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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3월29일 금요일 22:50: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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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생사기로에 선 진보당 … 민주노총 “재창당 수준 쇄신” 촉구

생사기로에 선 진보당 … 민주노총 “재창당 수준 쇄신” 촉구

진상조사보고서전문 충격적 … 4일 전국운영위 결정에 이목 집중

진보당(통합진보당)은 19대총선비례대표선거관련진상조사보고서전문을 3일 당홈페이지를 통해 전격 공개했다. 조사보고서에는 온라인투표와 현장투표를 막론하고 진보정당의 도덕성에 치명타를 안긴 다수의 부정선거사례가 적시돼 있다. IP중복, ‘유령’당원, 필체흉내내기, 대리투표의혹 등은 이제 보수정당에서도 보기 힘든 불법사례들이다.


온라인투표 부정사례


이중에서 전체 유효투표수의 85%이상을 차지하는 온라인투표에 대한 조사 결과에서 동일 IP에서의 중복투표 의혹이 가장 두드러진다.


보고서에는 총3개의 IP주소에서 투표한 내역이 자료로 첨부됐는데 21명이 투표한 것으로 나타난 한 IP에서는 3시간에 걸쳐 21번 투표가 이루어졌다. 그 대상자들이 70대여성 10명, 60대여성 2명, 50대여성 5명, 40대여성 4명 등이었다. 물론 동일한 IP주소에서 투표했다고 모두 부정투표라고 보기는 어렵다. 허나 고령의 여성 10여명이 같은 곳에서 인터넷투표를 했다는 것은 상식과는 거리가 멀다.


심지어 39명의 투표가 이뤄진 동일 IP의 경우 투표자들의 지역이 서울, 인천, 대구, 경기, 전북 등으로 조사됐다. 누가 보더라도 하나의 IP에 모여 투표하는 것이 불가능한 조건이다.


이에 진상조사위는 보고서를 통해 “특정IP에서의 투표집중화가 다수 발견됐다”면서 “각각의 투표자 투표시간에서 대리투표 및 공개투표 정황이 상당하다”고 지적했다. 조사위는 “(동일IP에서의 투표가) 개별 IP 투표를 압도할 정도로 많다”고 했다.


진상조사위는 또 “일부 현장에서 투표시스템에 기표하지 않은 현장투표가 나중 확인됐다”며 “이에 따라 온라인과의 2중투표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한명이 현장투표도 하고 온라인투표도 했을 수 있다는 뜻이다. 진상조사위는 이같은 2중투표가능성이 있는 숫자가 582표로 조사됐다고 했는데, 비례대표경선 여성 1위 윤금순당선자와 2위 오옥만후보의 표차는 불과 150여 표였다.


조사에 의하면, 온라인투표를 한 것으로 나타난 투표자들중 일부는 당원이 아니거나 투표를 한 적이 없다고 말한 경우도 있었다. ‘당원이 아니지만 투표했다’는 경우도 1명 있었다. 투표했다고 답한 53명 중에서 온라인투표가 아닌 현장투표를 했다는 사람도 11명이나 됐다.


선거관리위원이 아닌 일반당직자가 선거관리프로그램을 수정해 달라는 요구를 관리업체에 한 사례도 나타났다. 3월16일 투표관리시스템에는 투표진행현황을 모니터링할 수 있는 기능이 추가됐는데, 이것이 조직1실관계자가 중앙당실무자에게 요청했다고 한다.


진상조사위는 투표결과데이터의 조작여부와 관련해서는 프로그램변경내역을 기록하는 ‘형상관리시스템’ 자체가 존재하지 않아 부정여부를 확인할 수 없다고 했다. 그밖에도 온라인투표의 기권표가 유효투표로 잘못 집계됐거나 선거관리시스템의 사전품질·오류·보안검증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등 다수의 부실사례가 발견됐다.


진상조사위는 “납기기일의 촉박성에 따른 무리한 프로젝트”로 인해 “투표시스템의 중요성을 무시, 간과한 수의계약 진행”이 이루어졌고 결국 “중대한 오류가 내재된, 완전치 못한 투표시스템이 개발됐다”고 지적했다. 프로그램개발업체는 당권파와 관련된 기획사와 오랫동안 거래한 업체로 알려졌다.


현장투표 부정사례


현장투표에서도 부정선거의혹이 있는 사례들이 다수 적발됐다. 투표자 또는 선거관리인의 서명이 빠져 있어도 투표가 진행되었고 심지어 유효투표로 처리된 사례가 발견된 것이다. 또 투표자수와 투표용지수가 불일치할 경우 해당 투표함전체를 무효표로 처리해야 함에도 유효표로 처리한 경우도 있었다.


관리자 서명이 대리로 이뤄지기도 했다. 선거인명부 또는 투·개표록에서 발견된 일부서명을 보면 “관리자서명을 볼펜으로 했다가 그 위에 덧칠하기 위해 다시 싸인펜으로 서명한 경우”가 나왔다. 관리자서명의 필체를 모방해 위조하려 한 것으로 보인다.


또 같은 사람의 서명이라고 보기에는 그 글씨체가 현격하게 차이나는 경우와 자신의 이름을 틀리게 서명한 경우도 발견됐다.


당권파의 안이한 대응


당권파의 부정선거의혹 전면부인과 안이한 대응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부정선거진상조사발표직후 당권파인사인 정책위 이의엽의장은 조준호위원장의 조사결과를 신뢰할 수 없다며 진상조사결과를 ‘의혹제기 수준’ ‘일반적 관리부실’ 정도로 규정하며 사실상 부정선거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당권파와 관련된 일부언론이 낸 반박기사들도 같은 맥락이다.


결국 이러한 반박들은 진상조사보고서전문을 공개하지 않으면 안되는 환경을 만들었다. 결과적으로 이의장과 일부언론의 반박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로 철저히 재반박돼 더 큰 내상을 입게 됐다. 이의장의 반박은 진상조사와 관련해 당적으로 전권을 위임받은 조위원장의 발표를 일부 당간부가 부정하는 비조직적인 행위라는 비판도 받고 있다.


또 경향신문에 의하면 ‘3일 복수의 진보당관계자들이 비례대표경선부정진상조사결과가 발표되기 사흘전 이석기당선자가 유시민공동대표를 찾았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서 이당선자는 유대표에게 “당권(대표직)을 받아라. 대신 (당권파에게) 당지분을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는데 유대표가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려는 게 아니라 보수정치인들처럼 밀실거래로 미봉하려 했다는 강한 비난을 받고 있다. 벌써부터 보수언론들은 ‘얼굴마담’ 이정희대표 대신 ‘몸통’ 이석기당선자가 직접 나섰다는 비난을 집중적으로 해대고 있다.


당권파의 한사람인 이정희대표의 신석진비서실장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제일 위험한 건 동지로 위장해 세작(간첩)질을 일삼는 일군의 세력”이라며 “조봉암(1956년 진보당창당후 1958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사형)의 진보당은 프락치들의 분열공작에 사분오열돼 스스로 붕괴됐다”고 썼다. 위기에 몰리게 되자 근거 없이 상대를 프락치로 모는 것은 당내 분열을 극단화시킬 수 있는 가장 위험한 발언이다.


이와같이 최악의 현 사태에 대한 최소한의 반성과 책임 있는 자세를 상실한 당권파의 안이하고 위험한 대응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이는 진보당의 도덕성을 완전히 실추시키며 검찰수사의 빌미까지 제공하고 있다. 당선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당권파의 그릇된 작풍이 지금은 당을 존립의 위기까지 몰아가고 있다는 여론이 높다.


민주노총 “재창당 수준의 고강도 쇄신” 촉구


한편 민주노총이 원칙적이고 강경한 입장을 내와 귀추가 주목된다.


진보당의 주요한 정치적 기반인 민주노총(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은 3일 긴급 산별대표자회의에서 진보당의 비례대표부정선거에 대해 “어떤 이유로도 용납받지 못할 전근대적 행태”이며 “통합진보당이 인적쇄신은 물론 모든 것을 바꾼다는 각오로 재창당 수준의 고강도 쇄신을 단행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민주노총은 또 “만약 통합진보당이 미봉책으로 당면사태를 수습하려 한다면 진보정당으로서의 정체성과 민중에 대한 희망을 상실한 것으로 간주하고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4일 전국운영위, 비례대표거취 결정이 관건


진보당은 4일 전국운영위를 개최하여 당면한 핵심현안인 비례대표부정선거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일단 전국운영위에서는 공동대표단의 사퇴와 비상대책위의 구성, 비례대표 1, 2, 3번 또는 비례후보전원의 사퇴 등의 안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현 사태를 야기하며 당을 위태롭게 한 인사들은 엄격하게 책임을 묻고 경우에 따라서는 제명조치까지 취해져야 한다는 여론이 어떻게든 반영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이번 사태를 계기로 당이 다시는 패권주의와 전횡, 부정부패에 휘말리지 않을 제도와 질서, 인물을 세우는 근본적인 쇄신책이 마련돼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사퇴는 당대표선거와 대선 등을 거치면서 또다시 재현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진보당 전국운영위가 당을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구원하고 쇄신의 계기를 만들 수 있을지, 당내외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진보당은 생과 사의 기로에 서있다.


이수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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