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 C
Seoul
2024년4월20일 토요일 20:43:59
Home일반・기획・특집통일 동부는 방향을 틀지못하는 항공모함인가

[글] 동부는 방향을 틀지못하는 항공모함인가

동부는 방향을 틀지못하는 항공모함인가

 

 

현대전에서 항공모함은 ‘애물단지’다. 미사일 한방이면 그 큰 덩치가 무용지물로 변한다. 그래서 이지스함이나 잠수함 등 호위함들을 달고 다니지만 그렇다고 초음속으로 날아오는 미사일을 막아낼 재간은 지구상에 아직 없다. 요즘은 미사일도 레이더에 잡히지않는 스텔스기술이 기본이다. 미국이 북의 미사일을 두려워하는 이유중의 하나가 여기에 있다. 미국전력의 기본이라는 해군, 해군의 기본이라는 항공모함강습단이란 사실 ‘인계철선’처럼 유사시 북의 인질에 불과하다.

 

진보당(통합진보당)사태를 겪어보니, 동부가 딱 항공모함이다. 덩치는 큰데 방향을 틀지 못한다. 한번 정하면 그 길로만 사생결단으로 나간다. ‘벼랑을 향해 돌격 앞으로!’ 참으로 어리석다. 날아오는 미사일에 맞아 침몰하는 항공모함이나 빙산에 부딪쳐 수장되는 타이타닉과 뭐가 다른가. 타이타닉도 빙산을 늦게 발견하기도 했지만 큰 몸체를 트는데 오래 걸려 사고났다. 과연 지금 동부에 리더가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남에는 국가보안법과 국가정보원 등이 거미줄처럼 펼쳐져있다. 친미수구세력이 청와대와 국회를 장악하고 있고 조중동과 지상파방송이 언제든 융단폭격을 할 수 있다. 최근만 해도 정치검찰이 선봉을 맡고 새누리당과 조중동·지상파방송들이 변죽을 울리면서 ‘신공안탄압’과 ‘맥카시선풍’을 살벌하게 벌이고 있지 않은가. 이런 곳에서 항공모함식으로 대오를 운영한다는 건 자살행위다. 항일시기 ‘열하원정’하듯이 역량차이를 무시하고 벌판에서 정규전을 펼쳐서는 백번 싸워 백번 진다. 철저히 유격전식으로 가야 한다. 치고 빠지고 일체 빌미를 주지 말아야 하며 최악의 경우에 늘 대비해야 한다.

 

과거 동부는 ‘연대항쟁’이 벌어진 ‘사지’에 들어가지 않음으로써 자체역량을 보존하여 이후 당상근역량 배치에 크게 유리했던 긍정적 경험이 있다. 그때 연대에 고립돼 ‘결사항전’을 외치는 건 명분은 좋지만 전략전술적으로는 ‘꽝’이다. 결과가 보여주듯, 그 때 치명타를 입은 한총련은 이후 내리막길을 걸었다. 왜 동부는 그때만큼의 판단력을 보여주지 못하는가. 덩치가 커졌으니 괜찮다고 판단하는 건가. 절대 그렇지 않다. 지금 상황은 여러 차원에서 훨씬 심각하다. 이 한건으로도 조직자체가 궤멸적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때로는 ‘고난의행군’을 벌이며 장기간 간고분투할 수 있다. 1930년대말 ‘열하원정’과 ‘갑산혜산사건’의 후과를 씻기 위해, 1990년대중후반의 시련기를 정면으로 돌파하기 위해서처럼. 헌데 지금은 전혀 그런 상황이 아니다. 현재의 난국은 무조건 빨리 빠져나와야 한다. 현실이 보여주듯이, 갈수록 탄압의 종류와 강도는 더 세질 수밖에 없다. 그리고 동부만이 아니라 진보당도, 진보세력만이 아니라 개혁세력까지도 큰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대선 때문이다.

 

2000년대초 ‘강범(강희남범민련) 대 이범(이종린범민련)’ 분란이 있었다. 그때 ‘강범’은 한총련이라는 막강한 대중세력을 안고 있었고 1990년대의 견결한 투쟁경력을 갖고 있었다. 허나 절차상 큰 하자 없이 ‘이범’으로 권력이 이동한 뒤부턴 ‘강범’은 ‘분파’로 낙인됐고 강희남의장도 사퇴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헌데 지금의 ‘당권파’에게 ‘강범’만큼의 명분과 실천이 있는가. 이석기와 강희남의 비교는? 패권주의의 병폐와 부정부실의 의혹은? 그때 ‘강범’을 이끌던 세력이 그 이후 ‘분파’로 낙인돼 급격히 쇠락한 경험에서 배워야 한다. 지금 상황은 그때보다 훨씬 심각하다.

 

사실 정세분석의 능력이나 정치공학의 이론이 필요한 게 아니다. 그냥 당심과 민심에 귀기울이고 사태를 상식적으로만 봐도 해결책은 나온다. ‘청맹과니’라는 말을 아는가. 눈을 뜨되 볼 수 없고 귀가 있되 들을 수 없는 그런 상태. 항공모함을 운영하려 했으면, 완벽한 미사일방어체계를 만들거나 미사일사정거리안에 들어가지않거나 아예 출진을 하지않거나 했어야 했다. 안일했고 방심했으며 부족했다. 그래서 빼도박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위기에 몰렸다.

 

한방에 잘 안가는 매집 좋은 권투선수도 10라운드 내내 잽을 맞다가 한방을 맞으면 완전히 주저앉는다. 한방에 ‘훅’ 가지 않는 세력도 지금 동부처럼 계속 맞아서는 이내 결정타 한방에 완전히 갈 수 있다. 더 늦기 전에, 무조건 당심·민심과 하나돼야 한다. 문성현전대표 말이 맞다. 지금 사퇴하면 다음에 기회가 있지만 출당되면 영영 기회가 없다. 여기에 개인만이 아니라 대오의 정치적 운명까지 걸려있다는 말을 덧붙이고 싶다. 말 그대로 소중한 동지들의 정치적 생명이 걸려있다. 미사일이 날아오고 있다. 눈앞에 빙산이 있다.

 

조덕원

 

관련기사
- Advertisement -
플랫포옴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