툴루즈 총격사건의 풀리지 않은 의혹

대선을 앞두고 발생한 총격사건으로 인해 프랑스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르몽드와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3월19일 남부도시 툴루즈(Toulouse)의 유대인학교 오자흐 아또하(Ozar Hatorah) 앞에서 총격사건이 발생했다. 스쿠터를 탄 괴한에 의해 교사 1명과 그 교사의 딸(6세), 교장의 딸(8세), 여자아이(3세) 등 총4명이 숨졌다.

경찰은 용의자로 23세의 알제리계 프랑스인 모하마드 메라(Mohamed Merah)를 지목했다. 경찰은 메라가 “나는 이슬람 무장단체 지하드 소속이며 팔레스타인 어린이의 죽음에 대한 보복으로 유대인을 공격했다”고 밝혔다고 주장한다. 또 3월12일, 15일 각 툴루즈의 다른 지역과 인근지역에서 일어난 총격사건에 사용된 총기와 동일하다는 근거를 제기하며 연쇄테러사건의 용의자로 간주했다.

22일 메라는 본인의 아파트에 진입한 경찰특공대와 32시간의 대치 끝에 숨졌다. 프랑스내무부장관은 “경찰특공대가 화장실을 확인하려는 순간 메라가 총격을 가하며 뛰쳐나왔고 총격전 중 창문으로 뛰어내렸다”고 밝혔다. 이 발표에 대해 일각에서는 포위당한 상황에서 경찰의 전술에 따른 의도적 결과이며 창문으로 뛰어내리기 이전에 총살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숫자인 50만명의 유대인이 프랑스에 있으며 그중 약 2만명 규모의 유대인공동체가 있는 툴루즈에서 벌어진 사건의 해결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됐다.

대통령 니콜라 사흐코지(Nicolas Sarkozy)는 사건당일 예정된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내무부장관, 교육부장관, 유대인단체대표회의(CRIF)대표와 함께 툴루즈로 갔다. 선거운동에 한창이었던 모든 대선후보들도 최우선으로 툴루즈에 방문했다.

사건 다음날, 파리 메트로 무가지들은 ‘국가치안유지’를 강조했으며 보수언론 피가로의 이름으로 파리시내에 ‘이슬람테러위협’에 대한 글귀가 부착됐다.

사흐코지는 “테러리즘을 옹호하거나 폭력을 불러일으키는 인터넷 사이트를 상습적으로 접속할 경우 처벌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메라로 인해 사상자가 발생했기 때문에 국민들은 그의 죽음을 원했다”고 말했다.

사회당(PS)의 프랑수와 올렁드(François Hollande)는 “끔찍한 드라마”이며 “끊임없이 테러리즘과의 싸움을 지속해야”한다고 말했다.

국민전선(FN)의 마힌 르 뻰(Marine Le Pen)은 “반이슬람주의와 국가치안강화라는 나의 노선이 옳다는 것이 입증되었다”고 말했다.

좌파전선(FG)의 졍 뤽 멜렁숑(Jean-Luc Mélenchon)은 “이 사건을 구실로 증오에 찬 동일시와 낙인행위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3월22일 여론조사기관(BVA)가 실시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툴루즈 사건은 대선후보 지지율변화에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FG의 멜렁숑이 14%을 얻은 것을 제외하면 올렁드 29.5%, 사흐코지 28%, 르 뻰 13%, 베이후 12%로 지난번 여론조사결과와 비슷하다.

4월2일 국제뉴스 프랑스24에 따르면 알제리변호사 쟈히야 목타리(Zahia Mokhtari)가 이번 사건에 의혹을 제기했다. 목타리는 메라의 부친이 경찰특공대를 고소하기 위해 선임한 변호사다.

목타리는 “이번 툴루즈 사건은 프랑스정보기관에 의한 조작이며 메라는 이용당했고 진실을 감추기 위한 의도로 피살당했다”며 “메라가 경찰을 향해 ‘왜 나를 죽이려고 하나요, 나는 결백합니다’라고 외치는 20분짜리 영상 2개를 소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프랑스정보기관의 책임자와 메라와 일했던 두사람의 이름을 공개할 것이며 프랑스변호사들도 우리를 도와주기 원한다. 프랑스사법계의 정직함과 객관성을 신뢰한다”고 덧붙였다.

이탈리아주간지 일 폴리오(Il Foglio)는 ‘메라가 해외여행시 특히 이스라엘 입국할 때 프랑스정보기관의 지원이 있었다’고 밝혔다.

동서양을 막론하고 선거철이면 등장하는 정치공작의 의혹과 함께 이번 사건의 진실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김재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