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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이길 수 있는 싸움에서 졌다

이길 수 있는 싸움에서 졌다

 

충분히 이길 수 있는 싸움에서 졌다. 내외신이 박근혜의 역전드라마로 보도하고 있다. 절대 대세였던 이명박심판론이 미완으로 끝났다. 과거 200석이던 범수구표가 157석으로 줄었지만 150석이하로 떨어뜨리지 못한 책임은 범진보측에게 있다. 범수구표 157 대 범진보표 140은 대세가 바뀐게 아니라 선거본부의 무능이라고 봐야 한다. 그걸 잘 찾아내야 대선에서 이길 수 있다. 정권교체에서 총선이 3할이라면 대선은 7할이다. 올해 승부는 이제부터 시작이다.

 

문재인이 전국적으로 뛰었어야 했다. 대선을 앞둔 총선에서 유권자들은 대선까지 보며 투표한다. 새누리당은 박근혜가 있었고 민주당·진보당은 없었다. 문재인과 유시민이라는 선수가 있었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 특히 문재인은 사상구와 부산·경남에 묶여 제 역할을 다 못했다. 수도권과 강원·충남에서 정말 미세한 표차이로 진 후보들이 20명가까이 된다. 문재인이 나섰다면 이곳에서 10석정도는 더 얻을 수 있었다. 문재인도 민주당도 강원·충청을 홀시했다. 경적필패, 강원·충청에서는 적어도 민주당의 태도가 그랬다. 주연이 조연의 역할에 머문, 주연 없는 영화에 흥행이 될 리 만무하다.

 

김용민은 출마하지 말았어야 했다. 김어준이 쳐놓은 ‘잡놈’ 방어막에 구멍이 뚫리면서 나꼼수도 야권도 타격을 받았다. 듣기 싫으면 듣지 말라 할 수 있는 팟캐스트가 아니라 찍기 싫으면 찍지 말라 할 수 없는 국회의원선거기 때문이다. 막말을 할 수 있는 ‘잡놈’이 막말을 할 수 없는 의원으로 바뀌는 우연을 조중동은 결코 놓치지 않았다. 젊은유권자들의 투표율을 높이고 박근혜를 타격해야 하는 야권의 최정예 ‘언론전사’들이 ‘막말’ 늪에 빠져 허우적대다 선거가 끝났다. 조연이 분별력을 잃고 주연으로 나서는 순간 판이 헝클어지고 스텝이 꼬인 것이다.

 

‘동부’는 욕심을 버렸어야 했다. 진보당을 주도하는 그룹답게 전국을 보고 지원하며 스스로의 이권은 내려놓았어야 했다. 비례욕심과 지역구욕심은 결국 자파의 작은 원내진입은 성공하게 했지만 당전체의 원내교섭단체구성을 날려버렸다. 늘 이런 식이다. 자파의 이익을 전체의 이익보다 우선하는 그룹이 당의 주류로 있는 한, 당의 우여곡절은 불가피하다. 일보전진은 일보후퇴로 상쇄되고 일부는 성장하나 전체는 퇴보한다. ‘경기동부연합’이 네이버검색어에 등재된 원인을 다른데서 찾지 말아야 한다. 당심과 민심이 무서운 줄 알아야 한다. 진보당은 언제쯤이면 ‘쪽수’가 아니라 내용으로 지도되고, 희생과 양보의 미덕을 갖춘 주류를 갖게 될 것인가.

 

야권 전체적으로 잘 싸웠어야 했다. 야권의 전투력이 너무 약했다. 민주당 뿐 아니라 진보당도 마찬가지다. 민간인불법사찰과 같은 호재도 살리지 못하고 ‘경기동부연합’사건과 김용민발언파문에 맥없이 당하고 말았다. 도대체 권력형부정부패사건이 봇물처럼 터지고 남코리아판워터게이트사건까지 생겨도 박근혜 한마디에 이처럼 무력한 야권을 뭐라 불러야 하겠는가. 한명숙·이정희지도부는 장점대로 순조로운 야권연대의 빛을 발했지만 단점대로 대여투쟁의 힘을 잃었다. 최악의 조건에 박근혜는 이명박과의 거래로 당을 단합시켰으며 조중동을 업고 전투마다 주도권을 쥐었다. 야권의 총체적 무능이 맞박수를 치지 않았다면 절대 벌어질 수 없는 희한한 드라마였다.

 

야권은 싹 바뀌어야 한다. 대열을 제대로 정비하고 전화위복의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우선 5~6월 대중투쟁과 6월이후의 국회투쟁에서 국면을 전환시켜야 한다. 민간인불법사찰을 비롯 권력형부정부패사건을 파헤쳐 이명박하야정국으로 몰고가야 한다. ‘이명박근혜’의 고리를 잡아 십자포화를 퍼부어야 한다. 단 하나라도 ‘이명박근혜’의 정치생명줄을 단번에 끊어버릴 수 있는 싸움을 벌여 반드시 성과를 봐야 한다. 야권연대는 구도일 뿐 잘 싸우지 못하는 한 쓰디쓴 패배뿐이다. 야권연대를 더욱 강화하면서도 실제로 개개 전투에서 전과를 올려야 한다. 그런 싸움거리는 널려 있고 시간도 아직은 넉넉하다. 그러나 이번 총선처럼 맥없이 헛손질만 한다면 아무리 야권이 연대하고 별 호재가 다 터져도 대선 승리는 불가능하다.

 

조덕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