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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4월20일 토요일 3:43:57

숫자와 논리

숫자와 논리


숫자 나왔다. 노동신문10.29자 정세론해설. 북을 알려면 뭐니뭐니 해도 노동신문을 봐야 한다. 조중통으로 시작해도 결국 노동신문으로 가게 된다. 북지도부입장에서, 또 사상사업·정치사업을 그렇게 강조하는 북이 왜 사전에 운을 안떼고 정세초점이나 전략해설을 안하겠는가. 당연히 북지도부는 판이 어떻게 돌아가고있는지를 안다. 그 판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상대측이 안을 냈어도 그 안을 비준해준 건 북이다. 북미간에 클로즈트랙상 합의가 있든 마주보는 기차처럼 대결하든 북은 안다. 그리고 그 아는걸 당원·군대·인민들이 알게 하는게 중요하다. 정세와 전략을 알려줘야 한다. 

다만 모든걸 공개할수 없는만큼 예술적으로 세련되게 표현해야 한다. 그래서 나온게 <미국은 평화협정에 나서야 한다>글이다. 유사한 글들은 최근에 몇편 나왔다. 하지만 이 글은 다른글과 달리 숫자가 있다. 2005년까지 64조958억5400만US$라고 아주 구체적이다. 약65조달라인데 이렇게 말하면 대충 들릴까봐 섬세히 표현했다. 이 <인적, 물적 피해액>이란 결국 전쟁후 상대로부터 받아야 할 <배상액>이다. 북일수교과정에선 대놓고 요구한데 비해 북미수교과정에선 그렇게 안해왔다. 하지만 역시 북은 지극히 전략적이다. 내적으로 다 준비해 놓고 필요한 때마다 꺼내 쓴다. 

그리곤 이어서 바로 전쟁이야기 나온다. 주로 서해5개섬이야기지만 <정전협정의 위험성과 그로 인한 새조선전쟁발발의 현실적가능성>이라면서 노골적으로 위협한다. 쉽게 말해, 평화협정체결->천문학적배상, 이길 아니면 전쟁이라는 겁박이다. 군사적으로 미군철수, 정치적으로 북미수교, 경제적으로 65조달라배상의 목표란 다름아닌 미국의 북미대결전이란 전쟁에서의 철저한 패배를 의미한다. 이미 그렇게 완전히 패배했는데 혹 어리석게도 발악한다면 그땐 작살내겠다는 엄포다. 이렇게 내놓을래 아님 죽을래의 양자택일을 강요하고 있는 형국이란걸 이런 글로 당원·군대·인민들에게 알리고 있단 뜻이다. 북이 평화협정을 제안한걸 <세계언론계가 법석 끓고있다>고 시작한 대목이나 러시아외교관의 말을 인용해 <북조선의 제안이 조선반도에서의 신뢰구축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 한 부분은 여러모로 흥미롭다. 

또 <조선반도의 평화를 수호하는데서 북과 남이 논의할 문제가 있고 조미가 논의할 문제가 따로 있다.>, <다른 외국군대들은 다 철수하고 지금 조선반도에 전개되어있는 무력의 통수권을 가지고있는 쌍방은 우리 공화국과 미국뿐이다. 조선군의 전시작전통제권을 쥐고있는것도 미국이며 정전협정을 관리하고있는것도 미국이다.>, <사실들은 조선반도비핵화론의가 얼마나 비현실적이며 조미사이의 평화협정체결이 얼마나 급선무인가 하는것을 뚜렷이 입증해주고있다>는 표현들도 매우 인상적이다. 과연 북의 이 철의 논리들을 미·남이 깨본적이 있나 싶다. 그리고 지금 이 글이 담고있는 내용이 단순히 논리만인지 곧 드러날 현실인지가 정말 궁금하다. 왜 안그렇겠는가.
조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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