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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4월24일 수요일 19:3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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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신속하고 정확하며 과감해야 한다

신속하고 정확하며 과감해야 한다

 

 

검찰수준이 B급은 된다. 타이밍 정확하고 제 살길은 확실히 찾아나간다. 검찰의 진보당(통합진보당) 압수수색타이밍이 절묘했고 그 결과 6월정국을 헤쳐나갈 강력한 무기를 손에 쥐었다. 만약 어제 아침 진보당이 계획대로 비상대책위회의를 열어 출당조치 등 준비된 혁신조치들을 취했다면 강제압수수색의 명분을 잃게 됐을 거다. 그렇게 되면 검찰은 그토록 갈망하던 진보당당원명부를 볼 수도 없고 진보당에 대한 탄압도 할 수 없다. 나아가 6월국회에 진입하는 진보당의 새의원들로부터 강력한 추궁을 받으며 검찰사상 최악의 궁지에 몰리게 됐을 거다.

 

더 있다. 요즘 새누리당과 조중동은 진보당분란으로 톡톡히 재미를 보고 있다. ‘MB멘토’ 최시중에 이어 ‘MB시다바리’ 박영준이 수감되고 ‘상왕’ 이상득도 초읽기에 들어간 데에, 박근혜마저 부산저축은행건으로 언론의 도마위에 오르는 상황이 진보당사태로 희석되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 재미난 상황이 더 오래가야 하고 계속 언론의 관심을 끌 수 있어야 한다. 검찰이 나선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 검찰의 ‘신공안탄압’이 새누리당·조중동의 ‘종북소동’과 주거니받거니 하면 진보당의원들을 반신불수로 만들고 나아가 민주당의원들까지 주눅들게 만들 수 있다.

 

그렇게 해서 총선패배이후 야권이 6월국회에서 ‘이명박근혜’를 타격하며 보다 강력한 연대를 실현하려는 기존구상이 흔들리게 됐다. 박지원이 원내대표가 되고 심상정·노회찬이 국회복귀하는데다가, MB의 최측근·친인척들의 부정비리건이 숱하게 터지고 박근혜까지도 연루된 의혹이 많아 그토록 자신감이 넘쳤는데 말이다. 마치 정봉주 집어넣고 김용민 정신병자 만들며 총선분위기 이끌어 이겼듯이, 진보당내 구당권파의 문제점 부각하며 마녀사냥으로 대선분위기를 이끌어 이기려 한다. 적기에 검찰은 새누리당·조중동과의 작전대로 ‘맥카시선풍’의 선봉장으로 나선 거다.

 

반면 진보당은 이보다 급수가 낮게 대응하고 있다. 구당권파는 당권을 장악하는 내내 패권주의와 부정부실로 당을 엉망으로 만들고 그 문제가 불거진 상황에서는 ‘억지’와 ‘폭력’으로 수구파의 대대적인 공격의 빌미만 제공했다. 이들이 잘하는 건 오직 혁신에 발목을 잡고 상황을 더욱 최악으로 몰아가는 거뿐이다. 그렇게 해서 이정희를 필두로, 이석기·김재연, 최근에는 오병윤까지 정치적 치명상을 입게 됐다. 지금 대다수 당원들과 유권자들에게 구당권파나 경기동부란 이름은 가장 저주스런 오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구당권파는 여전히 “벼랑을 향해 돌격앞으로”를 외치고 있다. 이건 D급이다. F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혁신비대위도 문제다. 과연 일을 신속, 정확, 과감히 벌였으면 오늘 이 지경까지 왔겠는가. 전국 시도당위원장들의 압도적 다수와 권영길·천영세·문성현의 강력한 제기, 나아가 백락청·김상근 등 시민사회단체원로들까지 만장일치로 지지하는데, 아직까지 어느 하나 제대로 혁신한 게 없다. 구당권파의 훼방과 폭력, 조중동의 선동과 검찰의 폭거 등 불리한 변수가 없지 않았지만, 그래도 속도와 강도에서 함량미달이라는 비판을 면할 길이 없다. 그렇게 해서 생긴 빈틈을 검찰이 치고 들어왔고 당은 ‘심장’을 강탈당한 채 검찰의 처분만 기다리는 한심한 신세가 됐다. C급이다.

 

A급은 없는가. 있긴 있는데, 북에 있다. 북은 4.7북미합의를 통해 제한전이든 낮은단계연방제든 조만간 승부를 확실히 낼 수 있도록 만들어놓았다. 작은 나라가 큰 나라를 상대로, 같은 사회주의나라들이 붕괴된 최악의 상황에서 군을 강화하고 큰 힘을 키워 놀라운 변화를 이뤄내고 있다. 그 변화가 단순히 북만 아니라 남까지 포함하는 코리아반도 전체와 극동만이 아니라 중동, 나아가 세계에까지 미친다고 볼 때, 급수를 높이 치지 않을 수 없다. 다만 진보당 입장에서는 이 역시 남 자체로부터의 변화가 아니라는 한계가 있다. 진보당과 남측역량이 제대로 준비되지 않으면 외부로부터의 거대한 변화도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진보당은 당면해서 두가지 대응을 잘 해야 한다. 하나는 외부로터의 탄압에 맞선 투쟁을 잘하는 거고 다른 하나는 내부로부터의 문제를 해결하는 혁신을 잘 하는 거다. 전자는 검찰·새누리당·조중동으로부터 비롯된 ‘맥카시선풍’과 ‘신공안정국’을 분쇄하는 거고 후자는 구당권파의 패권주의와 부정부실이라는 고질적 병폐를 해소하는 거다. 이 둘은 동전의 양면처럼 밀접히 연관돼 있다. 혁신이 지지부진해서 탄압의 빌미를 제공한 만큼, 이제라도 신속하고 정확하며 과감한 혁신조치로 더 이상의 외부개입의 여지를 없애야 한다. 일단 출당조치문제부터 빨리 풀고 유권자의 눈높이에서 전반적인 혁신조치를 착실히 취해나가야 한다.

 

정말로 더 늦기 전에 진보당은 대오각성하여 최소한 B급, 가능하면 A급으로 투쟁하고 혁신해야 한다. C급으로 나가니 D급의 구당권파보다는 인정을 받으나 B급의 검찰에게는 허를 찔려 큰 타격을 입었다. 오직 신속, 정확, 과감한 혁신조치와 반격투쟁으로 상황의 주동을 틀어쥐고 힘있게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두번 다시 적기를 놓치지 말아야 하고 빈틈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 지도력과 집행력을 결정적으로 강화하여 비상시기에 혁신대책을 잘 세워 어김없이 관철하는 말 그대로의 ‘혁신비대위’가 돼야 한다. 검찰폭거가 깨우쳐준 피의 교훈이다.

 

조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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