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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3월29일 금요일 4:36: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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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통일강성국가는 북의 비공개전략?

통일강성국가는 북의 비공개전략?

 

 

‘태양절’을 거치고 각종 대변인들의 성명들이나 ‘특별작전행동소조’의 통고까지 접하고 보니, 감이 딱 오는 게 있다. 북은 2012년을 사회주의강성국가의 대문을 여는 해보다 통일강성국가의 대문을 여는 해로 설정해왔다는 느낌. 대외적으로는 ‘사회주의강성국가’를 열심히 홍보했지만 내부핵심들사이에서는 ‘통일강성국가’건설의 돌파구를 열겠다고 결심하고 치밀히 준비해왔다는 추정이다. 정식화하면 사회주의강성국가론은 공개전략이고 통일강성국가론은 비공개전략이라는 말이다.

 

사실 이렇게 놓고 보니, 그간 북이 견지해온 원칙이나 이론에 잘 부합한다. 북은 1980년 6차당대회를 기점으로 민족해방민주주의혁명의 전략은 비공개로 하고 오직 조국의 자주적 평화통일론만 공개했다. 무슨 말이냐면, 혁명과 같이 전쟁, 무장봉기, 전민항쟁과 같은 전략은 비공개로 하고 남북간의 대화와 협상으로 평화적인 통일을 이룩하는 전략만 공개했다는 거다.

 

비공개전략은 어느 나라나 어느 당이나 다 있다. 상대가 있는 싸움, 그것도 단순한 정치투쟁이 아니라 불과 불이 오고가는 전쟁을 언제든 감수해야 하는 조건에서 비공개전략이 없을 리 없다. 더구나 북의 입장에서는 코리아전과 푸에블로호사건, EC-121사건, 미루나무사건, 광주민중항쟁이 코리아반도에서 벌어지고, 쿠바 앞바다에서 카리브해위기, 베트남 앞바다에서 통킹만사건이 벌어지는 데 전쟁이나 혁명에 대비하지 않는다는 건 상식에도 어긋난다.

 

그런 뜻에서 보면, 북에게 2012년은 ‘행사의 해’가 아니라 ‘투쟁의 해’인 셈이다. 그리고 ‘투쟁’에는 ‘전쟁’까지 포함되고 그 ‘전쟁’에는 국지전만이 아니라 전면전, 코리아전만이 아니라 세계전까지의 의미가 다 담겨있다. 남과 미국이 어떻게 나오는가에 따라 취사선택을 할 뿐이다. 다 오래전부터 치밀히 준비해온 것이다. 그냥 지난해 6월부터 올해 4월까지의 10개월간이 아니라 지난 코리아전이래 60년간, 소련동구붕괴이래 20념 넘게, 선군기치를 든 이래 20년 가까이 내내 연구하고 준비해온 전쟁이다.

 

그래서 4.13때 이벤트용 ‘인공위성 실은 우주발사체’가 아니라 전쟁용 ‘핵다탄두를 실을 수 있는 대륙간탄도미사일’이 발사됐다는 가설도 더 힘을 얻는다. 이미 오래전부터 내려져있는 고도의 전략적 판단이다. 2012년을 ‘투쟁과 전쟁의 해’로 삼아 기어이 통일강성국가건설의 돌파구를 마련하겠다는.

 

그렇게 보면, 남과 미국은 북의 전략적 의도에 부합되게 행동했다. ‘조문방북’을 금지하고 ‘최고존엄을 모독’하고 ‘키리졸브·독수리합동군사연습’을 벌이고 ‘핵안전정상회의’를 열고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MB와 김관진이 계속 북을 자극’하고 ‘탈북자동지회와 대한민국어버이연합이 북을 모욕’한 것은 정말 북이 원하는 대로 한 거다. 북에게 딱 필요한 명분을 제대로 쥐어준 거다.

 

마치 모든 게 제갈공명식 작전처럼 딱딱 맞물리며 맞아 돌아가니 조선인민군총참모부 작전참모들의 어깨가 으쓱해질만도 하겠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북의 군사훈련이나 음악공연이나 군사지휘관들의 얼굴이 너머 밝다. 복장부터 우선 1953년 7월27일 ‘전승기념식’때 입었던 흰색 군복이다. 엊그제 북의 보도한 제655연합부대의 종합전술연습때는 정말 모두 환하게 웃고 있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은 전쟁이지만 이미 다 이겼다는 확신이 넘치는 표정이다. 북은 원래 노동신문에 내보내는 사진까지도 전략적으로 고려한다.

 

이건 북을 오랫동안 추적한 전문가들에게 보이는 거지만, 북의 무섭도록 일관된 보도와 표현들을 보면 2012년은 오직 ‘사회주의강성국가의 문을 여는 해’였다. 김정일국방위원장은 강성국가(강성대국)의 수식어로 ‘사회주의’만 붙였지 ‘통일’은 단한번도 쓰지 않았다. 혹 내가 못본 자료에는 나올지 모르나, 현재의 내 기억으로는 없다. 그래서 비공개전략이라는 의미가 더 강하게 와 닿는다.

 

당연한 말이지만, 모든 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다. 우연히 벌어지는 게 아니라 다 오래전부터 치밀히 작전된 게 이제 마침내 그 모습을 드러내는 거다. 2012년이 ‘100돌’이고 새로운 100년의 시작인만큼 드러나는 뭔가도 결정적일 수밖에 없다. 말 그대로 ‘통일강성국가의 개문’이라고 불리울만한 그 무엇일 거다. ‘사회주의강성국가의 개문’의 수준에 적어도 버금가는 그 무엇.

 

이론적으로도 군은 사회주의보위·건설만이 아니라 조국통일과 세계자주화를 앞에서 끌고 가는 주력이다. 조국통일을 이루는 길은 베트남식도 있는 거다. 가급적 평화적으로, ‘무혈’로 되면 좋지만 그게 안될 경우에는 전쟁으로, 힘으로도 될 수 있는 거다. 이게 바로 북이 그렇게 강조하는 ‘선군’의 핵심적 의미다.

 

우리는 정말 최선을 다해 평화통일의 길을 모색해야 한다. 하지만 현 상황은 우리의 손을 떠난 듯하다. 혹 MB가 하야하고 박근혜가 새누리당을 해체하거나 국회가 국가보안법을 철폐한다든지 하는 변수가 아니고서는 어림없게 됐다. MB는 어차피 임기가 1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뭘 더 미련을 가지는지 모르겠다. 박근혜가 정말 자신있고 세련된 정치감각을 가지고 있다면, MB의 하야를 주장해야 한다. 그리고 국가보안법을 당장 폐지하는 등 획기적인 변수를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는 한 전쟁은 불가피하고 힘에 의거해 모든 게 근본적으로 바뀔 거다. MB든 박근혜든 새누리당이든 강남부자들이든 이게 최악의 시나리오다. 지금은 그 길로 가고 있다. MB가 조중동과 지상파방송사들이 그렇게 만들었다. 마침내 때가 됐다고 판단한 북은 ‘특별작전행동소조’의 칼을 뽑아 정수리를 내리치려 한다. 일이 그렇게 된 거다.

 

조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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