와 최용해는 나이도 60대초반으로 비슷하다. 정치국상무위원직은 거의 종신직이므로 앞으로 한세대는 당중심에서 활동하게 됐다. 당대표자회직전에 차수칭호를 받고 군사위부위원장이 되고 정치국상무위원이 된 것은 아예 똑같다. 김정일총비서가 오랜 세월 지켜보고 품을 들여 키운 귀재들이다. 김정일총비서는 당중앙사업 전반부 약 30년동안 김일성주석의 지도와 방조속에 사업했으나, 김정은제1비서·최고사령관은 그럴 수 없다. 대신 김총비서는 김영남, 최영림, 이영호에 이어 최용해를 정치국상무위원으로 선임하면서, 국가와 군대, 국가의 의결체계와 집행체계, 군대의 군령체계와 군정체계의 완벽한 균형을 마련해줬다.
생전에 김총비서는 선군의 기치를 내걸고 군대를 무진막강하게 키워냈다. 이제 다음과제는 이 군대의 엄청난 힘을 다스리는 지휘관을 키우고 체계를 세우는 것이다. 김제1비서는 김일성종합대학이 아니라 김일성군사종합대학에 들어갔고 2008~2009년에도 최고사령관대리로서 활동했다. 최고사령관의 군령체계를 보좌하는 총참모장과 군정체계를 보좌하는 총정치국장도 오랫동안 치밀히 안배되어 목적의식적으로 발굴·육성됐다. 정치국상무위원이면서 동시에 총참모장·총정치국장인 두사람은 균형과 조화를 이루며 때로는 상호협력하고 때로는 상호견제하면서 당과 군대를 이끄는 최고영도자의 유일적 영도체계, 영군체계를 보장한다.
국방위원회의 인사도 인상적이다. 이번 4.13최고인민회의는 국방위원회부위원장에 김영춘당군사부장·전총참모장과 이용무차수, 장성택당행정부장, 오극렬차수 등 4인을 선출했다. 최용해는 국방위원회의 위원이고 이영호는 국방위원회명단에 없다. 역시 당차원의 핵심들과 국가차원의 핵심들의 매우 뜻깊은 균형이다. 김제1비서는 국방위원회제1위원장이라는 국가의 최고직위, 또다른 체계를 통해 군대를 지휘·통제한다. 군대는 내적인 군령과 군정의 차원만이 아니라 외적인 당과 국가의 차원에서도 균형을 이루게 됐다. 무진막강해진 군대가 제 역할을 다하고 사단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균형을 잡고 인재를 배치하는 것! 정치가의 선견지명과 인사의 중요성에 대하여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역사적 사례다.
하나 더, 이번 기회에 군대에 대한 당의 지도라는 원칙도 확실히 했다. 군대의 정치사상사업을 책임진 총정치국장에 청년동맹과 당을 통해 성장한 최용해가 임명됐다. 전총참모장 김영춘은 당군사부장을 맡아 김정은제1비서·최고사령관의 지근거리에서 보좌한다. 군대가 당보다 먼저 창건될 수 있고 군대가 당보다 우선해 강화될 수 있지만, 당의 지도라는 원칙은 절대 바뀔 수 없다. 소련의 붉은군대가 고르바초프시절에 정치부를 문화부로 바꾼 후 종이호랑이로 전락한 것만 보더라도 사회주의군대에게 당성은 생명과 같다.
김정은최고사령관은 당대표자회와 최고인민회의를 통해 제1비서와 제1위원장으로 추대되면서 군대외에 당과 국가까지 전일적으로 지도할 수 있는 지위를 얻었다. 또 이영호총참모장과 최용해총정치국장을 정치국상무위원으로 선출하고 김영춘당군사부장을 비롯 당과 군의 핵심들을 국방위원회부위원장으로 선출하면서 군대와 당·국가를 조화롭게 일치시켰다. 제1비서·최고사령관·제1위원장으로서 당·군대·국가를 유일적으로 영도하는 체계는 이렇게 완성됐다. 지위는 역할을 규정하고 역할은 지위를 담보한다. 북의 표현대로, 용마가 날개를 달았다. 그 균형이 얼마나 조화롭고 그 힘이 얼마나 큰가에 따라 그만큼 높이 멀리 날 수 있다.
조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