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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4월20일 토요일 12:3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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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종파의 독버섯만 자란다’

‘종파의 독버섯만 자란다’

 

 

노동자 김진숙은 ‘현장이 무너진 자리, 종파의 독버섯만 자란다’고 일갈했다. 참으로 날카롭다, 뼈아프다. 이 어찌 노동자 한사람의 견해겠는가. 그 현장도 종파 때문에 무너졌다. 종파로 인해 현장이 무너지고 현장이 무너지니 종파가 더 자란다. 노동운동이든 당운동이든 진보운동이든 종파로 망하고 분열로 망한다. 종파야말로 분열의 원흉이요, 파멸의 암세포다.

 

조선말사전에서는 종파를 ‘개인이나 분파의 이익만을 노리면서 수령의 유일적 영도를 거부하고 당과 혁명운동을 분열파괴하는 반당적이며 반혁명적인 집단이나 분파’라고 규정한다. 이러한 개념을 조선말사전에서 인용하는 이유는 다른 사전에서는 필요한 설명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수령의 유일적 영도’는 우리의 상황에 맞지 않으니 당연히 걸러야 하고, ‘혁명’, ‘당’은 ‘진보’, ‘조직’정도로 바꿔야 한다.

 

종파란 한마디로 ‘개인 또는 일부의 이익을 전체의 이익보다 우선하여 결과적으로 조직과 운동을 분열파괴하는 집단’을 말한다. 이 문장은 부분의 이익을 전체보다 우선한다는 전제와 조직과 운동이 분열 또는 파괴된다는 결과로 이뤄져 있다. 즉 전제와 결과가 다 있어야 종파라는 뜻이다. 따라서 그만큼 신중히 적용돼야 한다. 대신 일단 적용되면 가장 강한 비판의 대상이 된다. 진보운동에서 종파는 가장 위험하고 가장 혐오스런 존재다.

 

종파는 비유하면 암과 같다. 몸안에서 무한증식하는 암세포는 반드시 생명을 파괴한다. 암세포는 투약으로도 다스리지만 보통 수술이나 방사선으로 제거한다. 마찬가지로 종파도 제거대상이다. 피동이 아닌 주동의 경우는 어김없다. 역사를 보라. 암의 가장 중요한 속성이 무한증식이기 때문에 결코 적당히 치유될 수 없다. 암에 대한 치료는 없애서 사느냐 없애지 못해 죽느냐의 두갈래뿐이다.

 

무서운 말인데, ‘종파’로 낙인하긴 아직 이르지만 근접했다. 늘 그런 건 아니지만 분명 개인 또는 일부의 이익이 전체보다 우선시 됐고, 지금 조직과 운동의 분열상과 그 피해가 막심하다. 반박의 여지가 없는 대단히 객관적인 견해다. 정파간의 당권다툼이 아니라 원칙과 상식의 문제다. 본질을 흐려 정파싸움, 권력다툼으로 몰아가는 건 스스로 ‘종파성’을 드러낼 뿐이다. 진정으로 조직과 운동을 생각하고 종파를 혐오한다면 오늘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가는 너무나 분명하다.

 

버리는 게 얻는 거고 죽는 게 사는 거다. 잃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다 결국에 가서는 파국밖에 따로 차례질 게 없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이른 때라고 당장이라도 결단해야 한다. 관건은 당의 파괴를 막아 스스로 종파가 아님을 입증하는 거다. 처음부터 종파가 어디 있겠는가. 가다보니 어느새 ‘종파적’이고 마침내 종파로 떨어진 거다. 지나온 길을 되돌아보고 영에서부터 새롭게 시작할 때다. 백번 쌓아올린 걸 단숨에 무너뜨리는 그 한번이 지금일 수 있다.

 

하나 더, 스스로 ‘종파’로 낙인되는 걸 두려워한다면 다른 이를 ‘프락치’로 낙인하는 건 더욱 조심해야 한다. 적의 첩자이고 주구인 프락치에게는 ‘제거’보다 더 강한 의미인 ‘처단’이라는 말이 적용된다. 그래서 가장 엄격한 잣대와 근거로 100% 확실할 때만 말해야 한다. 항일시기 동만유격구에서 참된 진보주의자들이 민생단(프락치)으로 몰려 억울하게 처형됐다. 홍위병식 물리력도 행사하지 말아야 한다. 다 스스로를 당심, 민심과 멀어지게 할 뿐이다. 중국의 사이비진보주의자들은 집권전에 반민생단투쟁을 벌였고 집권후에 문화대혁명혼란을 일으켰다. 마음을 비우고 하늘을 볼 때다.

 

조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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