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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4월16일 화요일 23:4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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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담담하다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담담하다

 

 

‘우리의 최고존엄을 헐뜯는 도발원점들을 통채로 날려보내자!’ ‘리명박쥐새끼무리들의 숨통을 끊어버리자!’ ‘리명박쥐새끼무리들을 이 땅, 이 하늘 아래에서 흔적도 없이 죽탕쳐버리자!’, ‘리명박쥐새끼패당을 쓸어버리기 위한 거족적인 성전을 벌리자!’ ‘리명박쥐새끼무리들에게 보복의 불벼락을 들씌우자!’ 이 다섯문장은 지금 조선중앙통신의 홈페이지 상단에 GIF애니메이션으로 강조된 구호들이다. 그 어감을 정확히 표현하기 위해 북측 맞춤법 그대로 인용했다. 이미 발표된 최고사령부대변인성명 등에서 다 나온 말들이다. 여기에 북측에서 내보낸 각종 군중대회의 사진을 배합하면 북의 군대와 인민의 심리상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한마디로 전쟁을 벌이겠다는 뜻이다.

 

‘쥐새끼’라는 표현은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사람이 아니니 죽이는데 맘에 걸릴 게 없다. 더구나 인간에게 해로운 ‘쥐새끼’가 아닌가. 남측에서 많이 벌인 캠페인처럼, 인간에게 해를 끼치는 쥐들은 박멸해야 한다. 북은 요즘 연일 각급 근로단체와 각지역 도·시민들의 집회를 열어 이명박과 그 측근은 사람이 아닌 ‘쥐새끼무리들’이니 죽이는 데 거리낄 게 없다고 반복적으로 확인하고 있다. ‘도발원점’도 주목할 표현이다. 사람에 쓰는 말이 아니고 ‘날려보내자’고 한 만큼 건물로 추정된다. 특별작전행동소조의 통고에서는 ‘통일교육원’ ‘괴뢰국방과학연구소’ ‘동아일보’ ‘KBS’ ‘MBC’ ‘YTN’ 등이 구체적으로 거론돼 있다. ‘동아일보’가 거론된 만큼 ‘조중동’이라고 함께 불리워지며 평소 반북성향이 더 심했던 ‘조선일보’ ‘중앙일보’도 예외가 될 것 같진 않다.

 

2.25국방위원회대변인성명과 3.2최고사령부성명이 발표된 직후 마구 터져나오던 위와 같은 구호들이 남의 총선과 북의 ‘태양절’까지 잠잠하더니, 4.18최고사령부대변인성명을 계기로 다시 터져나왔다. 그러고 보면, 중간의 휴지기는 전쟁을 더 잘 준비하고 주체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준비기에 다름 아닌 듯싶다. 끝나기는커녕 절정도 지나지 않았다. 지금은 절정으로 치닫는 마지막 위기의 순간. 북의 군대와 인민은 그간 축적한 모든 감정을 곧 폭발시키려 한다.

 

작년 6월에 내린 10개월 휴교령이 끝나는 시점인 금년 4월말은 곧 키리졸브·독수리합동군사연습의 막바지이기도 하다. 북측입장에선 전쟁을 벌이려면 남측이 군사연습을 벌이는 시기가 유리하다. 미국과 남이 먼저 ‘북침’전쟁연습을 벌인데 대해 정당방위로 대응했다고 선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쟁은 일단 승패로 판가름이 나지만 명분도 중요하다. ‘특별작전’이 4월안에 터질 것이라는 이유다.

 

지나고 보니, 북이 오래전부터 2012년의 ‘태양절’을 행사와 투쟁을 결합하는 원칙에서 준비해왔다. 아직 100% 입증할 수 없는 가설에 불과하지만, ‘태양절’이벤트로 위성을 발사할 대신 ‘태양절’투쟁으로 미사일을 발사한 것이 그 증거 중 하나다. 중요한 것은 위성의 궤도진입 여부가 아니라 명운이 걸린 북미대결전에서의 주도권이다. 이것이 아니더라도 지금 ‘태양절’행사를 통해 강화된 ‘일심단결’이 ‘불패의 군력’과 함께 벌이는 ‘반이명박패당투쟁’은 오늘 전쟁을 예고하고 있다. 4월23일발 조선중앙통신은 조선인민군최고사령부특별작전행동소조의 통고를 보도했다. ‘역적패당의 분별없는 도전을 짓부셔버리기 위한 우리 혁명무력의 특별행동이 곧 개시된다는 것을 알린다’ ‘특별행동의 대상은 주범인 이명박역적패당이며 공정한 여론의 대들보를 쏠고 있는 보수언론매체들을 포함한 쥐새끼무리들이다’ ‘우리 혁명무력의 특별행동은 일단 개시되면 3~4분, 아니 그보다 더 짧은 순간에 지금까지 있어본 적이 없는 특이한 수단과 우리식의 방법으로 모든 쥐새끼무리들과 도발근원들을 불이 번쩍나게 초토화해버리게 될 것이다’ 한마디로 전쟁이 임박했다는 뜻이다.

 

북이 남의 대통령과 그 측근들, 반북언론들을 군사적으로 타격하는 순간, 코리아반도는 전쟁에 휩싸이게 된다. 대통령이 살든 죽든 군사공격을 당했는데 쳐다만 볼 군대는 없다. 앉아서 무너지느니 발버둥이라도 쳐볼 것이다. 그리고 그 순간 북은 그 10배, 100배로 보복타격할 것이고 본격적인 전쟁이 시작된다. 이것을 전쟁 말고 뭐라 부르는가.

 

미국의 개입여부가 초점인데, 지금까지의 과정을 보면 방관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개입은 부분적이든 전면적이든 코리아범위에 한정된 국지전을 세계전으로 확장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세계전은 북과 미국이 서로의 본토에 각종 핵미사일과 전자기폭탄(EMP)을 퍼붓는 양상이 될 것이고 그 결과는 지구가 온전하지 못할 수준이 될 것이다. 여기에 극동과 밀접히 연결된 중동에서, 이란과 대 이스라엘을 중심으로 반미이슬람세력 대 미국·유럽제국주의·시오니즘세력의 전쟁까지 벌어지면 인류는 유례없는 세계대전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다만 이 세계대전은 미국·유럽·이스라엘을 조종하는 초국적자본의 의사에 반하는 만큼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들에게 이 전쟁은 지배와 착취를 위한 호기가 아니라 자신들의 생명과 재산을 송두리째 날릴 수 있는 최악의 위기이기 때문이다. 가령 그들은 월스트리트가 통째로 날아가 국제금융전산망이 마비되어 자본주의시장경제가 구석기시대처럼 물물교환수준으로 떨어지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뉴욕과 워싱턴, 런던, 이스라엘에 핵미사일이 떨어지고 미국본토와 유럽위에 EMP가 터지는 상황에 그들은 전혀 준비돼 있지 못하기도 하다. 준비된 것은 북뿐이다. 북은 코리아전 이래 60년간 내내 그 준비를 해왔다.

 

보기에, 남의 친미보수세력들은 두가지 착각을 하고 있다. 하나는 북이 남을 상대로 전쟁을 벌이지 않을 것이라는, 다른 하나는 전쟁이 벌어지면 미군이 개입할 것이라는 착각. 그들은 이 착각으로 치명상을 입을 것이다. 북은 실제로 전쟁을 벌이기 위한 모든 준비를 너무나 체계적으로 밟아왔고 미국은 북미핵전쟁으로 본토가 핵미사일과 EMP로 공격당하는 것을 절대 원치 않는다. 이렇게 놓고 보면, 친미보수세력의 가장 큰 실책은 이명박을 당선시킨 것이다. 김대중-노무현시절에는 코리아반도의 평화를 담보하는 6.15-10.4선언이 있었다. 이 합의가 깨지는 것은 통일세를 안내는 것이 아니라 전쟁으로 가진 부동산 다 없어지고 가족의 생명까지 위태로워지는 것이다. 이번 총선에서 새누리당이 과반을 넘은 것도 북이 극단적인 ‘특별작전’을 취하는데 영향을 줬을 것이다. 남 스스로의 변화에 대한 기대를 거의 접지 않았나 싶다.

 

동서고금의 역사는 인류가 늘 전쟁속에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춘추전국시대까지 갈 것도 없이 지난 100년의 근현대사만 보더라도 제1차대전과 제2차대전이라는 세계대전이 있었고, 코리아전·베트남전·이라크전·아프가니스탄전·리비아전이 있었다. 이외에도 영국과 아르헨티나의 포클랜드전과 같은 크고작은 전쟁이나 전투는 헤아릴 수조차 없다. 코리아반도에서도 1968년 푸에블로호사건, 1969년 EC-121사건, 1976년 미루나무사건, 1999년과 2002년의 서해교전까지. 재작년에도 이스라엘돌핀급잠수함이 격침되고 천안함사건이 발생하며 연평도포격전이 있지 않았던가.

 

2009년 10월 베이징에서 김정일국방위원장의 오른팔인 김양건당중앙비서를 비밀리에 만난 전미국무장관이자 제국주의초국적자본의 대변인인 유태인 키신저가 언론기고문으로 “빈을 갖고 싶으면 빈을 가져라(If you want to take Vienna, take Vienna, 워싱턴포스트, 2009.12.18)”라는 암시적 언급을 한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독일이 폴란드를 취하기 위해 한 행동은 그냥 탱크로 바르샤바까지 밀고 간 것이다. 그때도 서방제국주의나라들은 방관했다. 제국주의핵심들은 북과 남의 전쟁에 미국이 개입하지 않겠다는 뜻을 북미접촉시에 반복적으로 확인해줬으리라 추정된다. 그러나 북은 그런 약속을 믿지 않는다. 쿠웨이트를 합병하려던 이라크를 응징하겠다며, 미-이라크사전합의와 달리 바로 전쟁을 벌인 미국의 말을 어떻게 믿는가. 약속을 깨면 미국본토를 핵으로 EMP로 끝장내겠다는 북 자신의 힘을 믿을 뿐이다.

 

이미 이명박과 그 측근들, 반북언론사가 손 쓸 시기가 지났다. 다른 나라로 빨리 피신하고 싶겠지만 대놓고 갈 수도 없고, 가족이라도 먼저 보내자니 남들 눈이 무섭다. 지금은 꼼짝달싹 못하고 북의 ‘특별작전’만 초조히 기다려야 한다. 벼락 맞는 것처럼 확률이라도 희박했으면 좋겠는데, 현대전의 최첨단무기들은 과녁이 적확하다. 이럴 때 인명은 재천이라느니, 인과응보려니 하며 맘 편히 있을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되겠는가.

 

‘특별작전행동소조’의 통고는 간단명료하다. 곧 이러저러한 대상들을 3~4분안에 초토화시키겠다. 혹 이러저러한 대상들 곁에 있다 애꿎게 다치지 말라는 뜻으로 읽힌다. 연평도포격전 당시 2명의 민간인이 군부대에 있다가 불상사를 당했다. 이명박이나 그 측근과 아무런 인연이 없는 사람들은 빨리 피하라는 일종의 ‘메시지’다.

 

그러거나 말거나 세인들과 언론들의 관심은 온통 ‘지금까지 있어본 적이 없는 특이한 수단과 우리식의 방법’이 뭔지에 대해 쏠려있다. 마침내 특수이온비행체가 출현하는 것일까. 미사일이라면 과연 어떤 점이 ‘있어본 적이 없는 특이한’ 것일까. 곧 전쟁이 벌어지는데, 한쪽은 통고와 메시지를 보내고 다른 한쪽은 강 건너 불구경 하듯 담담하다. 참 희한한 일이다. 이명박과 그 측근들만 칠 것이라고 철석같이 믿기 때문인가.

 

후대들이 21세기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건이라고 이름 지을 뭔가가 이제 막 벌어지려 한다.

 

조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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