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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7월19일 토요일 20:18:11
Home항쟁의기관차〈2025.5 항쟁의기관차〉 〈승부〉 승부수

〈2025.5 항쟁의기관차〉 〈승부〉 승부수

종로 2가에서 3가로 걸어갈때였다. 이창호가 앞에서 걸어왔고 스쳐지나갔다. 그때 인사를 하지않은것을 정말 두고두고 후회했다. 그래선지 베를린국제영화제때 자기영화를 상영한후 단상에 올랐다 내려오는 켄로치를 향해서 주저없이 걸어가 축하악수를 청했다. 그는 수많은 청중앞에서가 아니라도 외면할 사람이 아니다. 하여튼 20여년전 땅을 쳐다보며 조용히 걷던 이창호의 모습이 자꾸 떠오른다. 걸을때도 <돌부처>였다. 

<승부>는 바둑에 대한 영화가 아니라 승부에 대한 영화라는 평에 공감한다. 바둑을 모르는 사람도 흥미롭게 볼수 있다. 물론 바둑을 알면 더 흥미롭게 볼수 있다. <붉은단풍잎>의 바둑판들이 안타깝게 대비돼 떠오르는것은 어쩔수 없다. 한편, 픽션인만큼 사실과 다른점이 있는것은 놀랍지않다. 조훈현은 응씨배에서 우승하기전에 이미 이창호를 내제자로 뒀다. 이창호에게 패권을 잃었을때 담배를 끊고 등산을 시작했다. 이창호는 어렸을때도 말이 없었다. 이점을 굳이 다사스럽고 버릇없는 캐릭터로 달리 그렸어야했는지 의문이다. 오히려 캐릭터의 일관성을 두는것이 자연스럽고 사제간의 갈등도 더욱 증폭되지않았을까싶다. 

내제자는 조훈현이 경험한 지도방식이다. 조훈현은 세고에겐사쿠의 내제자가 되면서 최고로 성장했다. 세고에는 조훈현·오청원·하시모토우타로등 <한국>·중국·일본의 당대최고선수를 키워냈다. 다른 걱정없이 오직 바둑에만 정진할수 있게 하는 합숙시스템은 매우 효율적이다. 이창호가 내제자로 있을때 스승을 꺾었으니 당시 조훈현의 심정이 어땠겠는가. 청출어람, 스승을 뛰어넘는 제자를 둔 기쁨이 크면서도 승부에서 늘 이기다가 지게 됐을때의 심리가 편할리 없다. 이병헌은 조훈현을 연기했지만 유아인은 이창호였다고 한다. 조훈현과 이창호의 관계에 이병헌과 유아인의 관계가 겹쳐보인다. 이창호처럼 유아인도 자기일에 전념해야한다. 

승부수를 던져야할때가 있다. 대세를 확정지을때보다 거스를때가 그렇다. 대세에 역행하는것이 옳을지, 그를지는 경우에 따라 다르다. 역행을 제압하는것이 옳을지, 그를지도 마찬가지다. 대세를 뒤집기 위해서는 적당한 수가 통하지않는다. 판을 갈아버릴 결정적인 수를 써야한다. 조기대선을 20여일 남겨둔 시점, 3차세계대전의 흐름이 주춤하는 시점이 모두 위험해보이는 이유다. <냉전>책략을 현실화시킨 20세기중반코리아전이 <신냉전>책략을 현실화시키며 21세기초반<한국>전으로 재현될 조짐이다. 물론 나쁜놈들의 승부수가 통할것같지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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