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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4월20일 토요일 22:4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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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블레어하우스에 서리 내리려나 (4)

블레어하우스에 서리 내리려나 (4)



박정희-박근혜의 숙소인연. 이번에 2박3일 묵는 영빈관 블레어하우스(Blair House)는 48년전 아버지가 묵었던 곳이다. 일반적으로도 아버지와 딸 관계는 각별하다. 그걸 감안해도 박근혜의 선친에 대한 마음은 참 지극하다. 누군가 말했듯이, 아버지자 곧 조국이고 그 아버지의 뜻을 이어 대통령이 돼 조국을 위해 이바지하는 게 평생의 위업이다.  


그런 만큼 아버지에 대해 생각도 많이 하고 연구도 많이 했으리라. 아버지의 굴곡 많은 삶, 일제시대 만주군관학교졸업, 해방직후 남로당활동, 여순사건으로 체포돼 전향, 5.16군사쿠데타, 육영수여사의 피격과 유신헌법채택, 그리고 오른팔 김재규에 의한 피살. 핵무장을 추진해서 였는지, 이용가치가 떨어져서 였는지, 민중의 항쟁이 두려워서 였는지 미국의 또다른 꼭두각시에 의해 목숨을 잃는 민족반역자의 비참한 말로. 과연 모를까. 


모른다? 그건 바보다. 머저리·천치만이 모를 수 있다. 어머니만이 아니라 아버지마저 총맞아 비명에 갔는데, 그걸 모른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잘 안다. 왜 죽었는지, 어떻게 죽었는지 잘 안다. 모를 수가 없다. 절대로 없다. 그런 바보가 아니다. 일찍이 프랑스유학을 준비했고 불어·영어만이 아니라 중어까지 구사할 정도로 학습머리가 있다. 한나라당·새누리당의 대선후보가 되고 기어이 대통령이 되는 책략도 수완도 있다. 바보가 아니다.  


그렇다면 뭔가. 묻어두고 있는 거다. 가슴속에. 조조는 사마중달에게 발바닥이 늘 숨어있기에 희다고 가르쳐줬다. 삼국지를 좋아했다니 잘 알리라. 조자룡이 첫사랑이라고 했다나. 선친의 죽음을 생각해서 일까. 신의를 중시한다. 인사가 망사(亡事)가 되어도 한번 믿음을 준 자기사람을 끝까지 보호하려 한다. 뉴욕에 빨간고름의 한복을 입고 나타나니, 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도 서리가 내린다는 말이 떠오른다. 블레어하우스에 서리 내리려나. 

조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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