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경제] 아르헨 YPF 재국유화가 시사하는 점

아르헨티나 YPF 재국유화가 시사하는 점

국유화는 정부의지, 글로벌경제와 담쌓는 조치 아냐

 

 

지난 4월16일 아르헨티나대통령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Cristina Fernandez de Kirchner, CFK)가 TV연설을 통해 아르헨티나 최대의 에너지기업 YPF(Yacimientos Petroliferos Fiscales) 재국유화(re-nationalisation) 조치를 발표한 지 채 한달도 안돼 YPF의 재국유화법이 상·하원 모두를 통과됐다.

 

 

이로써 아르헨티나의 에너지주권은 1993년 YPF가 사영화(privatisation)된후 20년만에 민중들의 지지와 이를 동력으로 한 대통령의 의지로 재국유화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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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아르헨티나정부

 

 

YPF재국유화는 대통령의지와 민중지지 때문

  

YPF 지분 51%이상을 국유화하는 YPF재국유화법안은 지난 4월25일 찬성63표, 반대3표, 기권4표의 압도적 표차로 상원을 통과했다. 법안은 5월3일 2일간의 심의 끝에 표결에 부쳐 찬성207표, 반대32표, 기권6표로 하원에서도 통과됐다.

 

YPF의 재국유화과정을 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알 수 있다. 의회승인전 대통령긴급명령이 먼저 집행된 것이다. 아르헨티나정부는 대통령긴급명령으로 법안의 의회통과를 기다리지 않고 YPF경영자 교체와 경영자의 YPF출입저지 등 실력행사를 먼저 했다.

 

의회권력이 30%, 정부권력이 70%라는 남코리아정치제도하에서도 사영화된 공기업을 다시 정부나 전사회적인 소유형태로 환수할 수 있을지에 대한 힌트를 주는 대목이다. 경제분야에서 민주주의개혁은 대통령의 의지가 결정적임을 시사한다.

 

페르난데스대통령이 ‘힘’으로 밀어붙인 데는 민중들의 지지가 기반이 됐다. 최근 조사에서 아르헨티나민중 60%가 YPF재국유화법을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고 YPF재국유화조치발표와 법안통과 직후 정부정책을 지지하는 대중시위가 이어졌다. 재집권에 성공한 페르난데스는 작년 10월에도 총선승리를 이끌면서 대중적인 지지를 확인한 바 있다.

 

라틴아메리카 도미노 국유화 진행될까?

 

아르헨티나의 ‘속전속결’ YPF재국유화의 충격은 라틴아메리카 전반으로 확대될 조짐이다. 볼리비아정부가 바로 치고 나왔다. 모랄레스는 2006년 집권후부터 유전개발권제한과 정유시설재국유화 등 에너지분야 국유화를 추진해왔다.

 

지난 5월1일 볼리비아대통령 에보 모랄레스는 스페인전력회사 REE(레드 일렉트리카)산하 송전업체 TDE를 국유화조치를 단행했다. 모랄레스는 “자원주권회복과 기간서비스유지를 위해 싸우는 볼리비아의 노동자와 민중들을 위해 TDE를 국유화한다”고 밝혔다.

 

시설장악에는 군대병력이 동원됐다. 다만 볼리비아는 TDE에 대한 민간감사를 통해 적절한 배상을 해주기로 했다. ‘유상몰수’조치로 볼 수 있다.

 

최근 암치료를 받고 병석에서 일어나 오는 10월 4선도전을 선언한 베네수엘라대통령 차베스도 에너지, 식량, 자원, 금융 등의 자립을 위해 국영석유기업 PDVSA창설을 비롯 전력·통신(CANTV), 중앙은행, 낙농부문, 시멘트, 비료, 자동차윤활유산업, 금광업 등을 거침없이 국유화했다.

 

주거정책을 좌우할 수 있는 시멘트 등 대부분 국유화분야가 민중생활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다. 할리우드에 맞서 남미영화제작소까지 건립할 정도다. 지난 2월에는 민간은행의 국유화조치 가능성을 언급했다. 베네수엘라 국영기업들은 중앙기획위원회가 총괄한다.

 

 에꽈도르 꼬레아대통령도 석유와 광업 등 핵심 경제부문의 국유화를 추진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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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Cristina Fernandez de Kirchner, CFK) (출처 : 아르헨티나정부) 

 

 

국유화조치로 글로벌투자 막힌다?

 

YPF의 재국유화로 YPF대주주인 스페인회사 렙솔을 비롯 EU가 무역제제나 법적 소송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는 가운데 아르헨티나부통령이 한 발언이 주목된다.

 

5월8일 아르헨티나부통령 보우도우는 워싱턴의 미국무부에서 가진 컨퍼런스에서 “전반적 아르헨티나경제의 미래를 매우 낙관한다”며 “탄화수소개발부문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보우도우는 “아르헨티나 에너지부문에서 공동작업 가능성을 타진하며 조인트벤처에 투자하기를 원하는 이들에게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가 이끄는 정부는 그러한 기회를 제공할 시스템을 구축했다”고 덧붙였다. 보우도우는 2011년 5월 남부 파타고니아에서 발견된 거대유전을 예로 들며 외국석유개발업체가 무시할 수 없을 거라고도 말했다.

 

부통령의 발언은 재국유화한 YPF에 ‘건전한’ 글로벌기업의 투자도 환영한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AFP에 따르면 렙솔은 이미 엑손모빌, 셰브론, 코노코필립스 등 미국석유기업에 YPF에 투자할 경우 법적 소송에 직면할 것이라는 취지의 경고성 메시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파이낸셜타임즈는 아르헨티나가 YPF를 재국유화할 경우 글로벌투자가 줄어들 것이라고 악평한 바 있다. 태평양을 사이에 둔 남코리아 보수언론들이 사영화는 곧 기업선진화, 국유화는 곧 글로벌경쟁에 뒤진다는 논리를 피력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아르헨티나정부는 이러한 서방의 시각을 의식해 균형을 잡기위해 글로벌투자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낸 것으로 풀이된다.

 

석유시추사업의 특성상 글로벌기업의 자금, 기술력이 필요하고 재국유화가 글로벌경제와 ‘담을 쌓는’ 조치가 아닌 점을 강조하려는 조치다. 물론 51%라는 통제지분을 정부가 보유하고 있지만 이들 다국적기업에 재종속되는 상황에 대해선 극히 경계해야 할 부분이다.

 

최근 남코리아에서도 야권전반에서 ‘경제민주화’의 구체적 정책으로 재벌해체와 주요기업의 공공성확보는 대체로 합의됐다. 사영화된 공공서비스와 정부시책과 전사회적인 노력에 힘입어 성장한 주요산업부문을 사회적 소유구조로 만드는 데서 아르헨티나 YPF재국유화사례는 적지 않은 시사점을 준다.

 

정재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