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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4월24일 수요일 22:3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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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검찰이 만들어 준 마지막 기회

검찰이 만들어 준 마지막 기회

 

 

이석기와 오병윤, 참 운이 좋다. 이석기당선자와 오병윤‘당원비대위’위원장에게 마지막 기회가 주어졌기 때문이다. 원래는 21일 월요일 오전 강기갑혁신비대위가 회의를 열고 이석기·김재연에 대한 출당조치를 결정하려고 했다. 이는 문성현전대표의 방송인터뷰내용처럼 “정치적 사형선고‘이기 때문에 다시는 정치적으로 재기하기 어렵다. 아무리 버텨도 결국은 의원직을 내놓게 되고 4년뒤의 선거에도 나올 수 없게 된다. 이미 혁신비대위가 20일 갖고 있는 진상조사결과 중 마지막 카드들을 공개하고 강기갑위원장도 시민사회원로들로부터 출당 등 과감한 쇄신안에 대한 만장일치합의를 이끌어내는 등 최종수순을 밟은 후다.


헌데 검찰이 도와줬다. 오전부터 오후까지 하루종일 경찰과 소방수를 동원해 햄머를 들고 설치는 바람에 혁신비대위회의가 오후로 또 그 뒤로 미뤄졌다. 당사를 압수수색해 당원명부를 가져가겠다는데, 당원들은 당연히 최우선으로 막아야 한다. 이 검찰의 무분별한 폭거와 신종 정치탄압에 맞서는 일이야말로 누구든 온몸으로 막아야 한다. 실제로 혁신비대위든 ‘당원비대위’든 모처럼 한목소리를 내고 당원명부가 보관된 사무실 앞에서 연좌농성하며 강력히 저항중이다. 강기갑위원장은 노회찬당선자, 이정미대변인과 함께 오후에 검찰총장에 항의하기 위해 검찰을 방문한다고 했다. 적절한 대응이다.


혁신비대위가 ‘당원비대위’와 함께 검찰의 폭력에 맞서고, 혁신비대위회의를 검찰폭력이라는 비상상황을 타개한 뒤로 미루고, 검찰총장을 거론하며 비중있는 항의방문을 조직하고, 그리고 그 항의방문단은 혁신비대위측인사로 구성하는 등 모든 조치가 긍정적이다. 완력이 쎈 ‘당원비대위’가 농성에 가세한 만큼 소방수와 햄머가 동원되더라도 쉽게 밀리지 않을 거다. 무엇보다 혁신비대위와 ‘당원비대위’가 힘을 합치면 그 어떤 외부의 탄압도 이겨낼 수 있다는 생생한 실례가 생긴다니 이보다 반가운 일이 있을까 싶다. 물론 여기에 만족하지 말고 한발 더 나아가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그 투쟁의 농성장에서 혁신비대위와 ‘당원비대위’가 허심한 논의를 진행하고 구당권파가 이석기·김재연 등의 의원직 사퇴와 오병윤‘당원비대위’의 해체를 결단할 때다. 검찰의 압수수색이란 당원명부만이 아니라 선거관련 자료와 프로그램, 나아가 사무총국의 자료들을 다 가져간다는 걸 의미한다. 이번에 못가져가면 다음에 가져가고 일부만 가져가면 나머지를 다시 가져가는 게 검찰의 압수수색이다. 그렇게 해서 검찰은 당의 내부를 속속들이 파악하게 되고, 결국에는 그 가장 날카로운 칼끝으로 구당권파를 겨눌 거다. 그러다가 마침내 계좌추적이나 재정분석으로 들어가서 전혀 다른 양상의 문제까지 파헤치게 된다.


그래서 검찰의 압수수색이자 구당권파의 재앙이다. 이석기 등의 의원직 사퇴와 ‘당원비대위’해체 정도로 끝나지 않을 피바람이 몰아치고 구당권파에게도 진보당에게도 돌이킬 수 없는 회한과 상처를 남기게 될 거다. 다행히 혁신비대위는 ‘당원명부는 곧 당의 심장이고 당의 전체’라는 강기갑위원장의 뜻을 받들어 결사적으로 검찰에 맞서고 있다. 역시 진보당은 진보운동의 변혁적 투쟁전통을 계승한 당답게 원칙이 서있고 기본을 갖췄다. 제 아무리 조중동과 새누리당이 법석을 떨고 난리를 쳐도 ‘달 보고 짖는 미친개’정도로 대범하게 치부하며 제갈길을 가고 있다.


다시 돌아가, 따라서 이제는 다시 없을 기회가 이석기, 오병윤에게 주어졌다. 지금이야말로 검찰수사에 맞서 당을 구원하기 위해, 모든 기득권을 내버리겠다는 선언을 할 타이밍이다. 앞으로는 결코 이런 기회가 오지 않을 거다. 출당조치라는 정치적 사형선고가 이미 내려졌고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기 때문이다. 당원명부라는 당의 심장, 당의 전체를 지키기 위해, 모든 당원들이 일치단결해 외부로부터의 탄압을 이겨내기 위해 의원직을 사퇴하고 ‘당원비대위’를 해체하는 건 정말 명분이 뚜렷하다. 이렇게 되면 국면이 완전히 전환되고 당은 대표선거를 통해 내부 질서와 절차를 통해 사태수습을 마무리할 수 있게 된다.


검찰도 바보가 아닌 이상 당원명부를 탈취하기 쉽지않은 대신 혁신비대위와 ‘당원비대위’만 단결시켜주는 압수수색을 계속 강행하지는 않을 거다. 곧 검찰이 빠지면 혁신비대위는 예정된 회의를 진행해 출당조치를 매듭짓게 된다. 이석기, 오병윤에게 검찰이 쥐어준 절호의 기회, 전화위복의 계기는 아주 짧은 시간안에 지나간다. 원래 운명의 시각은 복잡한 세상만사에 아랑곳하지 않으며 째깍째깍 잘도 흘러가는 법. 이석기, 오병윤이 스스로도 구원하고 구당권파도 구원하며 당도 구원할 이 마지막 기회를 어떻게 대할 지, 바라보는 당원들의 심정은 숯처럼 타들어간다. 

 

조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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