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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3월29일 금요일 23:3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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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진보당을 깨고나간다면 분열주의세력이라는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진보당을 깨고나간다면 분열주의세력이라는 역사의 준엄한 심판을 받을 것이다

 

진보당(통합진보당)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어제 31일 강기갑대표 주재로 강기갑·심상정·유시민·노회찬·조준호의 회동이 있었고, 이날 이상규의원이 대표해 이석기·오병윤·김선동·김미희·김재연의원의 공동호소문이 발표됐다. 또 오늘 1일 최순영·최규엽·정성희·이용식·하연호·박인숙·박승흡·이해삼 전민주노동당최고위원들이 성명을, 민병렬최고위원이 긴급제안을 발표했다. 하루사이에 벌어진 회동과 발표들은 크게 봐서, 작금의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당을 창당해야 한다는 측과 어떻게든 지금의 진보당을 혁신하고 강화해야 한다는 측으로 나뉜다. 전자는 강기갑주재의 회동, 후자는 다른 측들이 호소문•성명•제안에 담긴 배경이다.

경향신문이 31일자로 보도한 내용이 사실이라면 강기갑주재의 회동에서는 ‘탈당 후 재창당’이라는 쉽게 말해 ‘분당노선’이 대체로 합의된 듯하다. 강기갑대표가 주말까지 최종결심을 내리기로 했다니 결단도 그리 멀지 않았다. 다른 의원들이나 전·현최고위원들이 한목소리로 분당을 강력히 반대하며 당의 혁신과 단합을 강조한 이유의 배경이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른의원들을 대표해 이상규의원이 강기갑대표중심으로 단결하고 조속히 지도부인선 등 쟁점부분에서 대폭 양보하겠다고 한 것은 매우 긍정적이다. 두의원의 제명건이 부결됨으로써 얻을 것을 얻었다는 비판도 있지만, 다른 측도 당지도부를 장악한 만큼 균형적인 사고를 하면 합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전민주노동당최고위원들이 ‘안으로는 통합진보당의 중단없는 혁신과 진정한 통합을 위해 계속 노력하는 한편, 밖으로는 진보적 정권교체와 제2의 통합진보정치세력화를 위해’ 제2의 통합진보추진위를 구성하자는 제안은 위기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자는 정당하고 합리적인 대안이다. 안으로는 혁신재창당추진위가, 밖으로는 제2통합진보추진위가 구성·가동돼 제 역할을 한다면 그동안 제기된 문제점들을 해결할 뿐 아니라 새로운 도약의 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된다. 그런 의미에서 민최고위원의 긴급원탁회의도 이를 합의하고 실행하는 계기가 될 수 있어 시기적절한 제의가 아닐 수 없다.

한마디로, 분당은 해서도 안되고 할 수도 없다. 민주노동당부터 해서 10년도 안돼 분당의 아픔을 겪고 겨우 간신히 통합의 전기를 마련했는데, 불과 반년 남짓해서 당을 다시 쪼갠다니 이는 감정에 치우친 단견을 넘어 진보정당, 진보운동을 좌초시키고 외세와 보수세력을 결정적으로 이롭게 하는 명백한 반진보행위로서 거의 ‘망동’ 수준이다. 설사 또 다른 당을 만든다 한들 그들의 소망대로 민주노총의 지지나 민주당과의 야권연대를 얻기보다는 진보신당처럼 극소수정당으로 남아 진보진영을 분열시키는데 일조할 뿐이다. 초기에는 일정한 지지를 받는 듯해도 시간이 흐를수록 대중으로부터 고립되고 분열주의세력이라는 비판에 무너질 것이라는 사실은 이미 실천을 통해 입증됐다.

늘 강조하지만, 진보당은 하나의 사상, 하나의 정견을 가진 사람들의 이념정당이 아니라 다양한 사상과 정견을 가진 사람들이 진보적 민주주의의 구현이라는 대의아래 집결한 통일전선적인 대중정당이다. 노동자를 비롯 각계각층을 망라하며 보수세력들과 맞서 진보적 집권을 실현해 민중이 주인되는 세상을 만들자고 뭉친 당이다. 따라서 당은 철저히 공통의 목적을 앞세우고 정파간 차이를 뒤로 하는 구동존이와 소수는 다수에 복종하고 다수는 소수를 포용하는 민주집중제의 원칙에서 운영돼야 한다. 이 원칙에서 일탈할 때마다 당에는 갈등과 분열의 사나운 회오리가 몰아쳤다는 경험을 잊지 말고 오직 이 원칙대로 나가야 한다.

현재의 당내역학구도는 선혁신후단합을 강조하는 세력이 당의 중앙지도부와 광역시도당의 절대다수를 점하고 선단합후혁신을 강조하는 세력이 중앙위(중앙위원회)와 대대(대의원대회)의 다수를 점하는 절묘한 균형상태다. 후자에게서 그간 조직작풍상 문제가 심각히 나타난 반면 전자에게서는 정치노선상의 우편향조짐이 나타나 우려를 자아냈다. 따라서 두 세력이 혁신과 단합, 단합과 혁신이라는 대의아래 그간 정치노선과 조직운영과 관련해 드러난 문제들이 다시 나타나지 않도록 합리적인 제도와 좋은 기풍을 세운다면, 다른 보수정당들과 뚜렷이 구별되는 대안적인 정당을 세워나갈 수 있지 않겠는가.

문제는 상대를 인정하고 토론하겠다는 자세인데, 그동안은 극단적인 대치속에서 감정싸움으로 잘 안됐지만, 지금은 전반분위기가 완전히 바뀌었음을 주목해야 한다. 그러므로 통일전선적인 대중정당안에서 상대를 부정하고 힘으로 밀어붙이겠다, 뜻이 안맞으니 갈라서겠다는 식으로 막말하고 행패를 부리지 말고 상대부터 인정하고 토론으로 문제를 풀어나가야 한다. 가령 ‘범죄행위’ ‘사기’라는 말로 같은 당의 동지들을 비난하거나 심지어 ‘민주당입당’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어떤 저의가 있는지를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과정에서 어느 한측은 절대적으로 옳고 다른 한측은 무조건 틀리다고 누가 감히 주장할 수 있겠는가. 자칫 자기눈의 들보는 못보고 남의 눈의 티눈만 나무라지 않는지 돌아볼 때다.

진보당은 우리나라 진보정당건설사에 길이 빛날 간고한 투쟁속에서 창당된 뜻깊은 당으로서 그 변혁적인 전통을 계승하고 진보성과 대중성을 갖춘 유일한 당이다. 비록 진보당이 전진도상에서 우여곡절을 겪고 있지만, 바로 이 당을 중심으로 단결해서 기어이 진보적 집권을 이룩해야 한다는 역사적 소명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는다. 특히 격동하는 2012년의 정세속에서 당을 더욱 강화해야 할 절체절명의 순간에 당을 분열시키고 진보정당, 진보운동을 후퇴시킨다면 이보다 심각한 반진보행위는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경고한다. 다시 강조하건데, 이 진보당을 깨고나가는 세력은 어떻게 자신을 미화분식하든 분열주의세력이라는 역사의 심판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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