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아리셀 박순관대표가 1심에서 징역15년을 선고받았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후 최고형량이다. 지난해 6월 아리셀공장화재사고로 23명이 숨지고 9명이 중상을 입는 참사가 발생했는데, 이에 대해 고권호부장판사는 <언제 터져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었던 예고된 인재였다>고 명시했다. 당시 참사피해자중 20명이나 불법파견노동자이자 비숙련노동자였다. 같은 혐의로 구속기소된 박중언본부장에게 징역15년, 공동피고인들에게는 무죄~징역2년이 선고됐다. 불법파견사업체 2곳에는 각 벌금3000만원, 아리셀법인에 벌금8억원을 선고했다. 17일 대검찰청은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정부관계부처합동으로 발표한 <노동안전종합대책>과 관련 중대재해 등 사건에 대한 신속·엄정처리방안을 시행했다고 밝혔다. 대검은 1일부터 불법파견으로 산업재해가 발생하며 구속수사·중형구형 등으로 대처하고 있다.
비정규직·하청노동자의 비참한 처지는 우리사회의 노동문제가 얼마나 심각한지 보여준다. 2023년 12월 현대차전주공장에서 새벽근무중 경비업무를 서던 노동자가 사무실냉장고에서 1050원어치의 <초코파이>를 먹었다는 이유로 재판에 넘겨졌다. 더욱 황당한 것은 1심재판부가 유죄를 인정해 벌금5만원을 선고했다는 것이다. 15년간 무기계약직으로 근무해온 해당노동자는 항소했고 비판여론이 거세져, 올해 9월23일에 와서야 전주지검장은 검찰시민위원회개최를 검토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벌금형이 확정되면 경비업법상 해고사유가 된다. 이사건은 과거 <버스노동자800원잔돈횡령>사건처럼 노동자의 생존권을 위협하는 사건이다. 사측은 악랄하게도 이사건에 변호사비용 1000만원이상을 썼다.
비정규직노동자들에게 노조활동은 목숨을 건 일이다. <1050원초코파이>사건에서 여러명이 사무실 간식을 먹었지만 경비업노동자만 찍어서 소송을 건 이유는 노조조합원이어서다. 이는 24일 MBC<김종배의시선집중>의 취재결과 제기된 하청노동자의 노조활동에 대한 본보기성 고소의혹을 통해서도 확인된다. 불법파견이 산재사고를 유발할 수밖에 없는 후진적 고용구조를 혁신하지 못하는 이유는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인 노조조직·활동의 자유가 없어서다. 노조활동이 사실상 금지되다보니 노동자들의 처우는 갈수록 비참해진다. 8월24일 국회본회의를 통과한 <노란봉투법>은 실질적으로 노조활동을 보장하고, 하청노동자가 원청과 교섭할 수 있게 해주는 법이지만, 단체교섭을 위한 노조조직·활동자체가 매우 어려운 조건이다. <노란봉투법>이 노동권을 일정부분 향상시켰다지만 겨우 최저선에 머물고 있을뿐이다.
기업의 이윤추구·경비절감은 필연적으로 비정규직노동자를 양산하게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4년 8월 기준 비정규직은 845만9000명으로 전체임금노동자중 38.2%를 차지했다. 이는 최소한의 공식숫자일뿐 실제는 거의50%를 육박한다. 1년전보다 비정규직노동자는 늘어났고, 같은기간 정규직노동자는 감소했다. 정규직·비정규직임금격차는 174만8000원으로 역대최고를 기록했다. 비정규직·하청노동자는 고위험·장시간노동에 시달리며, 대부분의 산재는 이들에게 집중돼있다. 비정규직노동자에게 강요되는 죽음의 노동환경을 비롯한 모든 차별을 해소하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원칙에 따라 비정규직을 완전 철폐해야 한다. 그래야 노동권과 인권이 제대로 실현될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