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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철학 _ 변증법강의

철학은 세계관을 주는 학문이다. 세계관이란 세계에 대한 견해와 관점, 입장의 전일적인 체계이다. 세계에 대한 견해는 세계에 대한 일반적인 이해로서 세계의 본질과 그 변화발전의 합법칙성을 말한다. 세계에 대한 관점, 입장은 세계를 인식하고 개조하는데서 일관하게 견지하여야 할 방법론이다. 

철학은 세계관을 주는 것을 통하여 인간의 운명개척의 길을 밝혀주는 것을 사명으로 한다. 인간의 운명문제란 인간의 생존과 발전의 전도에 관한 문제이다. 인간의 운명을 개척한다는 것은 인간의 생존과 발전의 길을 열어나간다는 것이다. 사람이 세계의 본질과 그 변화발전의 합법칙을 연구하는 것은 자기 운명을 개척하기 위한 근본방도를 찾기 위해서이다. 이 문제를 밝히지 않고서는 운명의 주인은 누구이며 운명을 개척하는 힘은 어디에 있는지를 밝혀낼 수 없다.

철학은 자연과 사회, 사람으로 이루어진 세계를 통일적으로 고찰한다는 점에서 세계의 개별적 영역을 대상으로 하는 개별과학과 구별된다. 철학은 세계 전체를 연구대상으로 하며 세계의 본질과 그 변화발전의 합법칙성, 세계를 개조변혁하기 위한 방도를 밝혀준다. 철학은 과학의 연구 방향과 방도를 제시해 주며 개별과학은 철학의 진리성을 구체적으로 입증해 준다. 철학은 이론적으로 체계화된 세계관을 준다는 점에서 이론적으로 논증되지 않은 환상적인 ‘세계관’을 내놓고 존재하지 않는 ‘신’을 맹목적으로 믿을 것을 요구하는 종교와 근본적으로 구별된다.

철학은 역사의 총화이다. 사상은 시대의 반영이며 시대는 사상의 구현이다. 역사적 경험을 사상이론적으로 총화한 것이 바로 철학이다. 맑스주의는 19세기 중엽 서유럽의 노동운동 경험을 총화하며 창시되었으며 레닌주의는 19세기 말과 20세기 초 러시아변혁의 역사적 경험을 총화하며 창시되었다. 이북은 조선변혁의 경험을 사상이론적으로 총화하며 이를 주체사상이라 부르고 있으며 오늘은 선군변혁의 경험을 사상이론적으로 총화하며 이를 선군사상이라 부르고 있다. 사실로서의 역사와 이론으로서의 철학은 씨줄과 날줄처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 

철학은 계급적 요구를 반영한 세계관이다. 철학은 계급사회에서 계급적 요구를 반영하며 계급성을 띤다. 그러나 모든 계급이 다 자기의 철학을 가진 것은 아니다. 노예사회와 봉건사회의 노예와 농노는 가혹한 생활조건으로 말미암아 자기의 계급적 요구를 반영한 철학을 내놓을 수 있는 이론활동을 벌일 수 없었다. 또한 그들은 노예제도와 봉건제도를 교체하게 될 새로운 사회제도의 담당자가 아니었다. 피착취계급으로는 오직 자본주의사회의 노동계급만이 미래의 사회주의사회를 대표하는 가장 선진적이고 변혁적인 계급으로서 자기의 계급적 요구를 반영한 철학을 독자적으로 내놓을 수 있었다.

철학은 인간의 추상적 사유능력이 일정하게 발전하고 일정한 계급과 계층의 운명문제를 세계관적으로 밝히는 것이 중요한 실천적 요구로 나선 역사적 시기에 발생하였다. 원시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유치한 사회적 관계에 기초하여 집단을 이루고 살았던 것만큼 자기들의 운명문제를 세계관적으로 탐구하는 것을 사회적 집단의 절박한 요구로 제기할 수 없었다. 사람들은 계급사회에 들어와 자기들의 운명문제가 계급의 운명과 밀접히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알게 되고 자기 집단의 운명을 개척하는 방도를 연구하는 과정에서 일정한 사회적 집단의 이익을 옹호하는 철학들이 나오게 되었다. 

철학은 고대 노예사회에서 처음으로 발생하였다. 최초로 발생한 철학은 유물론적이며 변증법적이었다. 이 철학은 당시 반동적인 귀족노예소유자계급의 지배를 반대하고 생산력을 발전시킬 것을 지향한 진보적인 신흥 노예소유자계급의 이해관계를 반영하여 나온 것이었다. 이 철학은 ‘하느님’이 세계를 창조하였다는 종교적 신비주의를 반대하고 세계의 시원을 물질적인 것에서 찾았으며 사람을 포함하여 세계의 시원을 물(탈레스), 불(헤라클레이토스), 공기(아낙시만드로스), 원자(데모크리토스)로 보았다. 동양에서는 물, 불, 나무, 흙, 금속의 결합체(5행설)로 이루어졌다고 보았다. 또한 ‘하느님’에 의해 모든 사물현상이 운동한다는 종교적 견해를 반대하고 그것들이 자체의 원인에 의하여 끊임없이 변화발전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견해들은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반영한 것이기는 하지만 과학적으로 근거지어지지 않고 직관적이고 자연발생적이며 소박한 유물론적, 변증법적 견해였다. 그리고 역시 신흥 노예소유자계급의 철학으로서 노예제도를 정당화하는 계급적 제한성을 가졌다. 

노예사회에서 유물론철학이 발생하자 반동적인 귀족노예소유자계급은 저들의 계급적 지배를 합리화하기 위하여 관념론철학을 들고 나왔다. 이 철학은 ‘하느님’ 대신에 ‘관념의 세계’(플라톤의 이데아론)와 같은 초자연적인 정신적 실체에 의하여 현실세계가 창조되었다는 견해로서 종교에 합리적인 외피를 씌운 비과학적이며 반동적인 것이었다. 그리고 이들은 세계의 모든 것은 고정불변하며 사람의 운명도 변화시킬 수 없다는 형이상학적인 견해를 주장하였다. 

이와 같이 최초에 발생한 철학들은 세계의 시원에 대한 문제의 해명으로부터 출발함으로써 물질과 의식의 관계문제를 근본문제로 삼았으며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는가에 따라 유물론과 관념론의 두 조류로 갈라졌다. 그리고 세계가 어떻게 변화발전하는가 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변증법과 형이상학의 두 조류로 갈라졌다. 그리하여 철학의 영역에서는 계급투쟁의 반영으로서의 사상투쟁, 곧 유물론과 관념론, 변증법과 형이상학의 투쟁이 벌어지게 되었다. 

봉건시대에 유럽에서는 철학이 신학의 시녀가 되어 기독교의 교리를 합리화(스콜라철학)하는 데 전적으로 복무하고 독자적인 발전을 이룩하지 못하였다. 봉건시대 유럽과 달리 동방, 특히 우리나라에서 유물론철학은 매우 높은 단계에 있었다. 봉건시대 우리나라 유물론자들은 당시 철학의 중심문제인 이(理 : 의식)와 기(氣 : 물질)의 상호관계문제를 이일원론(이황)으로 해결하려는 성리학적인 견해를 반대하고 기일원론(서경덕)적 견해를 제기하였다.(이이는 절충적인 이기이원론을 주장하였다) 세계의 시원은 물질적인 기이며 물질세계는 기 안에 있는 대립물의 상호작용에 의하여 운동한다는 기일원론은 유럽철학보다 한 세기나 앞서 제기된 것이다.

부르조아변혁 준비기와 수행기 신흥 부르조아계급의 철학은 봉건제도와 이를 신성화한 종교와 관념론을 반대하면서 세계는 물질로 이루어지고 의식은 물질의 속성이라고 주장하였으며 사람은 감성적 경험과 이성적 사유를 통하여 객관적 진리를 인식하고 과학적 지식의 힘으로 자연을 지배하게 된다는 견해를 내놓았다. 이와 같은 견해는 반봉건투쟁에서 진보적 역할을 하였다. 그러나 이 철학은 실천활동을 통해서만 세계를 인식하고 개조할 수 있다는 것을 보지 못하였다. 그리고 이 철학은 물질의 운동에서 역학적 운동만을 인정하고 사물의 운동의 원인을 사물 자체의 내부에서가 아니라 외적 충격에서 찾았으며 질적 변화를 인정하지 않고 양적 변화만을 인정하였다. 그러므로 이 철학은 기계적, 형이상학적 유물론(18세기 프랑스 유물론, 독일의 포이에르바흐)으로 되었다. 

자본주의적 관계가 확립되어 가던 시기에 봉건지배세력과 타협한 자본가계급의 이익을 반영한 철학은 관념론으로 떨어졌다. 이 철학은 당시 유물론의 기계론적, 형이상학적 제한성을 반대하면서 변증법을 심화시켰으나 그것은 ‘절대이념’의 논리적 발전과정을 밝힌 관념변증법(헤겔)이었다. 이 철학은 자연과 사회, 사람을 초자연적인 정신적 실체인 ‘절대이념’발전의 필연적 산물이라고 함으로써 당시의 봉건군주제도가 합리적이며 신성불가침한 것이라는 것을 논증하려고 하였으며 민중의 변혁적 진출을 막으려고 하였다. 자본주의적 관계가 확립된 후 부르조아철학들은 예외 없이 반봉건투쟁시기에 가졌던 합리적이고 진보적인 요소들을 모조리 집어던지고 자연과학의 성과들을 왜곡하며 자본의 지배를 정당화하는 반동적인 관념론철학으로 굴러떨어졌다. 

자본주의사회에서는 노동계급의 요구와 이해관계를 반영한 최초의 과학적인 세계관으로서 맑스주의철학이 발생하였다. 이 철학은 자본주의사회에서 지배적인 관념론과 형이상학을 반대하고 과학적인 세계관을 확립하기 위하여 물질과 의식의 관계문제를 근본문제로 삼고 그 해결로부터 출발하였으며 유물론과 변증법을 유기적으로 통일시킴으로써 변증법적 유물론을 확립하였다. 

맑스주의창시자들은 헤겔과 포이에르바흐의 철학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그 합리적 측면들을 주목하였다. 헤겔철학에는 현실적인 운동발전을 절대이념의 자기발전 과정으로 왜곡하는 문제점이 있으나 모든 것을 발생, 발전, 소멸 속에서 고찰하는 합리적인 변증법적 방법이 있었다. 한편 포이에르바흐의 철학에는 세계의 물질성을 인정하는 합리적인 유물론적 측면이 있었으나 세계의 변화발전을 부인하는 형이상학적 문제점도 있었다. 맑스주의창시자들은 헤겔의 변증법과 포이에르바흐의 유물론을 결합시켜 변증법적 유물론을 확립하였다. 

맑스주의철학은 세계의 물질성을 논증하고 자연과 사회, 인간사유의 가장 일반적인 발전법칙을 밝혔다. 그리고 실천이 인식의 기초이며 진리의 기준이라는 것을 밝히고 인식과정의 합법칙성을 과학적으로 해명하였다. 맑스주의철학에 의하여 인류역사에서 처음으로 세계의 본질과 변화발전의 합법칙성을 밝혀주는 과학적 세계관을 확립하게 되었다. 맑스주의철학에 의하여 근로민중은 역사상 처음으로 자기의 철학을 가지게 되었으며 근로민중의 계급해방을 위한 투쟁과 변혁의 무기를 틀어쥐게 되었다. 유물론과 변증법의 결정적 승리는 맑스주의의 변증법적 유물론이 정립됨으로써 이루어졌으며 그 종국적 승리는 맑스주의의 진수를 계승하고 그 한계를 극복한 새로운 노동계급의 철학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2003.9.15 21세기코리아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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