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최선희의 미소

트럼프를 상대하는덴 한사람이면 충분하다. 지난해 5월때 최선희는 맥스썬더연습을 비판하는 한마디를 했는데 이때 트럼프가 발끈 회담 안하겠다 뻗댔다. 외교사상 이런 수반이 있었을까싶은 <유치찬란>한 모습. 최선희의 직상급 김계관이 나서 트럼프를 진정하라고 달래니 이때다싶어 다시 회담하자고 한 유명한 일화. 그 일화의 주연중 한사람이 되고보니, 어느새 최선희는 트럼프를 상대하는급이 돼 그뒤로 지금까지 세계언론들이 따라다닌다. 
 
<세기의 담판>을 <세기의 황당>으로 만들어버린 뒤, 트럼프는 특유의 과장과 억지를 섞어 기자들앞에서 설레발을 떨었다. <두손모은> 폼페오도 옆에서 한마디 거들면서. 그 요지는 <북이 제재완전해제>를 요구했고 무리하게, 그래서 <영변시설외 +@를 이야기했더니 놀라더라>는것. 이쯤되니 웬만하면 침묵인 북도 참을수 없어 자정넘어 긴급기자회견을 열어 이용호와 최선희가 나섰다. 이용호가 죽 읽어내려가고 기자들 질문 안받으려했는데 너무 극성이어서 <질문 좀 ···>하고 최선희에게 넘기고 들어간다.  
 
최선희는 특유의 무표정에 천천히 뜬금으로 기본내용과 중심내용을 강조하면서, 중간에 외국인에겐 영어로도 간단히 답변하며 인상적인 기자회견을 한다. 요지는 북은 영변핵시설을 통째로 들어내겠다며 큰걸 주는데 미는 민수해제 작은걸 주지않는다, 그래서 김정은국무위원장이 이 미국식셈법을 이해하기 어려워하는 느낌을 받았다, 미가 이 좋은 천재일우의 기회를 놓쳤다, 김정은위원장이 이런 회담에 흥미를 잃은듯한 느낌을 받았다, 하여 다시 이런 기회가 있을지 장담할수 없다고 한다. 주목되는건 초기의 천재일우때와 마지막부분의 또기회가있겠는가하는때 두번 살짝 지나친 미소다. 무표정땐 냉정한 <철의여인>이지만 웃을땐 맑아보이는 <모란봉악단의가수>다. <철의여인>을 무심결에 미소짓게 한 뇌리속의 단어는 당연히 <새로운길>이다.  
 
AP통신은 최선희와 트럼프의 기자회견대결전에서 전자의 손을 들어줬다. 북이 요구한건 <부분해제>가 맞으니, 왜 안그렇겠는가. 단, 경제에 한해서다. 그럼 군사·정치가 또 있는가. 물론이다. 미군철거를 핵으로 하는 북미평화체제! 그게 <평화선언>으로든 뭐로 발표되든, 북측의 영변핵시설영구적폐기와 걸맞는 미측의 대응조치다. 이 대목이 바로 북과 미가 이 세계가 집중하는 진위논쟁중에도 서로 꺼내지않는 빙산의 아랫부분이다. 회담결렬의 극단적 상황이지만 차악을 넘어 최악으로까지 가지않으려는데 양측이 이심전심으로 동의하기때문이다. 영화라면 다음장면은 바로 키리졸브·독수리다.  

조덕원