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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태양절이벤트의 하이라이트, 병자궤도야

태양절이벤트의 하이라이트, 병자궤도야

 

 

병자궤도야(兵者詭道也), 손자병법에 강조된 유명한 문장이다. 병법의 요체란 기만술이라는 뜻. 보천보전투를 다룬 북의 소설 『압록강』을 보면, 김일성주석이 작전회의를 주재하며 이렇게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사실 유격전이란 주로 매복전이다. 없는 듯 숨어 있다가 무방비의 적들을 단숨에 요정낸다. 트로이목마나 성동격서도 다 이런 뜻으로 쓰인다. 전쟁사가 보여주듯이, 기만술의 수준이자 전략전술의 수준이다.

 

김정일국방위원장이 지휘한 1998년 금창리사건때도 그랬다. 미국의 인공위성에 금창리를 일부러 노출시킨다. 미국은 뭔가 있다, 확실하다, 1994년합의파기를 북의 책임으로 만들 수 있다고 판단한다. 그래서 북이 내건 조건대로 기꺼이 식량 60만톤을 지불하고 봤다. 결과는 텅빈 지하창고! 당황해 하는 미국인들을 향해 북의 안내자가 한마디 던진다. 이 창고의 용도는 너희들 하기에 달렸다. 군수용도 되고 민수용도 된다는 말이다. 지켜본 기자들이 킬킬 댄다. 그들은 돌아가서 ‘금창리는 20세기 트로이목마’라고 써댔다. 미국이 개망신을 당한 대표적인 사례다. 1953년 정형고지전투처럼 기자들 앞에서 웃음거리가 된 미국은 1990년대 북미대결전을 서둘러 결속한다.

 

2012년 4월, 이번엔 북이 세계언론들을 불러모은다. 기자들에게 실용위성이다, 평화적 용도다, 어떤 나라도 이렇게까지 공개하지 않는다고 강조한다. 덧붙여 김일성주석의 100돌탄생일을 기념하는 최대이벤트다, 강성국가건설의 신호탄이다고 의의를 부여한다. 누구나 다 위성을 쏠 줄 알았다. 미국도 세계도 다 그렇게 생각했다. 북은 이미 1, 2차 위성발사를 성공한 나라. 설마 세계를 상대로 기만술을 쓸 것이라고 상상할 수 없다. 그리고 위성의 궤도진입이 실패했다는 결정적인 보도가 이어진다. 방심한 미국은 미사일이다, 이러저러하게 날아갔다, 조각조각 흩어졌다고 열심히 언론질을 해댄다. 그리고 정해진 수순따라 유엔안보리의장성명을 발표한다.

 

허나 북은 이어진 열병식에 신형 핵탄두미사일을 5기나 공개한다. 보기만 해도 세련되고 무시무시하다. 러시아의 토폴(백양나무)-엠급을 개량한 것이니 사거리는 1만km가 넘고 미국동부도 쉽게 때린다. 한마디로 10년전에 이런 핵탄두를 수백개 실전배치했다는 것을 공개한 것이다. 북이 2003년부터 핵물질을 재처리하기 시작하고 2006년에 첫 핵시험을 한 것이 아니라고 만천하에 시위했다. 이로써 북의 핵무장력, 그중 핵심인 핵미사일력이 세계최고급이라는게 객관적으로 확인됐다. 클로즈트랙에서 오픈트랙으로 올라온 핵미사일력. 이제는 막바지라는 뜻이다.

 

4.13에 발사된 미사일이 바로 이것이다. 북의 핵미사일에 대해 시시콜콜한 시비질을 일거에 차단하며 미국과 남의 입으로 확증시킨 그 미사일. 특히 1, 2단계 성공적 분리 이후 다탄두로의 트랜스포옴(변신)! 미사일방어(MD)시스템으로는 절대 막을 수 없다는 데 공포심이 밀려온다. 위성실패라는 말에 흥분한 것도 잠시, 미사일시위에 식은땀이 온몸에 흐른다. 그래서 기자들 없이 이른 아침 안개와 강풍 속에 발사한 것이다. 결국 북의 핵미사일력만 요란하게 홍보해준 셈이다. 이럴 줄 알았다면 다르게 언론플레이를 했어야 했다. 이미 버스는 지나갔다. 북은 자신이 쓸 수 있는 기만술의 폭과 깊이를 보여주며 껄껄 웃고 있다. 이제 미국은 북에 대한 판단에 더욱 자신감이 없어졌다. 상대에 대한 파악에서 불확실성이 이정도라면 대응전략을 사전에 수립하기가 카오스수준이다.

 

지구저편을 때릴 수 있는 핵미사일을 수백기나 북이 보유하고 있다니 그것도 10년전에! 이 사건은 현 세계의 군사전략구도를 뒤흔드는 일대사변이다. 더 이상 가설과 추측이 아니라 이틀전에 실제로 보여주고 미국이 나서서 확인해준 사실이다. 게다가 다탄두로 흩뿌려지는 핵탄두라니, 척 보기에도 MD시스템은 무용지물이다. MD하려고 얼마나 돈을 들였는데. 이라크, 리비아 다음 북이라고 생각한 미국인, 세계인들에게는 쇼크수준이다. 북은 온세계의 이목을 태양절과 인공위성발사로 집중시켜놓고, 핵미사일력을 결정적으로 홍보했다. 그 홍보작업에 미국정부와 유명언론이 북치고 장구치며 변죽을 울려준 셈이다.

 

무서운 것은 30대초반 김정은최고사령관의 담력과 책략이다. 자신과 북의 지도부에 쏠릴 위성실패라는 비난까지도 기꺼이 감수하며 미국을 다루는 능력. 그래서 위성실패 다음날 노동신문1면에 환하게 웃으며 만수대창작사를 지도하는 사진이 올라온 것이다. 열병식에서도 지휘관들이 1953년 전승기념식때처럼 승리의 흰색예복으로 등장한다. 그리고 열병식장을 최첨단무기와 개량된 재래무기의 전시장으로 만든다. 반미반제국가들에게는 얼마든지 수출한다! 파키스탄과 이란에 북이 핵무장력을 확산시킨 것이 사실이라면 쿠바·베네수엘라를 비롯한 중남미도 예외일 수 없다. 핵과 미사일의 확산만큼 미국의 패권을 위협하는 것은 없다. 언제나 한발 더 나아가는 북, 이번 기회에 무장장비관이라는 ‘상설매장’까지 마련한다.

 

소련은 1962년 까리브해위기때 꾸바에 핵미사일 배치를 실패했지만, 북은 2006년 중동위기때 이란에 핵미사일을 배치하는데 성공했다. 그 결과 부시정권때 기어이 이라크에 이어 이란까지 점령하여 중동에서 반미반제·반시오니스트 나라들을 정리하려 했던 초국적자본의 전략은 실패로 귀결됐다. 격분한 이스라엘이 미국과 함께 2010년 3월 서해상에서 합동전쟁연습을 벌이다가 도리어 독일에서 수입한 돌핀급잠수함까지 박살나고 말았다. 그리고 성동격서식으로 여론을 호도하기 위하여 천안함구출이 늦춰지고 참극으로 이어졌다. 중요한 건 극동과 중동의 2개전장이 하나로 연결되자, 북이 늦어진 코리아통일일정 대신 세계자주화일정을 앞당기며 봉창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김정은제1위원장은 수억만이 보는 대중연설에서 한순간의 긴장도 한단어의 실수도 하지 않는다. 김일성주석과 똑같은 목소리로, 일심단결과 불패의 군력에 새세기산업혁명을 더하면 강성대국이라는 말을 남긴다. 미사일발사 때문인지, ‘불패의 군력’이라는 표현이 더욱 의미심장하다. 이는 소비에트에 전기화를 더하면(레닌), 인민정권에 3대혁명을 더하면(김일성) 공산주의라는 유명한 정식화를 응용한 거다. 김정은은 조선인민군최고사령관으로서의 지략만이 아니라 조선노동당제1비서로서의 사상이론적 능력이 있다는 것을 온세계에 드러내보였다. 여기에 북이 4월18일에 공개한 김정은제1비서의 4월6일담화문이 확증의 쐐기를 박는다. 흡사 김정일총비서의 담화문을 보는 듯하다. 김일성주석의 외모에 김정일총비서의 글이라니!

 

모든 건 오래전에 의도되고 준비된 대로 척척 진행되고 있다. 태양절이벤트의 하일라이트는 외견상 위성실패로 위장됐지만 실제로는 발사에 완벽히 성공한 개량된 대륙간탄도미사일의 충격적 공개다. 모든 것이 뜻대로 된 데 만족한 북의 젊은 최고영도자는 담화문으로 축제를 마무리한다. 그리고 최고사령부대변인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등의 성명을 발표하며 국면을 전환한다. 전쟁초기에 상대를 겁먹게 했다면 절반은 승리한 것이다. 2008년 8월에서 2009년 6월까지의 10개월전쟁이 2011년 6월에서 2012년 4월까지 창의적으로 재현되며 미국을 벼랑끝으로 밀쳐내고 있다. 제대로 해라, 약속을 지켜라, 일정을 맞춰라. 이번에 끝장나지 않으면 끝장날 때까지 밀어붙이겠다. “최후의 승리를 향하여 앞으로!” 김정은최고사령관의 구호가 귓가에 쟁쟁하다.

 

조덕원

 (최종수정 2012-04-24 15: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