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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4월18일 목요일 20: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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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단 없는 혁신만이 진보당이 살 길이다

중단 없는 혁신만이 진보당이 살 길이다




진보당(통합진보당) 강기갑대표후보는 19일 광주기자회견에서 “패권적 정파성의 뿌리가 깊고 넓어 진보정당 자체를 무너지게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통합진보당의 내홍은 비례대표경선의 총체적 부실에서 시작돼 이를 수습하는 과정에서 폭력이 발생했고 패권적 정파성이 드러났다”고 진보당사태를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금 혁신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어떤 야당도, 어떤 시민단체도, 어떤 진보적 대중조직도 우리를 대화상대로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강후보는 이날 평화방송라디오에 출연해 “이석기·김재연의원이 자진사퇴하려 했으면 벌써 했다”며 강병기전경남부지사의 “제명은 바람직하지 않고, 자진사퇴해야 한다”는 주장을 비판했다. 특히 “중앙당기위 2심이 이달안으로 확정되기 때문에 정당법 33조의 의원총회만 남았다”며 “이미 두 의원은 누가 당권을 잡든 당기위결정에 따라 제명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계속해서 강병기후보가 당선되어 제명결정이 뒤집어지면 “당사태를 지금까지 끌어온 패권적 정파성, 조직적 저항에 국민들이 더 분노할 것”이라며 “당원과 국민의 바램과 상식적인 순리를 잃어버리는 일을 하면 당이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강후보는 진보당사태와 폭력사건이 발생하고 현재의 경선구도가 다름 아닌 패권적 정파성에서 기인한다고 본 진단은 정확하다. 이런 점에서 이번 경선은 패권적 정파성을 극복하느냐 못하느냐가 초점이고 강기갑 대 강병기의 후보구도는 정확히 이 쟁점을 반영하고 있다. 한마디로 강기갑후보가 당선되면 패권적 정파성의 고질적 문제를 해결하고 진보당사태를 해소할 전망이 열리지만, 강병기후보가 당선되면 결코 그렇게 되지 않을 것이다. 패권적 정파성과 진보당사태의 중심에 있는 구당권파가 ‘당원비대위’까지 자진해산하며 강병기후보를 적극 지지하고 있고 강병기후보가 출마전에 구당권파를 만나 충분히 상의했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강기갑후보와 강병기후보의 공약에서 차이는 이석기·김재연의원의 제명이냐 자진사퇴냐로 보고 있다. 그러나 강기갑후보가 명쾌히 설명했듯이, 이 중앙당기위의 최종판결이 이달안으로 확정되기 때문에 강병기후보의 주장은 현실성이 없다. 2차진상조사위결과발표에 따라 진실이 밝혀지면 그에 따라 자진사퇴할 수 있을 것이란 주장도 말 그대로 가능성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가능성마저도 이미 강기갑혁신비대위원장의 간곡한 설득이 단호히 거부됐던 경험에 비춰볼 때 매우 희박하다. 



강병기후보는 20일 평화방송라디오에 출연해 “나를 구당권파로 분류하는 것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했는데, 진보당내 사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어느 누구도 강후보를 구당권파로 보지 않는다. 다만 구당권파에 충분히 휘둘릴 수 있다고 볼 뿐이다. 지금 당내에서는 구당권파가 강병기후보를 이정희전대표처럼 얼굴마담으로 내세워 당선시킨 후 실권을 다시 장악할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강후보는 출마선언에서 “정파주의·패권주의를 단호히 청산하겠다” “특정집단의 이해관계에 지배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지만, 강후보의 성품과 구당권파의 과거를 아는 당원들은 이 말을 믿지 않는다. 



문제는 강병기후보가 당선되어 혁신비대위가 추진한 쇄신안이 중도에서 좌절되어, 당심과 민심이 당을 떠나며 분당사태까지 일어날 수 있다는 데 있다. 2008년분당사태와 본질에서 달라진 것이 없는 상황으로 회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나면 진보당은 구전국연합처럼 엔엘일부만의 조직, ‘일부엔엘당’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당연히 ‘일부엔엘당’으로는 진보적 정권교체는 말할 것도 없고 힘있는 야권연대조차 이뤄낼 수 없다. 또 대중으로부터 고립된 진보정당이란 언제든지 공안당국의 맥카시선풍이나 마녀사냥을 당해 붕괴될 수 있는 허약한 사상누각일 뿐이다. 중단 없는 혁신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고, 당의 운명이 걸린 사활적인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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