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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유시민은 오늘의 조승수인가

유시민은 오늘의 조승수인가

 

 

유시민이 오늘의 조승수라니 참 유감이다. 당을 깨고 나가는데 앞장서니 달리 말할 수가 없다. 지난번에는 조승수가 당시 비대위원장 심상정을 끌고 나갔는데, 이번에는 유시민이 현 당대표 강기갑을 그렇게 하려 한다. 그렇게 되면 일부의 탈당이 아니라 분당이 된다. 데자뷰(déjà-vu), 역사는 반복되는가. ‘혁신모임’이 지역조직까지 꾸리겠다고 결의모임까지 하는 판이니 이제 시간만 남은 듯. 머지않아 우리는 3개의 진보정당을 보게 된다. 진보당, 새로만든당, 진보신당. 노선에서 별 차이 없는 당들이 3개나. 당이 분열되니 대중도 분열되고. 어느 당이든 대중의 신뢰를 받을 수 없다. 2008년분당이후 얼마나 고생했나. 앞으로 지역과 기층에서 겪을 혼란을 생각하니 암담하다.

 

당을 깨고 나가는데, ‘혁신’자가 붙을 순 없다. 혁신은 당안에서 쓰는 말이다. 당안에서 구태를 벗고 새로워지겠다는 뜻이지, 당을 깨고 나가는 건 그냥 ‘분열’이다. ‘재창당’도 통합진보당 만들 때처럼 더 많은 세력이 뭉치는 데 필요해 다시 창당하며 쓰는 말이다. 나눠지는 게 아니라 합쳐지고 작아지는 게 아니라 커지는 데 누가 반대하는가. 그렇게 모두가 모여 박수로 통과되고 그 중심에 노동자들이 우뚝 서서 환하게 웃고 있고. 이런 모양이 아니라면 ‘혁신재창당’이라는 말을 붙일 수 없다. 지금 하는 건 그냥 ‘분당’이고 ‘신당창당’이다. 2008년의 ‘분당후 진보신당창당’과 본질상 차이가 없다.

 

‘쁘띠(petit)’들은 가볍다. 노동자들처럼 진득하니 끈기있게 뭘 할 줄 모른다. 늘 뭔가 요란스럽게 해야 존재감을 느낀다. 그렇게 해서 만든 지 채 1년도 안돼 당이 깨지기 직전이다. 물어보자. 과연 어느 누가 당신들과 오래오래 함께 당을 하겠는가. 내 예언한다. 참여계와 통합연대야말로 노선상 가장 차이가 큰 사람들이다. 잠시 함께 할 뿐 반드시 헤어진다. 통일전선의 구동존이원칙을 견지하지 않는 한 계속 갈라진다. 그러다가 상당수 민주당에 들어가거나 그냥 생활인으로 흩어진다. 세계역사에서 숱하게 본 장면들이다. 원래 분파, 분당 다 지극히 쁘띠적인 짓이다. 혹 자신을 노동자로 생각하거나 노동계급에 기반한 진보활동가로 생각한다면 정신차려야 한다.

 

민주노총은 진보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면서도 신당에 대한 지지가 아니라고 분명히 단언했다. 중집에 참여한 산별대표중 어느 누구도 신당을 지지하지 않았다 한다. 일부는 민주노총의 지지철회가 참여계 때문이라고 하고 다른 일부는 혁신모임지지라고 하는데, 정말 역사에 남을 착각들이다. 앞의 일부 때문에 지지를 철회한 거고 뒤의 일부 때문에 그 모임을 지지하지 않는 거다. 노심이 민심이고 민심이 노심이다. 노심과 민심을 얻지 못하는 신당은 진보신당이 보여주듯이 실패를 피할 수 없다. 어렵고 힘들더라도 진보당안에서 뭔가를 만들어야 한다. 나가는 건 자살행위다.

 

반복하건데, 진보당은 통일전선당이다. 하나의 이념, 하나의 계급의 당이 아니다. 진보와 민주주의라는 대의에만 동의한다면 누구나 들어올 수 있다. 그런 만큼 그 안에서 견해차이와 작풍상문제가 생기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문제는 그걸 줄이려고 구동존이의 원칙을 세우고 합리적인 제도와 질서를 마련하는 거다. 과연 오늘과 같은 시대에 남코리아에서 이념정당, 계급정당이 가능하겠는가. 정치노선에서 차이가 있다면 모르되, 작풍상 차이라면 그건 토론과 비판을 통해 당내에서 해결해야 한다. 상대가 아무리 징그럽게 나와도 다 사필귀정, 시간이 지나면 바로 잡힌다. 그걸 참고 만들어나가는 게 운동이고 정치가 아닌가.

 

호소하는데, 제발 분파·패권의 대명사가 된 세력은 분당·신당창당의 빌미를 그만 만들어라. 분당의 물방아에 물 대주는 건 지난 한번으로 족하다. 짐승도 같은 덫에 두번 걸리지 않는다지 않는가. 당장 자진사퇴하라. 지난번도 당규율을 명백히 위반했으면 그에 맞게 처벌돼야 하는 게 상식이다. 그걸 피하기 위해 자진탈당했으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통일전선당이다, 후에 봐서 다시 복당하면 된다. 자진사퇴하면 하나로 막을 일을 열백으로 키우고 있다. 역사가 뭐라 평가하겠는가. 민주노총과 민주당이 내건 최소한의 요건, 이거도 못 들어주며 세상을 바꾸겠다고 하니 지나가는 소가 웃는다. 지금 사람들은 무서워서가 아니라 더러워서 당을 나가고 있다.

 

어린애를 한자로 소아(小兒)라고 한다. 소아들이 너무 많다. 운동이나 정치는 소아의 행위가 아니다. 세상을 앞장서 이끌어 나아가게 하는 건 소아들이 할 수 없다. 자기주장만 고집하고 그게 안되면 울고 떼쓰며 깽판친다. 여기에 그 무슨 ‘진실’이니 뭐니 갖다 붙인다고 소아가 대인(大人)으로 되지 않는다. 세상사람들이 모두 다 ‘유치하다’고 손가락질 하는데도 수치를 모른다. 그게 소아다. 소아가 대의를 논하고 정치하겠다니 다들 웃는다. 다 내려놓고 다 양보해라. 스스로 소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입증하라. 다른 사람들이 다 소아라고 하니 스스로가 나서서 해명하고 입증해야 한다.

 

강기갑, 심상정, 유시민 모두 아까운 사람들이다. 진보당을 더 잘 세우고 그 힘으로 차차 집권까지 이끌어갈 수 있는 인재들이다. 허나 이번에 당을 깨고 나간다면, 그간 쌓아올린 공은 도로아미타불이 된다. 분열주의만큼 엄중한 죄과가 없다. 진심으로, 믿음으로 권고하는데, 분당·신당창당작업을 당장 중단하라. 어떻게든 당내에서 혁신하고 어떻게든 조건을 만들어 모두가 박수치는 재창당을 해야 한다. ‘전당의 총의를 모아 노동이 중심이 된 진보대통합’, 이 외에 혁신재창당은 없다. 이 원칙에서 일탈하면 문제가 발생하고 그 문제에 당이 깨지며 노동자, 민중이 분열된다. 대선을 앞두고 이 이상의 이적행위가 있는가. 분파·패권주의의 문제점이 열이라면 분열·기회주의의 문제점은 백이다. 똥 묻은 개가 겨 묻는 개를 나무랄 순 없다. 아무리 된장이라고 우겨도 똥은 똥이다.

 

조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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