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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운명의 갈림길, 1994년!

운명의 갈림길, 1994년!

1994년에 운명이 달라졌다. 1990년에 동독이 넘어가고 1991년에 소련마저 무너졌다. 20세기초 지축을 뒤흔든 1917러시아혁명이 1991소련붕괴로 끝장나는 처참한 순간이다. 그렇게 해서 시대는 변혁이 승리하는 상승기가 아니라 반동이 살판나는 하강기가 됐다. 수많은 대학생들이 기득권을 포기하고 공장에 들어가 노동운동을 전개하던 열정과 헌신을 접고 쁘띠적 전문가들로 변신하게 된 주된 이유도 다른데 있지않다. 변절이 판을 치던 그 시절, 북은 비상한 각오와 놀라운 전략으로 판을 뒤집으려 했다. 1993년 김정일국방위원장이 미국과의 군사대결전을 맡아 과감한 군사적공세를 상대의 기를 꺾은 후, 1994년 김일성주석이 미국과의 외교전을 맡아 카터특사를 감복시켰다.

그렇게 해서 미국의 전직대통령이 북의 주석의 메신저가 돼서 북남(남북)수뇌회담이 전격적으로 성사됐다. 마치 벼락치듯 전격적으로 이뤄진 이 기막힌 전변에 온세상이 충격에 휩싸였다. 당연히 온겨레는 곧 통일이라도 될듯 들떴고 곧 있을 수뇌회담만 손꼽아 기다렸다. 허나 아직 우리민족에겐 통일의 운이 무르익지 않았다. 김일성주석의 급작스런 서거로 국면은 회오리쳤고 김영삼의 패륜적이고 발광적인 행태로 오히려 남북(북남)관계는 전쟁직전으로 치달았다. 미는 1994년 북미기본합의서를 사실상 무효화하고 북을 고립압살하기 위해 광분했다.

물론 북이 1998.5에 파키스탄에서 원자탄·수소탄실험을 보란듯이 벌이고 1998.8에 FOBS(위성탄두)발사에 완전히 성공하면서 국면은 다시 역전됐다. 하여 2000년에 미국은 김대중대통령의 방북을 허용하지않을수 없었고 그 틈을 뚫고 북은 우리민족끼리 낮은단계연방제와연합제의공통성을 살려 통일을 이룩하자는 6.15공동선언합의를 관철시켰다. 만약 김일성주석이 1994년에 급서하지않았다면 그해에 7.27선언쯤으로 불리워질 역사적인 합의다. 참으로 애통한 일이 아닐수 없다. 그랬다면 기형적인 <한일월드컵>아니라 민족적인 <통일월드컵>이 열리고 2000년대초엽에 벌써 낮은단계연방제로 진입하며 조국통일위업을 달성했을텐데 말이다.

이렇듯 역사는 고비고비 안타까운 일로 가득하다. 소련·동구가 붕괴되고 북이 대자연재해를 당하는 그런 와중에도 조국의 자주적평화통일을 이룩할 묘수가 있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역사는 비반복적인 반복을 거듭하는 만큼 또다시 그속에서 교훈을 찾지못한다면 이런 최대의 불행을 겪을수 있기 때문이다. 강희남범민련의장은 당시 남의 전체민중을 대표해 <북에 조문간다 길 비켜라> 방북조문투쟁을 벌였다. 이천재선생이 강희남의장을 두고 100년에 한번 나올까말까한 위인이라고 한 말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북과 온겨레가 감격하지않을수 없었던 민족의 화해와 조국의 통일을 위한 순교자적 희생이었다.

조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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