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앙정보국(CIA)가 남코리아대통령실을 도청한 정황이 드러난 가운데 윤석열정부가 <미국과 협의하겠다는> 등 소극적 태도로 일관하는 것에 대해 야당에서 비판수위를 높이고 있다.
앞서 지난 8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 등은 CIA가 남코리아의 국가안전보장회의(NSC)에서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제공하라는 미국의 요구에 대해 논의한 내용을 도·감청 한 기밀문건이 유출됐다고 보도했다.
야당 국회국방위·외통위·정보위원들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미국 최고의 정보기관이 불법스파이활동을 우리나라와 같은 동맹국을 대상으로 자행해 온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특히 사태의 원인을 <대통령실 졸속 이전>으로 규정했다.
이들은 <안보의 최전선인 대통령실이 보안시스템조차 제대로 갖추지 못한 것>이라며 <아무런 마스터플랜 없이 대통령실을 국방부로 옮기겠다고 나설 때, 급하게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시스템을 꾸리고 보안조치를 소홀히 해 이런 사태가 벌어진 것은 아닌지 명백한 진상조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한목소리로 정부대처를 비판했다. 이재명더불어민주당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회의에서 <미정부에 해당 보도의 진위와 명확한 정보를 요구해야 한다>고 촉구하며 <동맹의 핵심적 가치는 상호존중>, <일국의 대통령실이 도청에 뚫린다는 것도 황당무계하지만 동맹국 대통령집무실을 도청하는 것도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홍근민주당원내대표는 <사실이라면 외교·안보 컨트롤타워와 대통령실을 미국이 일일이 감시하며 기밀을 파악했다는 것>이라며 <국가안보에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윤석열정부는 단호한 대응은커녕 <한미신뢰는 굳건하다>는 말만 반복하며 <미국과 협의하겠다. 타국 사례를 검토해 대응하겠다>며 남의 다리 긁는 듯한 한가한 소리만 내뱉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즉각 미정부에 해당보도의 진위와 기밀문건에 대한 명확한 정보를 요구하고 파악해 우리 국민께 한점 숨김없이 명명백백히 밝히길 바란다>고 직격했다.
이정미정의당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상무집행위원회의에서 <미국의 불법 도·감청은 대한민국에 심대한 주권침해를 버젓이 자행한 중대사태>라며 정부의 대응에 대해 <미국 눈치보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대표는 <국익을 포기하려고 작정한 것이 아니라면 안보구멍이 숭숭 뚫린 대통령실에서 무슨 외교전략을 짜겠다는 것이냐>라며 <미남정상회담 성사에 목매고 미국에 한마디도 못한 채 어물쩍 넘기려 한다면 주권국가 대통령자격 상실>이라고 힐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